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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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굉장히 이쁜 책이라서 손이 쉽게 간다. ^^ 게다가 번역도 매끄러워서, 읽으면서 자신의 외국어 실력 부족을 탄식할 일도 없다. (ㅡㅡ; 외국소설의 경우, 종종 탄식하게 되니까 말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펜대를 중세로 다시금 돌린 바우돌리노는, 장미의 이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분위기와 관련 역사적 사실들의 각주 덧붙임이야 여전하지만 말이다. ^^; 음, 뭐랄까. 좀 더 해학적이라고 할까. 해학적이란 말은 우리 나라 탈춤이나 판소리에 주로 사용되는 수식어지만, 바우돌리노의 행각을 보고 있자면 어째 '말뚝이'가 생각난다. 양반들의 부정부패나 사회상황을 톡 꼬집고 놀려대는 날카롭고 영리한 광대말이다.

이탈리아 변방 마을의 꾀많고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한 소년이 이탈리아 자치도시들을 정복하러 온 독일의 프리드리히 황제와 우연찮게 만나서 그 양아들이 된다. 그로 인해 학식이 쌓이고 교양을 얻으며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바우돌리노의 성정과 프리드리히와의 만남을 드러내는 양피지 조각(바우돌리노가 소년시절 쓴 연대기 첫 부분)이다. 그리고 바로 무대는 십자군에 의해 불타는 콘스탄티노플(동로마-비잔틴-제국의 수도)로 옮겨지며, 60이 넘은 바우돌리노가 비잔틴 최고 행정가이자 역사가인 니케타스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이 [바우돌리노]이다.

바우돌리노, 그는 굉장한 거짓말쟁이다. 게다가 성자를 봤다고 어린 시절 인정됨으로써 그의 거짓말은 [진실]로 받아들여져 널리 퍼져나가기까지 한다. 자신도 그 사실을 안다. 니케타스에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중 어디까지를 진실로 어디까지를 꾸며낸 거짓말로 받아들여야 할지 시종일관 어리벙벙하다.^^;

처음 양피지에서부터 처녀를 먹은 유니콘은 결국 다름아닌 자신이니까 말이다! 뿐이랴. 바우돌리노 성인이라니..태연하게 니케타스에게 그런 성인이 있는 양 말하는 바우돌리노. 자신의 환상 속의 동명이인 그를 말이다!! 아무튼, 바우돌리노의 얘기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하면서 봐야하기에 더 재미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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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애장판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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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으로도 조그맣게 나온 정식판으로도 본 유리가면이지만, 3권 정도를 합친 두께의 애장판이 가장 마음에 든다. ^^ 해적판은 그림과 번역이 문제 있었고, 정식판은 너무 작아서 보기에 썩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꺼운 것에 비해 책장 넘기기도 쉽고, 컬러(!)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는데다, 3권 사는 값보다 확연히 싸다. -ㅁ-// 이럴진대 어찌 애장판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내 어린 시절(?) 연극에 대한 동경을 한없이 키워준 것이 바로 유리가면이다. 주인공 마야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 재능(이른바 천의 얼굴), 대조적인 라이벌 아유미와의 경쟁과 우정, 보라색 장미의 사람 하야미 마스미와의 엇갈리는 사랑. 이것만으로도 유리가면은 엄청나게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연극]! ' 두 사람의 왕녀'니, '헬렌 켈러'니, '잃어버린 황야'같은 연극무대는, 혼일 빼앗길 정도로 마력적이다.
연극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유리가면을 보고 나면 꼭꼭 들곤 한다. 작가의 의도가 혹 [쇠퇴해가는 연극 부흥]이라면, 연극계로부터 찬사와 공로장을 수여받아야 한다고 본다.(쿨럭;) 그러나 실제의 연극보다 유리가면의 연극이 더 재밌는 까닭에 실제의 것에 좀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 부작용이다.^^;

십수 년째 연재하고 있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만화 유리가면. 대망의 연극 '홍천녀'에 들어선 시점, 그리고 마야와 마스미 사장의 사랑이 엇갈림의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연재가 중단되어 사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ㅠ_ㅠ 애장판이 다 발간될 때 쯤엔 연재가 재개될런지? 애장판으로 유리가면 전권을 소장하고 싶은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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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신부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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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여동생의 편지에 여장하고 잠입한 탐정청년, 그가 사립 그노시스 특수목적고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정상 청년의 눈에 비친 그 곳은, 참으로 기괴한 곳이었다. 외국의 으리으리한 성채를 연상시키는 학교 구조하며, 목적에 따라 구비한 여러 벌의 교복, 흑마술과 변신술이 첨가된 교과목,어느 것 하나 정상인 게 없다. 그러나, 압권은 무엇보다 이 학교의 목적! 바로 이사장이자 교장인 악마님의 신부후보양성이 이 학교의 특수목적이었던 것이다. -ㅁ-

뿐이랴, 학교 구성원들은 더더욱 상상을 초월한다. 전혀 악마같지 않게 젠틀하고 핸섬한 악마님, 그리고 툭하면 찔리고 베어지면서도 용케 살아있는 유희, 이름에 걸맞게 도도한 학생회장 장미, 그리고 구박하고 구박받는 낙으로 사는 두 친구, 보기와는 달리 난폭한 테디베어 변신술 교사. 이 외에도 온갖 인물들이 때론 폭소를 때론 따뜻한 웃음과 경악을 자아낸다. 자세히, 유의해서 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웃음의 코드가 세심하게 깔린 악마의 신부는 [쪼잔하게 읽어야 제 맛]이다. 큰 대사 뿐 아니라 워드처리도 안 된 작은 대사까지, 주인물 뿐 아니라 컷 뒤에 조그맣게 숨은 조연들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을 때 진정한 악마의 신부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악마의 신부는 임주연님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한껏 녹아있는 정말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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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세트 - 상.하권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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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무척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지만 막상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엄청난 각주들과 저자의 중세 교회와 수도사들과 신학논쟁에 대한 박학다식이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책은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리는 나 또한 장미의 이름을 다 읽기까지 장장 일주일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초반부에 중세의 여러 상황과 사건을 설명하는 각주들과 병행해 본문을 읽기가 고되었던 탓이다. -_-; 각주들을 빼고 읽으면 반쪽짜리 이해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각주들-역사적 사실들-을 달달 외우며 최대한 본문을 이해하려 애썼다. (사실 재미보단 그저 오기로 읽었달까)

그러나, 상권의 반쯤 되었을 무렵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적 요소가 강해졌고 이에 서서히 흥미가 일어 한결 읽기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상권을 모두 읽었을 때쯤엔 완전히 이 소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 하권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였다.^^;)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장서각을 갖춘 작은 수도원, 그 속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배경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가. 중세의 신학논쟁-이단논쟁과 기독교인들의 아집과 독선, 배타성이 빚어낸 한 편의 비극.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부질없음을 나타내는 최고의 문장.

'장미는 지고 꽃잎은 날려 그것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어지더라도 '장미'라는 이름만은 남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강 그런 의미)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각주들을 외워가며 본문들을 공부하듯 읽었던 나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었다. 두꺼운 두 권의 책에 담긴 모든 많고 많은 이야기가 이 한 줄로 압축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이 왜 '장미의 이름'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보람, 그것도 성의껏 읽은 보람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장미의 이름,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수작이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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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스란 傳記 7 - 왕도 탈환, 1부 완결 아루스란 전기 7
다나카 요시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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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스란 전기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영웅서사시를 표방하고 있다. 영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이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루스란은 보통 영웅들과 다르다. 뭐 그리 대단한 무위를 가진 것도 뛰어난 지략을 가진 것도 아닌 보통의 소년이며, 심지어는 혈통마저도 알고보면 황태자가 아닌 평민이다.

그저, 따뜻한 마음과 겸허한 성품, 그리고 공정한 눈을 가진 가능성을 내포한 존재다. 이것만이었다면 [사람좋은 한 인간]으로 성장했을 뿐이겠으나, 운이 따른다고 해야할까 운명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그는 황태자, 그것도 난세의 황태자고 지혜롭고 능력있는 다양한 동료들을 얻어 '성장'하며 결국은 난세를 타개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아루스란 전기는 이런 아루스란 개인의 성장도 무척 흥미롭지만, 그보다 주위의 동료들이 매력적이다. 전사 중 전사 다륜, 여신관 파랑기스, 도둑 음유시인 기이스 등등.. 다나카 요시키 특유의 국가 대 국가, 이념 대 이념의 한바탕 굿거리 난장이 펼쳐지는 속에서 개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이야기. 그것이 아루스란 전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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