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새긴 맹세
조안나 린지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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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린지는 중세, 근대, 현대물은 많이 썼지만 미래물은 좀체 안 쓴 작가다.(로맨스 작가가 다 그렇지만;) 그런데 딱 두 편-내가 알기론-쓴 미래물 중 하나가 바로 이 별에 새긴 맹세다. 두 편이 연작인데, 아마 이것이 앞..이 맞을 것이다.-ㅅ-; 여주인공이, 중세물에서와는 달리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지극히 여자다운 여자가 아니라 전사타입의 남성적 여자라는 점이 이채로웠다.

남자주인공의 행성과는 다른 행성 출신인데(음, 행성을 건너뛴 사랑이군;), 출신 행성은 남녀차별이 없이 능력과 적성 위주였던 데 반해서 배경이 되는 남자의 행성은 지극히 남성우위적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구태의연한 모든 것들-치마, 얌전하게 굴기, 복종 등등-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곳이다. 남주인공도 당연히 그런 사고방식과 행동의 소유자고. 처음에 여주인공이 바락바락 대들면서 반항할 땐 좋았는데, 허허..결국엔 남자주인공의 취향대로 변해간다.

합리화, 정당화의 근거는, '보호해주기도 한다.'는 것으로 가시적인 억압의 이면에는 자기 행성에서는 없었던 여자이기에 주어지는 보호와 존중이 따른다는 거다. 아, 얼마나 화나는 사고방식인가! 그야말로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경을 칠 논리다. 남자들이 세월을 거듭하며 자기네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럴듯하게 꾸며낸 논리, 왜 그것을 여자인 로맨스소설자작가가 답습하고 있단 말인가.

남녀간의 연애 자체는 재미도 있었고, 배경도 독특한 것이 흥미롭다. 작가 특유의 말재간도 있다. 다만, 여주인공이 처음의 강한 면모-마치 전형적 남녀평등시대의 여자같은-를 버리고 대신 구인습적인 얌전하고 사랑받는 여성으로 변해서 행.복.해졌다는 결론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직까지도 독립과 동등보다는 귀속과 보호를 바라는 여자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니 여자가 주독자층인 로맨스소설계에선 꽤 먹힐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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