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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가우드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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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가우드의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세련된 유쾌함, 짜증나지 않는 남녀 간 줄다리기가 맘에 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세나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좋다.

이 작품 <선택> 또한 근대영국을 배경으로 했는데, 미국에서 건너온 두 처녀가 각기 영국에서 멋진 신랑감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한 명이 주요주인공이고 그녀는 원래 영국귀족의 딸인데 이제서야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머지 한 명은 그녀가 미국에서 신세진 집의 딸로서 절친한 친구이다. 꽤 비중있는 조역 쯤으로 보면 된다. 대개 여자들의 우정은 잘 안 나오는데(로맨스소설에선), 여기엔 그것이 나와서 좋았다.^^

마차를 덮친 괴한에게 총을 쏘는 씬에서 남녀주인공 처음 조우! 뭔가 시작부터 생기발랄하지 않은가! 그녀가 미국으로 보내져야했던 어떤 이유가 일신상에 대한 위협을 가져오고, 그 속에서 언제나처럼 강하고 잘난 남자주인공과 예쁘고 당찬 여주인공 간의 사랑이 싹튼다. 줄리 가우드의 팬이라면 필독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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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 훔쳐보기 제3부 -상
엘리자베스 게이지 / 하늘출판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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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학교 앞 책방의 아주머니가 이 책을 적극 권했다. 17세, 한참 사랑에 호기심 많던 나이라 많은 로맨스소설을 봤지만 <스타킹 훔쳐보기>는 무척이나 특별했다. 일단, 남녀의 로맨스가 거진 다이고 그 외의 것은 채 몇 페센트의 비중도 차지하지 않는 다른 로맨스소설과는 격이 달랐다. 1,2,3부로 이루어진 스타킹 훔쳐보기는 여주인공에 초점을 맞추어, 그녀들의 심신과 그것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굉장히 날카롭고 약간은 싸늘하게 다룬다.

물론 연애도 등장하지만 그것은 여주인공의 '성장'을 돕거나 '인생의 한 일면'정도일까나. 위험한 게임이나 판도라의 상자는 짧고도 긴박감이 넘치는 구조였다. 그에 비해 이 3부는 책 귄수부터가 많고 느린 호흡이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운명의 시련으로 친부모와 떨어져 각기 다른 곳에서 자라고 살아가게 되는 두 명. 물론 자신이 쌍둥이인 줄도 모른다. 둘 다 아름답지만 한 명은 대단히 악녀적이고 마음만 먹으면 남자들을 후리는, 그런 지극히 마이페이스의 여자고 또 한 명은 야심은 있지만 이용당하고 좌절도 맛보는 그런 여인이다.

후자의 여인은 배우의 길로 들어서고 그런 그녀가 주인공이지만 전자의 여인의 삶이 한층 인상적이다. 여러 남자를 거치며 그네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도 아무 꺼리낌도 없다가 정말 사랑하게 된 남자가 친부라니..!! 하하, 출생 직후의 비극이 그녀가 살아온 악랄한 삶의 인과응보와 연계되어 버린 것인가! 그럼 그녀는 그렇다치고 그에 휘말린 아버지는 또 뭐란 말인지. 어리고 감수성 예민한 나이에 너무도 억울하고 슬프고 안타까웠던 그녀의 사랑이야기였다. 아무튼 엘리자베스 게이지라는 작가를 로맨스소설 작가 중에선 가장 좋아한다. 이 스타킹 훔쳐보기라는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완전히 내 맘을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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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의 불꽃
조안나 린지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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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린지는 주로 영국을 배경으로 쓰는데, 이 책은 영국을 벗어나 저 북유럽의 바이킹 거주지로 간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얼음과 추위와 황량한 전사의 땅에서 종족다른 두 남녀가 서로 끌리면서도 고집을 세우다가 결국엔 항복하고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다.

해안가로 침략해들어온 바이킹에게 패해서 끌려간 여주인공 브렌나는 노예신분이 된다. 남자주인공 게릭은 바이킹에서도 꽤나 신분높은 남잔데 그녀에게 족쇄를 채우는 등 여러모로 못되게 굴다가 어쩐지 마음이 아픈 자신을 자각하고 이후로 육체적으로 다정하게 군다.-_-; 먼저 육체적으로 두 사람은 합쳐지고(?), 그 다음은 길고 긴 마음이 합쳐지기까지의 과정이다.

제목인 겨울날의 불꽃에 걸맞게, 차가운 배경 속에서 뜨겁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사랑. 언제난 그랬듯 은근히 남성우위적 전개이자 결론이지만 허허..그런 게 더 잘 먹혀들어가는 것이 로맨스소설이니까 말이다. 강하고 멋진 남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드는 것보단 사랑받고 보호받고 하는 것이 더 여인네들의 감성을 자극하나 보다. 그러나 한결같이 그런 식인건 정말 싫은데 말이다. 아무튼, 조안나 린지라는 작가이름답게 기본적 재미는 보장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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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새긴 맹세
조안나 린지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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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린지는 중세, 근대, 현대물은 많이 썼지만 미래물은 좀체 안 쓴 작가다.(로맨스 작가가 다 그렇지만;) 그런데 딱 두 편-내가 알기론-쓴 미래물 중 하나가 바로 이 별에 새긴 맹세다. 두 편이 연작인데, 아마 이것이 앞..이 맞을 것이다.-ㅅ-; 여주인공이, 중세물에서와는 달리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지극히 여자다운 여자가 아니라 전사타입의 남성적 여자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남자주인공의 행성과는 다른 행성 출신인데(음, 행성을 건너뛴 사랑이군;), 출신 행성은 남녀차별이 없이 능력과 적성 위주였던 데 반해서 배경이 되는 남자의 행성은 지극히 남성우위적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구태의연한 모든 것들-치마, 얌전하게 굴기, 복종 등등-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곳이다. 남주인공도 당연히 그런 사고방식과 행동의 소유자고. 처음에 여주인공이 바락바락 대들면서 반항할 땐 좋았는데, 허허..결국엔 남자주인공의 취향대로 변해간다.

합리화, 정당화의 근거는, '보호해주기도 한다.'는 것으로 가시적인 억압의 이면에는 자기 행성에서는 없었던 여자이기에 주어지는 보호와 존중이 따른다는 거다. 아, 얼마나 화나는 사고방식인가! 그야말로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경을 칠 논리다. 남자들이 세월을 거듭하며 자기네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럴듯하게 꾸며낸 논리, 왜 그것을 여자인 로맨스소설자작가가 답습하고 있단 말인가.

남녀간의 연애 자체는 재미도 있었고, 배경도 독특한 것이 흥미롭다. 작가 특유의 말재간도 있다. 다만, 여주인공이 처음의 강한 면모-마치 전형적 남녀평등시대의 여자같은-를 버리고 대신 구인습적인 얌전하고 사랑받는 여성으로 변해서 행.복.해졌다는 결론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직까지도 독립과 동등보다는 귀속과 보호를 바라는 여자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니 여자가 주독자층인 로맨스소설계에선 꽤 먹힐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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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레지나
조안나 린지 지음 / 영언문화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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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런던 사교계의 귀족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그 시대를 바탕으로 한 연애소설 몇 권만 읽어보면 훤하게 알 수 있다. 은밀하게 바람을 피우는 것은 세련된 것이지만 막상 스캔들화되면 사교계에서 매장되는 '연애'와, 주로 가문과 이익을 따져하는 정략적인 결혼. 그래서 결혼 후에도 각자 바람을 피우는 것이 성행하는, 그러나 이것 역시 스캔들화되면 곤란한. 그런 점잖음과 타락적 방탕이 공존하는 눈 가리고 아웅의 사교계에 갓 뛰어든 귀족처녀 레지나는 악명높은 바람둥이 니콜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웃긴 것이, 이 니콜라스 역시 레지나를 좋아는 하되 또 섹스는 하고싶어하되 결혼하기는 싫어한다. 레지나가 임신하기전까진 그리도 자상하고 재밌는 연인이던 그가 임신소식을 알자마자 돌변하는 꼴하곤!! 레지나의 집안은 말로리가인데, 그 집안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니콜라스처럼 매력적 바랑둥이인 주제에-즉, 여자를 막 대하는 주제에- 막상 레지나가 그렇게 당하자 분개한다. 그리고는 억지로 니콜라스와 레지나를 결혼시키고, 이에 꼬인 니콜라스는 레지나에게 차갑게 대한다.

이 작품이 좀 특이한 것은, 연애까지의 일이 중심이 아니고 일단 결혼이 이루어지고 나서 그 결혼이 원만해지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레지나의 타고난 매력과 말로리가의 못말리는 남자들 중 해적삼촌으로 인해 결국 니콜라스는 항복하고 만다. ^^유쾌하다면 유쾌한 이야기! 말로리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다. 다른 말로리가 이야기에서 이들의 이후생활이 좀 나오는데, 니콜라스는 아주 레지나에게 쥐여산다. 그렇게 못되게 굴었으니 당연한 벌(?)인가. ^^ 암튼, 로맨스소설의 정석과도 같은 책이며 남녀의 밀고당기기가 아주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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