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훔쳐보기 제3부 -상
엘리자베스 게이지 / 하늘출판사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학교 앞 책방의 아주머니가 이 책을 적극 권했다. 17세, 한참 사랑에 호기심 많던 나이라 많은 로맨스소설을 봤지만 <스타킹 훔쳐보기>는 무척이나 특별했다. 일단, 남녀의 로맨스가 거진 다이고 그 외의 것은 채 몇 페센트의 비중도 차지하지 않는 다른 로맨스소설과는 격이 달랐다. 1,2,3부로 이루어진 스타킹 훔쳐보기는 여주인공에 초점을 맞추어, 그녀들의 심신과 그것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굉장히 날카롭고 약간은 싸늘하게 다룬다.

물론 연애도 등장하지만 그것은 여주인공의 '성장'을 돕거나 '인생의 한 일면'정도일까나. 위험한 게임이나 판도라의 상자는 짧고도 긴박감이 넘치는 구조였다. 그에 비해 이 3부는 책 귄수부터가 많고 느린 호흡이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운명의 시련으로 친부모와 떨어져 각기 다른 곳에서 자라고 살아가게 되는 두 명. 물론 자신이 쌍둥이인 줄도 모른다. 둘 다 아름답지만 한 명은 대단히 악녀적이고 마음만 먹으면 남자들을 후리는, 그런 지극히 마이페이스의 여자고 또 한 명은 야심은 있지만 이용당하고 좌절도 맛보는 그런 여인이다.

후자의 여인은 배우의 길로 들어서고 그런 그녀가 주인공이지만 전자의 여인의 삶이 한층 인상적이다. 여러 남자를 거치며 그네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도 아무 꺼리낌도 없다가 정말 사랑하게 된 남자가 친부라니..!! 하하, 출생 직후의 비극이 그녀가 살아온 악랄한 삶의 인과응보와 연계되어 버린 것인가! 그럼 그녀는 그렇다치고 그에 휘말린 아버지는 또 뭐란 말인지. 어리고 감수성 예민한 나이에 너무도 억울하고 슬프고 안타까웠던 그녀의 사랑이야기였다. 아무튼 엘리자베스 게이지라는 작가를 로맨스소설 작가 중에선 가장 좋아한다. 이 스타킹 훔쳐보기라는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완전히 내 맘을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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