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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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예전엔 마음이 힘들 땐 명상록을 아무 쪽이나 들춰서 봤었다.
마치 예언집을 읽듯.

스토너를 정말 감명깊게 읽은 까닭에 그의 책을 기다렸는데,
막상 책을 사 놓고서 잡는데까진 시간이 걸렸다.
아마 존 윌리엄스 책이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의 일대기를 소설로 만들다니. 감히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너무 오래전의 인물이잖아. 나에겐 그냥 희끄무레한 우상에 가까운데 실체화 된다니 걱정스러웠던 것 같다. 책도 얄팍한데 무슨 얘기를 담았을까 싶었다.

존 윌리엄스는 이런 우려들을 예상이나 한 듯 서한문이라는 조금 특이한 형식을 취했다.

옛날 일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현실감을 안겨주고, 많은 등장인물이 주관적인 내밀한 속내들을 직접 말함으로써 내용이 압축된다. 그로인해 생각보다 스토리에 속도감이 생겨서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주인공의 속내였다.
모든 등장인물의 눈으로 아우렐리우스를 관찰하고 그의 행보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아우렐리우스의 글은 보이지 않으니 줄거리를 보면서도 계속 찜찜하게 당기는 것이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고대하던 주인공의 편지가 나오고 끝맺음이 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뒤에 보면 대니얼 멘데슨이라는 사람이 덧붙인 평에도 나와있듯 그의 속내가 다 드러나면 얘기의 끝인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스스로 전형적인 위인의 서사를 뒤집는 얘기들을 한다.
마치 좋은 이미지를 쌓은 연애인을 직접 인터뷰 하는 것 모냥 겉보기와는 다른, 황제 이전의 한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솔직하게 피력하며 마지막을 풀어낸다.

개인적으로는
젊은이는 삶을 서사적 모험으로 여기고, 중년이 되면 꿈꾸던 미래를 겪었기에 삶을 비극으로 보고, 노년이 되면 (만약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삶을 희극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궁금한 것들이 생겨 찾아보니 역시 고대사인만큼 줄거리 자체의 선후관계도 좀 헷갈릴 정도로 의견이 분분한 느낌이었다.(이름... 한없이 길고 글마다 표기가 바뀐다)
저자도 고생했겠지.

존 윌리엄스 특유의 관조적인 문체가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스토너를 ‘인생소설‘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해주고 싶다.

(사진은 어여쁜 소년기의 옥타비아누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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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6 0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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