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 12
안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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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는 말 그대로 이세계를 [방문]한 평범한 여고생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방문이란 것은, '잠깐 들리다'라는 의미이기에 시안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현실세계의 부모님과 친구들 못지 않게 사랑하게 되어버린 이세계의 친인들. 그들과 영영 헤어지고 [방문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주자(?)]로 탈바꿈할 것인가.

알고보면 평범한 여고생도 아닌 주인공 유시안, 그녀는 [파워즈 엠블럼]이라는 혼돈의 조각이다. 각 세계의 멸망까지 함께한다는 고독하고 반영구적인 존재 말이다. 그렇다면 본래의 세계-현실로 복귀한다면 길어야 수십 년을 사는 친인들이 죽은 다음의 시간은 어쩔 것인가? ㅡ.ㅡ; 차라리 수 백년 내지는 수 천년을 너끈히 사는 종족도 있는 이세계 쪽이 낫지 않을까. 용왕자 케리드웬은 어느 세계를 시안이 선택하든 자신은 그녀의 맹약자이므로 함께 한다고 말해 그녀(그?)의 부담을 줄였지만 말이다.

이세계는 일단 현실세계보다 자연환경이 뛰어나다. 또한 이 곳에서 시안은 절세 미인에 능력 강대하며 무려 신성사제라는 막대한 지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다. 뿐인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도 현실세계보다 현저히 많다.(이것은 양적 환산이지만 질적으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음..정말 내가 시안이라면 그냥 이세계에서 살겠다~ㅜ0ㅜ

점쟁이 할머니에게 빈 소원대로 1 절세 미모 2.강한 능력 3.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이루어진 유시안의 이세계로의 방문기. 그것이 방문자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유머와 문체가 무척이나 맛깔나서 읽고 있으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안 읽어본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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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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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굉장히 이쁜 책이라서 손이 쉽게 간다. ^^ 게다가 번역도 매끄러워서, 읽으면서 자신의 외국어 실력 부족을 탄식할 일도 없다. (ㅡㅡ; 외국소설의 경우, 종종 탄식하게 되니까 말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펜대를 중세로 다시금 돌린 바우돌리노는, 장미의 이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분위기와 관련 역사적 사실들의 각주 덧붙임이야 여전하지만 말이다. ^^; 음, 뭐랄까. 좀 더 해학적이라고 할까. 해학적이란 말은 우리 나라 탈춤이나 판소리에 주로 사용되는 수식어지만, 바우돌리노의 행각을 보고 있자면 어째 '말뚝이'가 생각난다. 양반들의 부정부패나 사회상황을 톡 꼬집고 놀려대는 날카롭고 영리한 광대말이다.

이탈리아 변방 마을의 꾀많고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한 소년이 이탈리아 자치도시들을 정복하러 온 독일의 프리드리히 황제와 우연찮게 만나서 그 양아들이 된다. 그로 인해 학식이 쌓이고 교양을 얻으며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바우돌리노의 성정과 프리드리히와의 만남을 드러내는 양피지 조각(바우돌리노가 소년시절 쓴 연대기 첫 부분)이다. 그리고 바로 무대는 십자군에 의해 불타는 콘스탄티노플(동로마-비잔틴-제국의 수도)로 옮겨지며, 60이 넘은 바우돌리노가 비잔틴 최고 행정가이자 역사가인 니케타스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이 [바우돌리노]이다.

바우돌리노, 그는 굉장한 거짓말쟁이다. 게다가 성자를 봤다고 어린 시절 인정됨으로써 그의 거짓말은 [진실]로 받아들여져 널리 퍼져나가기까지 한다. 자신도 그 사실을 안다. 니케타스에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중 어디까지를 진실로 어디까지를 꾸며낸 거짓말로 받아들여야 할지 시종일관 어리벙벙하다.^^;

처음 양피지에서부터 처녀를 먹은 유니콘은 결국 다름아닌 자신이니까 말이다! 뿐이랴. 바우돌리노 성인이라니..태연하게 니케타스에게 그런 성인이 있는 양 말하는 바우돌리노. 자신의 환상 속의 동명이인 그를 말이다!! 아무튼, 바우돌리노의 얘기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하면서 봐야하기에 더 재미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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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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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으로도 조그맣게 나온 정식판으로도 본 유리가면이지만, 3권 정도를 합친 두께의 애장판이 가장 마음에 든다. ^^ 해적판은 그림과 번역이 문제 있었고, 정식판은 너무 작아서 보기에 썩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꺼운 것에 비해 책장 넘기기도 쉽고, 컬러(!)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는데다, 3권 사는 값보다 확연히 싸다. -ㅁ-// 이럴진대 어찌 애장판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내 어린 시절(?) 연극에 대한 동경을 한없이 키워준 것이 바로 유리가면이다. 주인공 마야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 재능(이른바 천의 얼굴), 대조적인 라이벌 아유미와의 경쟁과 우정, 보라색 장미의 사람 하야미 마스미와의 엇갈리는 사랑. 이것만으로도 유리가면은 엄청나게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연극]! ' 두 사람의 왕녀'니, '헬렌 켈러'니, '잃어버린 황야'같은 연극무대는, 혼일 빼앗길 정도로 마력적이다.
연극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유리가면을 보고 나면 꼭꼭 들곤 한다. 작가의 의도가 혹 [쇠퇴해가는 연극 부흥]이라면, 연극계로부터 찬사와 공로장을 수여받아야 한다고 본다.(쿨럭;) 그러나 실제의 연극보다 유리가면의 연극이 더 재밌는 까닭에 실제의 것에 좀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 부작용이다.^^;

십수 년째 연재하고 있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만화 유리가면. 대망의 연극 '홍천녀'에 들어선 시점, 그리고 마야와 마스미 사장의 사랑이 엇갈림의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연재가 중단되어 사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ㅠ_ㅠ 애장판이 다 발간될 때 쯤엔 연재가 재개될런지? 애장판으로 유리가면 전권을 소장하고 싶은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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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신부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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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여동생의 편지에 여장하고 잠입한 탐정청년, 그가 사립 그노시스 특수목적고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정상 청년의 눈에 비친 그 곳은, 참으로 기괴한 곳이었다. 외국의 으리으리한 성채를 연상시키는 학교 구조하며, 목적에 따라 구비한 여러 벌의 교복, 흑마술과 변신술이 첨가된 교과목,어느 것 하나 정상인 게 없다. 그러나, 압권은 무엇보다 이 학교의 목적! 바로 이사장이자 교장인 악마님의 신부후보양성이 이 학교의 특수목적이었던 것이다. -ㅁ-

뿐이랴, 학교 구성원들은 더더욱 상상을 초월한다. 전혀 악마같지 않게 젠틀하고 핸섬한 악마님, 그리고 툭하면 찔리고 베어지면서도 용케 살아있는 유희, 이름에 걸맞게 도도한 학생회장 장미, 그리고 구박하고 구박받는 낙으로 사는 두 친구, 보기와는 달리 난폭한 테디베어 변신술 교사. 이 외에도 온갖 인물들이 때론 폭소를 때론 따뜻한 웃음과 경악을 자아낸다. 자세히, 유의해서 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웃음의 코드가 세심하게 깔린 악마의 신부는 [쪼잔하게 읽어야 제 맛]이다. 큰 대사 뿐 아니라 워드처리도 안 된 작은 대사까지, 주인물 뿐 아니라 컷 뒤에 조그맣게 숨은 조연들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을 때 진정한 악마의 신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악마의 신부는 임주연님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한껏 녹아있는 정말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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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세트 - 상.하권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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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무척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지만 막상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엄청난 각주들과 저자의 중세 교회와 수도사들과 신학논쟁에 대한 박학다식이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책은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리는 나 또한 장미의 이름을 다 읽기까지 장장 일주일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초반부에 중세의 여러 상황과 사건을 설명하는 각주들과 병행해 본문을 읽기가 고되었던 탓이다. -_-; 각주들을 빼고 읽으면 반쪽짜리 이해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각주들-역사적 사실들-을 달달 외우며 최대한 본문을 이해하려 애썼다. (사실 재미보단 그저 오기로 읽었달까)

그러나, 상권의 반쯤 되었을 무렵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적 요소가 강해졌고 이에 서서히 흥미가 일어 한결 읽기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상권을 모두 읽었을 때쯤엔 완전히 이 소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 하권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였다.^^;)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장서각을 갖춘 작은 수도원, 그 속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배경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가. 중세의 신학논쟁-이단논쟁과 기독교인들의 아집과 독선, 배타성이 빚어낸 한 편의 비극.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부질없음을 나타내는 최고의 문장.

'장미는 지고 꽃잎은 날려 그것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어지더라도 '장미'라는 이름만은 남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강 그런 의미)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각주들을 외워가며 본문들을 공부하듯 읽었던 나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었다. 두꺼운 두 권의 책에 담긴 모든 많고 많은 이야기가 이 한 줄로 압축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이 왜 '장미의 이름'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보람, 그것도 성의껏 읽은 보람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장미의 이름,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수작이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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