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거서 크리스티가 놀라운 얘기꾼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0시를 향하여'만큼 그 솜씨를 멋들어지게 풀어낸 작품이 또 있을까! 이것은 추리물이 흔히 그렇듯 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일련의 인물들의 이야기 위주로 한편의 드라마인양 전개된다. 재밌는 것은, 사건 프롤로그 부분에서 퇴임변호사 트레비스씨의 입을 빌어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인에서 추리소설이 시작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내가 추리소설을 쓴다면 그 원인이 되는 사건에서부터 쓰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실제로 그 뒤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소설구조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리고 나서 결과물로써 살인이 일어난다.

공간적으로나 인맥적으로나 별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9월 어느 특정장소에 모여들고 그로써 사건에 휘말려들어 많든 적든 영향을 끼친다. 특히나 인상적인 인물은 자살기도자 앵거스 맥휘티다. 1월달에 간호사로부터 살아야하는 이유에 관해 '단지 살아있기만 해도 당신은 필요한 존재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그는, 정말로 그가 죽지않고 살아있음으로해서 누군가를 구해내게 된다. 자살충동에 특히나 많이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설득력 강한 한마디가 되지 않을까.

0시를 향하여가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정말로 정말로 혐의가 가는 인물들이 최소 3은 있고 그들 중 과연 누구? 란 식으로 완벽하게 독자를 몰아넣은 다음 도저히 상상치 못할 제 3의 인물을 진범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가 왜 '추리의 여왕'이란 호화로운 별칭을 얻었는지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납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귀야행 9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귀야행, 처음에는 제목이 신기해서 잡았을 뿐이었지만 그 내용은 정말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단순한 귀신과 영매사 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리쓰도 그닥 큰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주름잡지 않는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경계가 희미한 와중에 개개의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어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귀야행]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은 리쓰와 그 주변사람들이 적절히 섞여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리쓰의 할아버지 이이지마 료에서부터 시작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유전되어 리쓰와 사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특히나 강하게 능력을 타고난 리쓰는 그로 인해 비사교적인 인물이 되지만 막상 본인은 별로 그에 맘쓰지 않는 이상한 낙천성(?)도 가지고 있다. 그런 리쓰 곁에 오지로와 오구로라는 까마귀 요괴들이 수하로 받아들여지면서 백귀야행은 코믹스런 색채 또한 띄어가는데..전혀 안 웃길 듯한 깔끔하고 진중한 그림체에서 간간이 터져나오는 웃기는 장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꼼꼼한 웃음의 코드는 정말이지 독특하다!고 밖엔 표현할 수가 없다.

작가 이마 이치코님이 기르는 문조 탓인지, 오지로와 오구로가 낮에 새로 변해 있을 때의 모습은 무척이나 사실감 있으면서도 생생한 표정을 자랑해서 그게 또 백귀야행의 또 다른 맛을 더해준다. (새 매니아라면 오지로&오구로에 정말로 열광하게 될 것이다) 몇 년간 고등학생으로 머물러있던 리쓰가 대학에 가면서, 게다가 민속학과라는 귀신 및 요괴와 관련깊은 학과에 가면서 애기는 더욱 풍부한 재미를 더한다. 백귀야행, 식상하고 평이한 스토리에 질린 사람들에게 강력추천하고픈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바리 1번가의 사정 1
유치 야오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비버리 힐즈에 비견되는 부자동네 히바리.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모여사는 곳이라 일명 히바리 힐즈라 불린다. 그런데 이 부자동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집 한 채가 있는데 치나는 그 곳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소녀다. 그리 넉넉치 않은 살림에 옛날 사업실패로 한 달에 한 번 빚쟁이에게 돈까지 뜯겨야 하는 신세라 살림살이는 늘상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치나는 언제나 명랑하고 씩씩하고 열심이라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이런 치나가 장학금을 받아 히바리 학원에 입학하게 되는데, 워낙 부잣집 애들만 다니는 곳이라 학급비며 체육비가 일반학교의 100배 수준이라 결국은 학교를 그만둘 결심까지 한다. 그런 그녀에게 돌연 나타난 후원자! 알고보니 그 사람이 장학금을 내주고 있었고 모든 편의를 봐줬던 것. 마치 유리가면의 보라색장미의 사람을 연상케 하지만, 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게다가 확실친 않지만 아마도 그 후원자의 정체가 매달 치나네에서 돈을 뜯어가는 잘생긴 빚쟁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두근두근)

치나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은근히 대쉬(?)해 오던 고급양복의 약간 사나운 인상의 청년!! 그와 치나의 아빠와 치나의 관계는 과연. 후쿠야당의 딸들에서도 느꼈지만, 잔잔한 전개 속에 훈훈함과 간혹 터져나오는 발작적 웃음의 버무림이 무척이나 뛰어난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골동양과자점 2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깔끔한 그림체와 화면처리가 담담한 스토리 전개와 맞물려 정말로 좋은 느낌을 준달까요. 서양골동양과자점이란 범상찮은 이름에서 이미 어느정도 짐작이 되듯이, 주택가 한 구석에 위치한 이 제과점은 원래 서양 골동품점이던 가게를 인수하여 개장한 탓에 식기가 가히 절정을 달립니다. 몇 만엔이나 하는 값비싸고 우아한 찻잔,접시 및 다기들은 최고의 주방장이 솜씨를 부린 케이크와 어우러져 극도의 만족감을 준달까! 거기다 케이크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꽃미소의 미남 타치바나가 있으니, 이 가게는 나날이 승승장구할 수 밖에 없죠.(실제로 있으면 당장 간다!!)

이름부터가 맛깔스럽고 화려한 각종 양과자들과 타치바나를 위시한 주방장 및 주방보조의 아웅다웅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주방장이 아주 개성적인 사람인데요, 과거 고딩 때 타치바나에게 고백했다 채이고 이후 마성의 게이(;;)란 별칭아래 노말이건 게이건 가리지않고 남잘 홀리는 그런 인물. 허헐..안경쓴 숏커트머리의 온화한 인상이지만 안경을 벗고 사복을 입으면 분위기 돌변한다는..!! 이상하게도 타치바나와 주방보조 에이리는 그런 마성에 영향을 받지 않아 다행히도 영업에 지장이 없다. 타치바나와 앞으로 어찌될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어쩐지 그냥 친구로만 남을 듯한 분위기예요.

가게의 3명의 얘기 뿐 아니라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 나름에 얽힌 사연(?)도 잔잔한 재미를 준다. 특히 경찰공무원이다가 말년에 더 한직으로 옮긴 단 것광인 중년아저씨의 얘기는 정말 푸근한 웃음을 줍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단것을 싫어하면서도 그 가게를 운영하는 타치바나와 최고의 제빵사지만 마성의 게이라 여러 가게에서 내쫓긴 요리사 및 권투를 시력장애로 그만둔 주방보조 에이리군이 꾸려나가는 곳. 때로는 포복절도할 웃음으로 때로는 푸근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 곳이 정말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학내 서점을 찾았다가 신간코너에서 아사다 지로 신작 '장미도둑' 발견! 아사다 지로..라 함은 내 속에서 '눈물빼기천재작가'로 낙인찍힌 분이 아니던가! 철도원이라는 중단편집에서 철도원과 러브레터로 엄청나게 울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도저히 아저씨라고 믿기 힘든!-은 그대로였지만, 은근슬쩍 뒤집어지게 만드는 그 유머라니! (정녕 아사다 지로씨십니까? 라고 묻고 싶은 기분..) 특히 표제인 '장미도둑'과 '가인'은 가히 절정이다.

초등학생 꼬맹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미도둑은, 한마디로 하자면..외국인 학교 주위에 위치한 상류층 부인네들이 무더기로 교사 닉씨(이 넘 참..)에게 희롱당한다(?)는 내용이다. (과연..? 나의 꾸리한 시점이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되는군.) 요이치 엄마를 위시한 이웃 귀부인들을 모두 희롱한 닉씨! 그는 또한 주인공 요이치와 친구들이 잡으려던 장미절도사건(이 동네에선 집집마다정원에 품종도 다양한 장미를 키우고 있음)의 범인이기도 한 것이다. 흠흠..여기서 장미의 의미가 이중적으로 상당히 야시꾸리하게 해석이 되는데..

크루즈 선장으로 전세계바다를 항해하는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멋모르는 순진한 꼬맹이의 눈으로 씌어져 더욱 감칠맛(?)이 났다고나 할까. 어쨌든 꽤나 심각하고 어두울 수도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되려 밝고 유쾌한 면이 훨씬 부각됐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가인', 이것은 엄청 짧은 단편임에도 무지하게 강렬한 내용으로 파바박 와닿는 소설이다. 아들내외집으로 크리스마스와 설을 쇠러 온 일흔이 다 된 노모가 아들의 부하직원인 잘생기고 능력있고 성격좋은 완벽한 미혼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사태를 눈치채고 어버버~하는 아들과 비교적 빠르게 충격을 갈무리한 며느리의 만담같은 대화가 정말이지 웃겼다! 무엇보다 그 다정한 연인(?)을 갈라놓기보다 인정하고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다고나 할까? 후훗.

이 외에 수국꽃정사나 히나마츠리 같은 것은 철도원 류의 감성이 그대로 이어져 가슴을 아련하게 울렸다. 역시 아사다 지로란 생각을 다시금 해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