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4
하루노 나나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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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매간의 사랑을 다룬 픽션은 많았지만, 판테온만큼  '보통의' 남매가 등장하는 책은 없을 것이다.        

 천사금렵구에서도 남매간의 사랑이 화두로 떠오르지만, 글쎄, 둘 다 천사의 환생이고...하는 식으로 좀 일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많았다.

그러나 판테온에서는 료이치와 쇼코라는 지극히 보통의 남매가,  성장하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매력적인 이성으로서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어린 시절 있었던 부친의 폭력은, 쇼코의 료이치에 대한 감정을 단면적으로 드러내는 일화로서 사용될 뿐, 그 폭력 때문에 남매간의 사랑이 싹트는 것은 아니다.

  예쁘고 조용하지만 오빠 료이치만이 세계의 전부인 쇼코, 그리고 활발하고 어른스러우면서도 무의식 중에 동생을 이상형으로 가지고 있는 료이치.  주위에서 보면 지극히 잘 어울리는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쇼코의 적극성과 료이치의 대응으로 점점 극으로 치달아간다.

3권까지 보면서, 과연 결말이 어떻게 날까 상당히 두근거렸는데-급박한 10대 고교시절에서 느닷없이 20대로 이행해버리고...5년만에 재회하며 "떨어져보고야 알았어"라는 말 한마디로 끝!이라니. 이것은 어쩌면 여운을 주기 위한 작가의 고심 가득한 결론일지도 모른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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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시리즈 1~3 박스 세트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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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어시리즈의 핵심 키워드는 <인어고기>가 아닐까.

불로불사를 준다는 인어고기. 늙지도 않고 죽어도 반나절 후엔 되살아나는. 그런 게 눈앞에 있으면  먹을 사람은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 아무나 인어고기가 몸에 맞는 것은 아니다. 체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괴물이 되거나 죽게 된다. 인어고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체질은 100만명에 하나 꼴이다. 그런 위험부담을 알고도 도전한다면, 정말 엄청난 욕망의 소유자이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모두 인어고기와 관련되어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불로불사의 욕망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이든.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몇 백년을 홀로 살아온 꼬마남자애의 이야기였다. 워낙 어린 나이에 인어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혼자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고, 그 때문에 자신을 돌봐줄 '보호자(?)'를 만들어낸다. 인어고기를 먹여서. 인어고기가 위험하단 걸 알면서도, 자기에게 잘해준 호감가는 아줌마나 누나에게 들이대는 그 꼬마(사실은 수백살먹은 할아범이지만--;)의 마음이란 어떤걸까. 나로선 짐작조차 힘든 것일게다. 이해와 수긍이 되면서도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달까.  인어시리즈의 에피소드들은 워낙에 엽기적이고 진혹한 것들 투성이지만,  비극성의 면에서 이 얘기가 가장 처절하게 느껴진다.

에피소드들을 연결하는 건, 인어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이다.  500년을 살아온 유타는 우연히 먹게 된 인어고기 때문에 평범하게 늙어죽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타개하려 하고, 또 한명의 주인공 마나는 인어들의 제물로 키워지던 자신을 구해준 유타를 쫓아 여행을 한다. 유타와 마나 두 사람의 여행에서는, 인어고기를 먹어 불행해진 사람들과 슬퍼진 사람들이 나온다.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고있다고 보여지는 건 마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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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새벽 4
윤석진 지음 / 청어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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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이라는 이름 때문에 처음엔 생판 딴 작가인줄 알았으나, 최근 연재홈페이지를 커그홈으로 옮기면서 <사나운 새벽>의 작가가 이수영님이었음이 밝혀졌다. 정말 한바탕 대소동이 일어났었다. ^^; 그도 그럴것이 윤석진이라는 작가의 필체와 전개양상을 둘러싸고 "이수영님을 모방했다"느니 "그치만 문체가 훨씬 어눌하다"느니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수영님 특유의 것들이 여기저기 보여서 윤석진 작가가 수영님 영향을 너무 심하게 받은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정말 형언할 길이 없다. 그러고보면 책표지의 작가소개란부터가 심상찮았다. 이름: 윤석진,   취미: 동생 괴롭히며 깨부수기,  모토: 잘먹고 잘 살기 (이 간결하고도 허심탄회한 말투. 특히 이 모토....수영님 맞구나. ^^;;  수영님의 아기들 중 큰 아들내미 이름이 윤석진이라고 한다...크허허. )

이런 뒷사정으로 인하여 작가이름 윤석진에도 불구,  <사나운 새벽>은 귀환병 이야기와 쿠베린으로 유명한 이수영님 작품이다. (윤석진이 작가라면 이 어린애는 신동이 되겠지..한글과 소설분야의 신동..;)

음...사나운 새벽은 뭐랄까. 내가 보기에 일종의 실험물인 것 같다. 근래 청소년층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깽판물을 향한 수영님의 도전이랄까.  유머러스한 면모가 많지만 근본을 파고들면 진지하고 독창적인 판타지를 써오던 수영님이다. 헌데 갑자기 깽판판타지의 일반요소를  두루 갖춘 사나운 새벽을 집필한 게다.  내가 처음에 윤석진 작가의 정체를 도저히 수영님과 연결시키지 못한 이유도 이런 판타지 경향의 차이 때문이다.

자. 사나운 새벽을 대강 한 번 살펴보자.  주인공 록베더는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마왕과 계약을 맺은 흑마법사'에다가 대륙 최고의 소드 마스터인 용병이다. 허나 생에 집착도 없고 아무런 열정도 없이 언제죽어도 상관없다는 허무주의자.  그에게 의욕을 불어넣으려 마왕과 블랙드래곤 오르게이드가 계획한 잠 속에 빠져든 후 기억을 상실하고 황태자 록그레이드로 깨어난 그는 자신의 정체가 진정 황태자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 와중에 엮이는 충실한 시종장 도노반, 개와도 같은 하인 벤, 아름다운 궁비들과 모종의 깊은 갈등관계인 황후 및 황제. 여기까지 벌써 용병물, 환생물(영혼이동물?), 황궁물 다 섭렵했다. 황궁을 빠져나와 페길시 반란에 끼어든 후로는 전쟁물. 페길시 반란을 해결하고 드래곤 에메타이트 에페의 레어로 가서 1년간 생활하는 시점에서는 드래곤물. 레어를 빠져나와 리베이드로 여행을 떠나는 4권 끝부터는 여행모험물의 돌입이 아닐까 한다.  자, 어떤가? 판타지 꽤나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제일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손을 뻗는 자극적인 판타지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내가 정말 감탄하고 싶은 것은 전형적인 온갖요소(소드마스터, 마법사, 드래곤. 황궁생활, 전쟁, 여행 등)를 다 사용하면서 그 혼합의 결과물이 독창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판타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도 못한 새로운 요소들(드래곤의 피부가 어릴 땐 아주 약하다든가 엘프로 태어난다든다 하는 점. 흑마법사가 되는 계약방법, 상상치못한 신기한 마물들)이 군데군데 가미되었다는 것외에도, 무엇보다 심리묘사가 이수영 특유의 그것이다. 진지하고..놀랍도록 예리하며 허를 찌르는, 놀랄만큼 생생함이 느껴지는 마음상태들.  록베더의 의심과 추리와 고뇌와 기쁨...어느샌가 그 안에 푹 빠져있는 내가 있다.  아마추어 판타지 작가들이 흔히 펼쳐보이는 상식을 벗어난 아집과 제멋대로의 생각들(나로선 정말 납득이 불가능한)이 아니라, 그럼직한. '아 인간이라면 이런 성격의 인물이라면 정말 이렇겠다'라고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 감정의 흐름들. <귀환병 이야기>와 <쿠베린>에서 익히 알게 된 매력이 여기 <사나운 새벽>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나운 새벽을 정말로 좋아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과 마주 대하고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이 솟구치니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두 가지다.  첫째 표지. 표지가 정말 너무나 거쓱하다. ㅠㅠ; 이 책의 알맹이에 안 어울리는 그냥 그저그런 깽판물로 보인다..흑흑. 둘째, 수영님 답지않게스리 약간 어눌한 문체. 수영님의 초기작부터 거의 다 봐와서 알지만 호쾌하면서도 정돈되고 유려한 문체를 아주 예전부터 구사하셨다. 근데 어째 사나운 새벽은 모르고 보면 '글재주는 상당히 있으나 문체는 조금 서툰'  막 판타지에 발을 들여놓은 초보가 쓴 것같다. 작가이름이 윤석진인것과 같은 맥락으로, 새로운 초보판타지작가라는 인상을 주어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ㅡㅡ;쿨룩)가 아닐까. 또 정체가 밝혀진 지금에 와서도 통일성의 선상에서 쭉 유지하는 것 같고. 암튼지간에 이것도 뭐 신선해서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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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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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은 짧은 단편이다. 책 두께가 꽤 있어서 장편인 줄 알았는데 여러 단편이 묶여있는 단편집이었다. 이제껏 내가 베스트 3로 꼽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0시를 향하여>였다. 드라마틱한 흥미진진함, 그리고 내가 짐작한 범인의 정체와 생판 다른 진범. 추리소설의 묘미를 한껏 찌릿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까. 헌데, 이 <쥐덫>은 얼마 안 되는 단편 주제(?)에 위에서 열거한 세 장편만큼의 드라마성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진범의 정체는 충격 자체였다. ㅠ_ㅠ;으으으~읽으면서 엄청 머리굴렸었는데... 이 사람은 이러이러하니까 범인일지도 몰라, 아니야, 저 사람이야말로 저러저러한 점이 수상하지 않아?....이렇게 말이다. 근데 딱 하나 이런 추리를 적용시키지 않은, 의심에세 아예 배제되어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근데 그 사람이 진범이지 뭔가!!!!! 콰쾅콰쾅....마른 하늘에 날벼락치는 기분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왜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추리해봅시다 코너~!

배경: 2차 대전 후 공습의 여파와 물자 부족으로, 유지비가 많이 드는 고급주택 대신 싸구려 아파트가 성행하게 된 영국.  데이비스 내외 또한 싸구려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있는 중, 몰리 데이비스가 고급주택을 상속받게 된다. 내외는 빅토리아 시대의 풍취가 담긴 외딴 그 집을 하숙집으로 개조하는데 하숙집 운영이 처음이라 서툴기 그지없다. 세 사람의 하숙인을 예약받은 시점에서 갑자기 폭설과 그로인한 고립의 조짐이 보인다.

사건: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세 사람의 하숙인이 왔다. 전쟁 때 한껏 거만하게 일했던 덩치 크고 성마른 노년의 부인, 근엄하고 나이든 퇴역 장교,  정신없고 소란스러운 예술가 청년. 그리고 폭설에 발이 묶여 갑작스레 묵게 된 얼굴에 화장을 한 늙은 외국인 한 사람. 이들을 대접하느라 정신없는 여관주인내외에게 갑자기 경찰청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런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뉴스를 들으셨습니까? 당신들의 여관에 그 살인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경사를 한 명 파견하겠습니다." 스키를 타고 나타난 젊은 경사는 모든 사람을 모아놓고 세세하게 심문한다. 그 후에 살인이 일어나는데...

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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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1부 - 왕좌의 게임 1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이은심 옮김 / 은행나무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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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몇 편이 기억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보기 시작했다.

제 1부 왕좌의 게임은, 세븐킹덤의 여러 지방 영주와 수도인 킹스랜딩의 정치거간꾼들이 한데 얽혀 복잡하게 진행된다. 북부지방 윈터펠의 유서깊은 스타크 가문이 중심이지만, 왕비의 가문인 라니스터라든가 살해된 전 섭정 존 아린의 가문, 스타크 가문의 안주인 캐틀린의 친정 툴리가문 등 여러 가문이 또한 무시못할 비중으로 가세해 왕좌쟁탈전에 참여한다.  세븐킹덤 자국 내의 상황만도 이렇게 복잡한데, 여기에  현왕조가 수십 년 전 멸망시켜 외국을 떠도는 신세가 된 옛왕가 타르가르옌의 후예가 가세함으로써 왕좌의 게임은 한층 치열해진다.

톨킨 류의 전면 창작 판타지라기보다는, 서양 중세 시대를 모체로  지명과 민족을 살짝 비틀고 환상 요소를 가미한 패러디적 성향이 강하다.  쌍무적 계약에 입각한 봉건제도, 영주의 자치권이 인정되는 장원제, 기사들과 레이디들의 마상시합과 궁정무도회, 음유시인과 용병. 이거야 중세 서양 그 자체가 아닌가?  하지만 작가의 창작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도 상당하다.  세븐킹덤의 세계와 저 편 미지의 세계를 분리하는 월, 귀신들린 숲의 아더같은 으스스한 정체불명의 존재,  일반늑대와 다른 다이어울프의 창조. 익숙함과 낯설음이 교차하며, 또 그것들을 찾아내면서 저도모르게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얼음과 불의 노래 최대 장점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선 뒤를 장담할 수 없는 전개와 예측불허의 인물행동이다.  불길하고 교활해보였던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의 의외의 진실미와 정의, 믿음직했던 리틀핑거의 캐틀린에 대한 거짓순정과 배신, 왕비와 그 오빠 자이메 라니스터의 충격적인 관계, 존 아린 전섭정의 죽음을 캐다 드디어 진실에 접근한 결정적 시점에서 닥쳐온 에다드 스타크의 죽음. 로버트 왕의 죽음이야, 일단 현왕이 죽어야  빈 왕좌를 놓고 게임이 벌어지든 말든 할테니, 당연히 닥치리라고 예상했었다. 그치만 1부의 핵심 중의 핵심인물이던 에다드가 (애칭: 네드) 그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정말 몰랐다! 

읽다보면 어째 믿을 수 있는 인간은 몇 없는데다(글쎄, 네드와 아리아, 존 정도?)  인간의 잔악성과 사기행태 및 이기성에 치가 떨리고(라니스터가문, 리틀핑거, 산사 스타크가 특히 그러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모에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그래도 어쩐지 계속 보게 되는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월과 귀신들린 숲, 윈터펠, 킹스랜딩, 에이레를 위시한 세븐킹덤의 곳곳.    비세리스와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남매가 떠도는 이국(몽골과 비슷하다).   처음에 각각의 장소에서 제각기 행동하는 사람들을 단면적으로 보여줄 땐  당최 이게 어떻게 되어가는 이야긴지 알 수가 없다가,  한 권 한 권 더해지면서 점차 윤곽이 잡히는 왕좌가 핵심에 있는 게임  또는 퍼즐.

 1권을 읽으며 조각조각 흩어진 단서들을 주워모으라. 머리를 굴려서 사건의 윤곽을 재빨리 정의하라. 그러면 얼음과 불의 노래는 한층 재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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