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내내 투덜대려면 자격이 필요한 것 같다. 말을 잘 해야 함. 기깔나게 해야 함ㅋㅋ

사람들은 항상 이 작가 혹은 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 특정 주제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작가가 글로 정확하게 옮겨주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들은 작가를 일종의 영매처럼, 무언의 존재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역할로 본다. 내 입장은 다르다. 나는 자가들이 내 생각이 아닌 말,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아예 생각조차 못할 말을 한다고 느낀다. 누군가가 미국 최고의 여류 시인 운운하면서 에밀리 디킨슨에게 접근하려면 무릎을 꿇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 생각도 그렇다. 위대한 작가들이 하는 말은 참으로 아름답기에, 그들의 말을 반복하는 바로 그 행위가 삶 자체를 한결 아름답게 한다. (…)
열심 있는 독자들은 문학이 끝없는 원정의 연속이라는 확신으로 한데 뭉친다. 계획된 원정이든 그렇지 않은 원정이든 다 고무적이다. 우리 중에 그냥 폼 좀 잡으려고 이러는 사람은 없다. 책이 늘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진 않아도, 확실히 누군가는 가고 싶어 할 곳으로 데려다준다. 책에 환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현실에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이다. - P39

이 책들의 일부는 본가에 남겨두고 왔는데 부모님이 갈라서는 바람에 전쟁 사상자 꼴이 났다. 이미 옛날에 없어진 책들이고 어떻게 처분됐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 책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책이란 그렇다. 그 책들이 아직 내 수중에 있으면 좋겠다. 그 책들을 맨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어떤 대목에 줄을 그었는지 확인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내 시각이 변했는지 알고 싶어라. 여전히 그 책들이 나를 압도하는지 알고 싶어라.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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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9-14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이 아저씨 진짜 까칠한데 저도 몇 년 전에 반했었쥬...개투덜인데 간지남 ㅋㅋㅋ

유수 2023-09-14 19:48   좋아요 2 | URL
재밌어요 할배도괜찮은데ㅋㅋㅋ반님이 더 잘하신다!

반유행열반인 2023-09-14 19:45   좋아요 2 | URL
약간 표지석 같은 할배 야 저 정도 지랄해도 재밌으니까 심지어 불평을 엮어 책으로 내는구나!하고 ㅋㅋㅋㅋ

책식동물 2023-09-14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몇 년 전에 읽었었는데 진짜 너무 까서 좀 불편... 하지만 그걸 만회할만한 유머가 넘쳐서 그냥 넘어갔다네욬ㅋㅋㅋㅋㅋ 또 생각나네요 도서관 가야겠다...

유수 2023-09-14 19:38   좋아요 2 | URL
ㅋㅋ 아슬아슬해요 선 넘었다가 돌아왔다가 ㅋㅋ 이렇게 책 부둥부둥하며 인간 시러하는 사람들이 모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