처음부터 한국 소설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학교 문턱을 넘으며 읽었던 한국대표소설전집은
솔직히 말하면
정말 진저리나게 처절하고 지질하고 분하고 역했다.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의 속도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딸, 그 딸의 딸
고작 3대에 걸친 삶을 서로 경멸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만들어 놓지않았나.
황석영 작가의 책은 처음으로 읽었다.
당연히 내 돈주고 산 게 아닌 이벤트 당첨이었고
그것도 일년도 넘은 일인데
문득, 꽂아 놓기만 하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빼어 들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이 사람은 왠지 중간에 놓인 사람같다는 것.
공감되지도 않는 과거사를 꾸역꾸역 들이밀지도, 현재의 상황을 섣불리 미화시키거나 비판하는 일도 없이,
그냥 중간에서 천천히 만나게 한다.
책의 결론과는 무관하게
왠지
화해를 하고 싶어하는 책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혹은 화해시키고 싶어하는.
난 따뜻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