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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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데이빗소로우. 소로-
뭔가 리듬감이 느껴지는, 그래서인지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월든.
제목이... 뭐지.

처음에는 개발선가? 수필인가? 하다가 개취 철학인가보다, 하다가 결국 에세이.

저자가 28세에서 30세 까지 2년 남짓을 월든호수 근처에서 직접 오두막을 짓고 살며, 숲속에서 경험하고 관찰하고 사색한 기록을 30대 후반이 되도록
수정하여 출간한 내용.

중간에 에머슨과 갈라졌다고 하는데 솔직히 제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놓고 인간의 주관적인 직관과 동양사상을 중시하는 어조가 강하게 나타난다.

목차에 보면 18가지 주제가 나와있는데, 매 쳅터의 내용이 그 주제에 매우 잘 들어맞게 정리가 되어있어(그림 조차도) 그의 깐깐한(? 자신의 것을 자신이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성격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례를 보면 1-숲 생활의 경제학, 2-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 까지는 19세기 철학자가 얘기를 꺼내는 도입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그 당시 사람들에 비해 배울 거 다 배운 사람이었고, 상업하는 집안의 셋째 아들인 덕인지 계산이 빠르고, 사람들을 사랑하는(긍휼히 여기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흔히 갖는 소양인 사물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과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던 듯 하다.

주변에 큰 농장을 경영하면서도 빚더미에 허덕거리며사는 이웃들을 보며,
자본주의의 허영을 누리기 위해 희생해야하는 삶이 무슨 가치를 지니는지 역설하고 있다.
마치 노자같은 태도로 당시 알아먹지도 못할 게 뻔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역설을 한다는 게 좀 재밌긴 했지만,
결국 알아먹을 만한 21세기의 노동자들에게까지 닿았으니 선견이었던 건 분명한 득.

영국을 위시한 서양의 1800년대는,
중세의 반발이 사라지고 인본주의랑 낭만주의의 계보를 이어가며 과학의 발달로 산업혁명이 발돋움하던 시기,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에 대한 인간의 자신감과 반발감(인간 본연의 힘, 자연으로의 회귀)이 동시에 공존 할 수 빆에 없었던 시기가 아니였나.

증기기관차에 대한, 저자의 묘사.
‘ 혜성처럼... 증기의 구름을 깃발처럼 휘날리며... 철마가 발굽으로 대지를 뒤흔들고 불과 연기를 내뿜으며 벽력같은 콧김... 지구는 이제 그 위에 살만한 자격을 갖춘 사로운 종독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새로운 신화... 날개 달린 말... 불을 뿜는 용)
p177-178

문득 나는 살면서 어떤 것에 감흥했지- 반문해 보았다. 컴퓨터? 핸드폰? 우주비행선?

과학 발전의 속도가 인간의 전율을 끌어 내기에 이미 과한건지, 내가 무신경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처음 증기기관, 전기, 전신등이 등장을 지켜 본 사람들의 충격은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중간 즈음을 넘어서면서 이 사람의 삶이 너무 궁금하여, 혹시나 싶어 뒷부분을 넘겨보았는데 연표가 눈에 띄었다.
역시 (왠지 예상대로)결혼 안하고 애도 없고 단명(?하셨더라.

차례가 중반으로 더해 가면서 점차 보편적인 에세이의 형식으로 가는 듯 하더니 종반엔 자연관찰 일기에 가까운 느낌이 되었다.

초중반까진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행복한(? 캐나다계 나뭇꾼을 얘기하면서 선량함이 무지를 지향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한 부분에 매우 공감이 갔다.
잡스러운 것들에 휘말려 지식을 쌓으면 그렇게 짙어질 것이고, 검증된 높은 지식들을 접하면 접할 수록 그렇게 깊어지는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동양철학을 말한 서양인 중에서도 비교적 겉핥기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으로 (비슷하게나마) 실천하면서 나온 경험적인 부분이 진정성있게 느껴졌나 싶다.

자기 자신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고 선량함을 기반으로 스스로의 정의를 튼튼하게 뿌리 내린 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를 얻고 자유로운 기개로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

공자가 말하는 군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

번역은.
전형적인 서술어뒤에 수식하는 영어식 말 배열들. 게다가 피트 화씨 파운드 마일 에이커로 끝내 버린 상상력을 막는 배려없는 단위들.

머릿말 보면 역자가 글을 못쓰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원문이 피곤한 건(하게 쓰여진 것) 아니었을까. -자기 생각을 적확하게 적고 싶어하는 부류라면 문장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기 마련이니.

이 책의 중심 소재이자 주제의 중심인 (작지만 소중한) 오두막을 짓는 과정과 집의 묘사가 꽤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집의 구조를 좀 잘 알면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읽다보니 쇼펜하우어의 어이없던 논설이기기 책도 생각나고 톨스토이도 생각나고 시대는 백년 후이지만 이태준의 무서록같은 수필집도 생각나더라.

19세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주는 개인 철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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