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할아버지 싫어하는 것을 얘기할 때도 비유가 거침없고 날서있지만 좋아하는 것, 그리운 것에 대해 말할 때는 정교하다고까지 할 정도다. 발췌는 안했는데 사라진 서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나까지 눈물날 거 같고 (내) 상처로 남은 기분됨. 그러나 또 모두까기 시작하면 절레절레 질려가고.. 이렇게 반복중. 생활에 치여 덮었다 읽고 덮었다 읽고 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주말독섴ㅋㅋ
나는 그 노래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힘이 풀리고 자신의 세계가 서서히 도망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자기 믿음이 버티기를 바라는 한 사내에 대한 노래다. 그 당시 나의 소망도 그랬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버티지 못했다. - P157
글자 읽기 오지게 싫어하는 딸이 억지로 억지로 읽어줬다. 앞표지 내눈엔 아이가 남기고 간 흙발자국 보는 엄마구만, 이 엄마가 개미 보는 거라고, 뒷표지에 보면 젊었을 때부터 이 엄마는 개미를 좋아했던 거라고 아이가 지어내고 그런다. “그렇게 그렇게” 살고, “그렇게 그렇게” 늙고 하는 내용인데 어린이 목소리로 들어서 그런가 눈물을 펑펑 쏟았네. 흔하고 능청스럽고 유난하지 않게 기발한 요시타케 신스케 읽을 때마다 대중성, 상업성 뭘까 싶다.
이렇게 내내 투덜대려면 자격이 필요한 것 같다. 말을 잘 해야 함. 기깔나게 해야 함ㅋㅋ
사람들은 항상 이 작가 혹은 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 특정 주제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작가가 글로 정확하게 옮겨주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들은 작가를 일종의 영매처럼, 무언의 존재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역할로 본다. 내 입장은 다르다. 나는 자가들이 내 생각이 아닌 말,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아예 생각조차 못할 말을 한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미국 최고의 여류 시인 운운하면서 에밀리 디킨슨에게 접근하려면 무릎을 꿇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위대한 작가들이 하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기에, 그들의 말을 반복하는 바로 그 행위가 삶 자체를 한결 아름답게 한다. (…)열심 있는 독자들은 문학이 끝없는 원정의 연속이라는 확신으로 한데 뭉친다. 계획된 원정이든 그렇지 않은 원정이든 다 고무적이다. 우리 중에 그냥 폼 좀 잡으려고 이러는 사람은 없다. 책이 늘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진 않아도, 확실히 누군가는 가고 싶어 할 곳으로 데려다준다. 책에 환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현실에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이다. - P39
이 책들의 일부는 본가에 남겨두고 왔는데 부모님이 갈라서는 바람에 전쟁 사상자 꼴이 났다. 이미 옛날에 없어진 책들이고 어떻게 처분됐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 책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책이란 그렇다. 그 책들이 아직 내 수중에 있으면 좋겠다. 그 책들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어떤 대목에 줄을 그었는지 확인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내 시각이 변했는지 알고 싶어라. 여전히 그 책들이 나를 압도하는지 알고 싶어라. - P45
밑줄몇 년 전에 못 읽고 덮었었는데 지금은 재미있누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딛고 미래를 설계하며 현재의 과제를 수행하지만 그는 동시에 동시성과 완전성을 지닌 영원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현재는 영원과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P18
책에 시간을 바치려면 무엇보다 먼저 토막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서재에 세 시간 이상 혼자 앉아 있을 수 있어야 책을 읽는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독서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한 권의 책만 두고두고 읽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책의 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 P27
문화적 맥락의 지배를 받으면서 책들은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은 문화적 맥락 자체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문화적 맥락 속에서 나서 죽는 인간이 문화적 맥락의 외부로 나와서 문화적 맥락의 전체를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책들의 지형학으로 드러나는 맥락은 결국 인간이 구성한 인간의 작품일 수밖에 없고, 맥락 자체는 무한하나 인간의 구성 능력은 유한하므로 책들 사이의 맥락은 고르지 않고 빈틈이 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 P30
마음밭 일은 침묵 속에서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실들을 인식하는 훈련이다. (마음 밭 일=사유)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