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유쾌하다 - 사진이 있는 이야기
신현림 지음 / 샘터사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서점의 책꽂이에서 죽 꽂혀있는 책들 중 약간 우울한 기분이던 내 눈에 팍 뛰어들어온 책이 바로 <빵은 유쾌하다>였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데다 무엇보다 그러한 '빵'과 '유쾌함'의 결부가 그렇게 마음을 끌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이 에세이집에서 제목이 50점을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여러 수필 중 하나인 [빵은 유쾌하다]를 표제로 내세운 것은 참 잘한 일이 아닐까. 사실 이 수필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으로 [빵..]편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제목을 읽으면서부터 기분이 다소 나아졌던 나는, 책을 펴들고 짤막짤막한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수필들을 읽으면서 저도모르게 소리내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붕어빵 장수 등 주변의 잡다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 것, 특히 좋아하는 음악과 배우와 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것, 그냥 일기같은 것 등등 저자 신승림의 소탈한 이야기는 거부감없이 따뜻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의 수필처럼 보통사람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망상적 사고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생각들이 상반되는 매력으로 다가왔들까. (물론 신승림 또한 나름대로 독특하지만 충분히 보통사람적 견지에서 이해와 공감이 가는 범위이다)

빵은 유쾌하다는 에세이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인용된 어떤 작가의 말이 달달 외우고 싶을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날들을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유쾌하게 지내고 싶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오늘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의 끝인 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즐겁게 유쾌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사면 후회나 미련은 남지 않을테니까. 버터냄새 진동하는 롤빵과 크림을 탄 홍차와 함께 헤드폰을 끼고 이 책을 읽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어서 기쁘고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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