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이 조치를 취하리라고 가정하거나 자신이 개입할 책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혹은 개입할 구체적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쉽게 방관자가 된다. 또는 자신의 개입을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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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과 효율성으로 누구나 경쟁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일견 관습과 전통의 경직성에서 개인을 해방하는 것처럼 보였다. 탁월하고 참신하기만 하다면 전통적 주류 엘리트와 거리가 먼 개인도 그들과 같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약속은 여성에게도 주어졌다. 이는 여성의 젠더 수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 주체는 성별 불평등 같은 오래된 차별의 피해자로 자신을 위치시키기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불평등을 초월하거나 극복하고자 했다. 그 결과 많은 이가 남에게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인정과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전시성 자아‘를 갖게 되었고 페미니즘 담론 내에서도 욕망, 기회, 성공에 대한 추구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강력해졌다. 개별적 역능감을 통해 ’이등 시민인 여자‘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생겨났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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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대상물처럼 존재하는 억압적인 여성성을 거부하다 보니, 이를 본질화하여 저항을 위한 실체적 진실처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남성 중심주의만큼이나, 페미니즘에서도 여성성은 탐구되기보다는 쉽게 가치 절하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생애 과정을 통해 그의 인격을 거듭해 재구성하며 살아간다. 여성이 자신의 ‘여성성’을 표현하고 사유하는 방법 역시 지속적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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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주 잠깐 <마주>의 나리가 생각났다. 소설의 주인공 나리는 본인이 얼마나 ’여성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아주 잘 안다.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에서부터, 대학생 때 남자친구에게서, 가족 안에서, 사회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인식하고 있다. 나 역시 그동안 ”사회화“라는 단어를 농담조로 말할 때 그런 의미로 갖다 썼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파악하고 그걸 내재화하거나.. 혹은 수행하기. 그 과정에서 잡음이 나지 않도록 매끄럽게 처신하는 것.
나리는 그런 균열감을 지고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그게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식(때로는 전략)일 때조차도 스스로가 귀엽고 쉬폰 원피스가 잘 어울리고 웃을 때 반달 눈이 된다는 매력이 정작 내면에서는 이질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걸 상기하는 여성.

그나저나 이번 책도 너무 좋다. 김현미 교수님의 적확함, 특히 현장 진단(?)이라고 해야할 지 매번 탄복한다. 내게는 동시대를 가장 잘 읽고 풀어주는 저자 중의 한 분.

어떤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계급 격차와 불평등은 페미니즘이 주창해온 여성들 간의 연대가 매우 순진한 각본임을 환기한다. 하지만 노동 유연화와 일상의 상품화라는 구조에 포섭된 채 현대의 일터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끼어들기’ 전략을 통해 ’썩은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 과연 평등인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 P20

… ‘마음의 보수화‘를 겪는다. 이들은 뿌리 박힌 사회적 불평등은 개인이 개선하기 어려우니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하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공적이라 인식한다. 이 과정은 청년 세대가 타인의 삶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찬호의 지적에 따르면 이들의 능력주의는 기회와 결과의 평등이나 정의 같은 가치를 압도하고 있으며, 자기 계발을 지속하면서 타인에 대한 기준 또한 엄격해지는 모순에 빠졌다. 이들이 모부로부터 전수한 학벌 및 학력 위계주의는 결국 사회적 부정의로 인해 생겨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함으로 이어진다. (…) 현대의 구성원들은 어떤 영역에서 권력 관계의 낮은 자리에 있고 어떤 영역에서는 기득권인, 모순적인 자리를 점한다. 여성으로서는 젠더 불평등의 피해자이지만 ’모부 찬스‘를 성찰 없이 활용할 때는 기득권의 옹호자가 되는 식이다. 이 속에서 근원적 문제를 향하는 실제적인 변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 P46

의견을 표명하는 대신 듣는 미덕을 갖춰야 한다는 등의 규범도 여성성의 지표다. 이렇듯 늘 과장되고 협소한 방식으로 다뤄지는 여성성은 보여지는 것 이상의 내재적 가치 혹은 실행적 자질로서 사유되기 어렵다. 이런 방식으로 상상된 여성성은 종종 특정 여성을 조롱하거나 경멸하는 데 사용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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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딸이 일터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모부는 일터 밖에서 이 과정에 참여한다. 특히 기업이 원하는 여성 신체를 만들어내는 데 중산층 모부는 상상 이상으로 관여하는데, 중요시되는 것은 ‘팔릴 수 있는 느낌’을 만드는 일이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개인에게 자기 책임의 정치학을 활성화시키고, 개개인이 적절한 공적 태도를 갖추도록 자기 통제의 미덕을 강조한다.
여기서 모든 노동자는 자기 노동력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일터에서 요청하는 규칙과 질서를 배워나가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 질서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팔릴 수 있는 느낌‘을 갖기 위해 감정적 스타일과 신체에 대한 기대들을 학습한다. 일터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몸, 감정, 태도를 모두 동원하여 시장성을 만들어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사회 구성원이 될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심문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측정해나간다. 이런 주체 만들기 과정은 젠더화되어 있는 동시에, 경제적 자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계급적 성격을 띤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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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2-22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수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ㅋㅋㅋ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연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유수 2023-12-23 00:06   좋아요 1 | URL
😉🎄❣️

서곡 2023-12-2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댓글을 크리스마스 지나고야 봤습니다 뭔가 불찰이 있었나 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계급 격차와 불평등은 페미니즘이 주창해온 여성들 간의 연대가 매우 순진한 각본임을 환기한다. 하지만 노동 유연화와 일상의 상품화라는 구조에 포섭된 채 현대의 일터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끼어들기’ 전략을 통해 ’썩은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 과연 평등인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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