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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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모모와 동네사람들이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한껏 펼쳐놓곤 갑자기 음침한 회색코트 사나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시간을 저축하라며 사람들을 꾀고, 그에 넘어간 사람들은 그들에게 저축한 시간만큼 시간이 없어진다. 늘 바쁘게 변해버린 사람들을 보며 상황을 타개하기로 마음먹은 모모와 그를 저지하려는 회색코트 사나이들의 격전(?)이 바로 모모다. 느긋한 페이스의 초반과 달리 점점 호흡이 빨라지면서 종래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믿을 수 없게도!) 스릴러적 동화 모모. 마지막 추격전에서 회색코트 사나이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이 가히 압권이다!! 빨라지려면..윽..말하면 안 되겠지. 암튼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그것을 연료로 삼는 회색코트 사나이들, 그들의 담배는 바로 사람들의 시간이자 그들의 에너지원인 것이다. 암적인 존재인 회색코트 사나이들을 없애려면, 결국 사람들은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모모. 시간을 쪼개가며 일만 하고 사는 사랑도 웃음도 없는 삶은 우리 마음에 회색코트 사나이를 키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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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드 10
시노하라 우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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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드라는 다소 이색적인 제목만큼이나 내용 또한 이색적인 만화가 파사드다. '파사드'는 잘생기고 다소 어리벙벙한 남자인데 그 몸 속에는 '교수'니 '울프(늑대)'니 '스완(백조)', 그리고 용과 아직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미지의 존재까지 총 5명이 더 살고 있다! 즉, 파사드가 지배인격이기 때문에 주로 파사드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존재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지는 본인들조차 모르는 미스테리!

그런 그들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 모르는 곳으로 강제이동된다. 이 때 텔레포트하려면 반드시 '파사드'의 모습이어야한다는 것이 특기할만한 점! 파사드가 가는 새로운 곳과 새로운 인물들에 얽힌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과거와 미래를 거쳐 우주의 다른 행성으로까지 확대된다. 과연 파사드의 존재는 무엇이며 왜 자꾸 시공을 초월해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걸까?!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드러나야 할텐데 오히려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 일품이다.-ㅅ-; '파사드'외에 '스완'이나 '울프'가 주역일 때의 에피소드가 특히 맘에 드는데 불행히도 그들의 출연횟수가 적어서 눈물만 흘릴 따름이다. 파사드는 얼핏 봐선 썩 재밌어보이지 않지만 일단 앞의 몇 권만 보면 푹~ 빠져들게 된다. 명작이란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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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유쾌하다 - 사진이 있는 이야기
신현림 지음 / 샘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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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책꽂이에서 죽 꽂혀있는 책들 중 약간 우울한 기분이던 내 눈에 팍 뛰어들어온 책이 바로 <빵은 유쾌하다>였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데다 무엇보다 그러한 '빵'과 '유쾌함'의 결부가 그렇게 마음을 끌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에세이집에서 제목이 50점을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여러 수필 중 하나인 [빵은 유쾌하다]를 표제로 내세운 것은 참 잘한 일이 아닐까. 사실 이 수필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빵..]편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제목을 읽으면서부터 기분이 다소 나아졌던 나는, 책을 펴들고 짤막짤막한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수필들을 읽으면서 저도모르게 소리내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붕어빵 장수 등 주변의 잡다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 것, 특히 좋아하는 음악과 배우와 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것, 그냥 일기같은 것 등등 저자 신승림의 소탈한 이야기는 거부감없이 따뜻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의 수필처럼 보통사람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망상적 사고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생각들이 상반되는 매력으로 다가왔들까. (물론 신승림 또한 나름대로 독특하지만 충분히 보통사람적 견지에서 이해와 공감이 가는 범위이다)

빵은 유쾌하다는 에세이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인용된 어떤 작가의 말이 달달 외우고 싶을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날들을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유쾌하게 지내고 싶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오늘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의 끝인 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사면 후회나 미련은 남지 않을테니까. 버터냄새 진동하는 롤빵과 크림을 탄 홍차와 함께 헤드폰을 끼고 이 책을 읽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어서 기쁘고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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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1 - 한국만화 명작선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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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보니 유시진님의 '데뷔작'부터 이어진 '단편들', 그리고 첫 연재작 '아웃사이드'와 다음의 '마니', '쿨핫','신명기', '폐쇄자' 등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두 섭렵한 사람이다. 순정만화잡지를 다종다양하게 구매하는 덕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댕기에서 신인으로 유시진님이 데뷔했을 때, 그리고 그 곳에서 줄줄이 단편들을 발표했을 때 그 작품들이 무척 인상깊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의 그림체, 그럼에도 웬지 인물들의 표정이나 손동작 등이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겼고, 장대한 스토리나 로맨스가 아님에도 어쩐지 계속 뇌리에 남아 콕콕 찔러대는 이야기들이었다. '아, 꽤 괜찮은 신인인데 이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윙크라는 잡지가 창간되고 유시진님이 중편을 연재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아웃사이드다. 아웃사이드는 단편들보다 훨씬 그림이 발전했고 나는 이 미스테리하면서 은근히 발랄한 학원물로 인해 유시진님의 팬이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음에 쐐기를 박은 다음 작품이 바로 '마니'다. 아웃사이드에서도 일상 속에 초능력이라는 이질적인 것이 섞여들었듯, 마니에서도 일상과 '용족'이라는 것이 절묘히 섞여 이색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아웃사이드에서보다 가일층 발전한 그림! 정말이지, 쿨핫과 신명기 폐쇄자라는 3작품만 본 사람들은 마니의 그림체를 폄하할 수 있겠으나 아웃사이드에 감탄했던 사람 눈에 마니는 '절정의 그림체'로 보였었다. (아직도 시진님이 어떻게 마니보다 더 멋지게 그릴 수 있게 되셨는지 그저 감탄과 존경, 흠모의 마음만이 들 뿐이다)

시진님의 인물들의 몸동작이나 특히 팔동작을 보자면, '가볍고 하늘하늘하다'는 느낌이 든다. 꼭 마른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 같달까. 어쩐지 무게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건조하달까 담담하달까. 큰 컷이 아니라 주로 작은 컷에서 그런 느낌이 두드러진다. 그런 기본 느낌 위에서 인물들의 표정, 눈썹이나 눈의 표정 같은 것이 그토록 미묘한 차이로 표현되어 보는 사람에게 그 인물의 생생한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경이'다. 내용전개는 또 어떠한가. 에피소드식으로 계속되다가 주인공 마니와 해루에 얽힌 용족의 일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나중에는 해루의 가치관과 얽힌 두 사람의 앞날에 대한 쪽으로 서서히 속도와 긴장을 더해가며 읽는 사람을 말도 못하게 빨아들인다.

유시진님의 작품시기를 나눈다면, <데뷔작~단편들>-<아웃사이드>-<마니-쿨핫,신명기,폐쇄자, 엘류디아 이야기>가 아닐까. 내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볼 때 마니는 유시진님의 '현재'가 시작된 작품이다. 유시진님의 팬이라면 마니를 꼭 보기를 권한다. 애장판으로 나와서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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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1
김영숙 지음 / 서초미디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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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는 하이센스라는 잡지에서 연재되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아주 오래된 만화다. 하이센스라는 잡지가 내가 초등학생일 때인 80년대 후반에 나왔음을 생각해보면 알 만하지 않은가. 이런 세월의 벽 탓에 현재의 세련된 화면구성과 인물감정표현기법과는 많이 다른, 좀 '유치해보이는' 조슈아가 작금의 독자들에겐 거부감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슈아에는 세월의 격을 뛰어넘어 '매력적인' 무엇인가가 한껏 배어있어 조금만 익숙해지면 곧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활발하고 이쁘고 덜렁거리는 조슈아가 사립여학교에서 어떻게 구는지, 그리고 그 옆 남학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은 '팬티사건'만 봐도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재밌다. 다만 갈수록 조슈아의 어두운 가정지사와 그리고 조슈아에게 손을 뻗친 영국왕실의 숨겨진 황자 등이 부각되면서 초반의 유쾌상쾌활발한 이야기는 점차 눈물이 날만큼 슬픈 이야기로 바뀌어간다. 급격한 분위기 전환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조슈아는 내가 무려 통신판매씩이나 해서 색칠공부(-_-;)가 된 중고를 사기도 할만큼 한때 푹 빠졌던 책이다. 한국순정만화의 고전을 읽고 싶은 분께 강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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