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세트 - 상.하권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무척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지만 막상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엄청난 각주들과 저자의 중세 교회와 수도사들과 신학논쟁에 대한 박학다식이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책은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리는 나 또한 장미의 이름을 다 읽기까지 장장 일주일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초반부에 중세의 여러 상황과 사건을 설명하는 각주들과 병행해 본문을 읽기가 고되었던 탓이다. -_-; 각주들을 빼고 읽으면 반쪽짜리 이해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각주들-역사적 사실들-을 달달 외우며 최대한 본문을 이해하려 애썼다. (사실 재미보단 그저 오기로 읽었달까)

그러나, 상권의 반쯤 되었을 무렵 수도사들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적 요소가 강해졌고 이에 서서히 흥미가 일어 한결 읽기가 수월해졌다. 그리고, 상권을 모두 읽었을 때쯤엔 완전히 이 소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 하권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였다.^^;)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장서각을 갖춘 작은 수도원, 그 속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배경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가. 중세의 신학논쟁-이단논쟁과 기독교인들의 아집과 독선, 배타성이 빚어낸 한 편의 비극.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부질없음을 나타내는 최고의 문장.

'장미는 지고 꽃잎은 날려 그것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없어지더라도 '장미'라는 이름만은 남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강 그런 의미)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각주들을 외워가며 본문들을 공부하듯 읽었던 나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었다. 두꺼운 두 권의 책에 담긴 모든 많고 많은 이야기가 이 한 줄로 압축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이 왜 '장미의 이름'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보람, 그것도 성의껏 읽은 보람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장미의 이름, 단연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수작이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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