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마니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6
선자은 지음, 고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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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도움과 사랑의 상징인 마니또, 우리 어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꽤 많은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마니또. 그런 마니또를 이렇게 서늘하게 비틀어도 되는거야?

 

당연히 된다. 될 뿐만 아니라 속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지금 내가 비틀려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아이들은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교실은 '천국'이 아닌 정글일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선생님은 마니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행복한 교실을 꿈꾸며 마니또 제도를 시작하셨다. 그러나 아이들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속셈들은 제각각 다르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있다면 모두가 그것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일에든 왜곡과 상처의 위험이 있다. 그것은 그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다.

 

지율. 반들반들 윤이 나는 깨끗한 백자 같은 아이. 큰 매력은 없이 조용하지만 흠도 없는 아이. 이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나름대로 해결해 가면서 많은 부분이 변해간다. 당당하고 많은 친구들 앞에서 웃고 말할 수 있는 아이로.

 

모모.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반의 왕따(라기보다는 스따) 같은 아이. 지율이의 마니또가 되었다가 누명을 뒤집어쓸 위험에 처하자 뜻하지 않게 지율이 사건의 비밀수사관이 된다. 이 아이는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까?

 

아름. 교실에 하나 아니면 두셋쯤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아이. 관계에 관심이 많고 그것 없이는 존재의미를 못 느끼는 아이. 있으면 외롭지 않지만 때로는 성가시고 피곤한 아이. 나름 순진하지만 그건 단순해서이고 이타적이진 않은 아이.

 

은석. 이런 남자 모범생은 흔치 않다. 이 아이의 행동과 그 동기도 놀랍다. 이 서늘한 현실적 이야기에서 가장 현실과 먼 캐릭터라고 하겠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인물.

 

시현. 예쁘고 못돼먹은 아이. 범행의 동기가 가장 큰 아이. 이 아이가 관연 범인일까?

 

작가는 '작가의 말' 에서 학교생활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학교생활은 사실 이 정도로 치열하다. 고학년이 될수록 교실 안에는 경쟁과 심리전이 팽배하다. 그 속에서 소외되어 약자로 보이는 모모같은 아이도 사실은 복잡한 속을 가진 인간이고, 마냥 착하고 순해 보이던 부회장 지율도 상황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다."

현장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작가의 날카로운 눈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암투는 벌어진다. 단수 낮게시리 치고받고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밑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은 때로 꽤 비겁하기도 교활하기도 하다. 을이어서 서럽던 아이가 이런 엎치락뒤치락을 통해 갑의 자리에 올라서면 단번에 갑질을 시작한다. 그러다 순식간에 다시 추락하기도 하고.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작가의 말' 에는 이런 말도 있다. "마니또 이야기를 한다면 으레 나오는 아름답고 다정한 이야기는 재미없고 싫었다. 이상하고 무섭기도 한 마니또 게임을 통해 진정한 마니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난 작가가 말하는 <진정한 마니또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잘 모르겠다. 단지 내가 느끼는 건 이거다. 어떤 아이가 교실의 권력관계에서 암투를 벌이고 갑의 위치에서 갑질을 하다 추락하며 엎치락 뒤치락의 모습을 보여줄지라도 너무 비난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반면 무척 신뢰가 가는, 반듯한 아이도 있게 마련이지만 그 아이에게 너무나 큰 신뢰로 짐을 지우지도 말자는 것이다. 천성이라는 것도 있고 가정교육도 있고, 따라서 못된 아이 착한 아이 어느 정도는 구분이 된다. 하지만 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큰 실망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날 좀 냉소적인 교사, 아이들과 친밀하지 않은 교사, 열정없이 할 일만 하는 교사로 만든다 해도 어쩔 수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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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3~4학년군 - 배꼽 빠지게 무섭고, 소름 끼치게 우스운 이야기 ㅣ 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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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읽다가 훌륭한 문학작품을 만날 때의 기쁨도 크지만 이 책과 같이 학습과 연계된 좋은 책을 만날 때도 무척이나 반갑다. 학습을 표방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외면하면 아무 보람이 없는데 이 책은 권해줘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아, 재미없어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고,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꼼꼼하게 확인하며 읽으면 우리말 학습에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 같다.

 

이번에 개정된 5학년 국어교과서에 다의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은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교사가 찾아서 제시해주는 낱말로 학습을 하는 것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는데, 좀 더 자기주도적인 활동으로 스스로 사전에서 찾아 활동하게 하면 아이들의 혼동 상황이 눈에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아까워서 무릎을 쳤다. 아~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참고해서 더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작가가 이 책을 쓸 때는 여러 낱말들을 놓고 뜻이 달라지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야기의 내용이 달라지도록 많은 궁리를 해보았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굉장히 즐겁고도 힘든 작업이었을 거라 상상을 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서운 이야기는 우스운 이야기로 바뀌고, 우스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로 바뀌는 설정으로 책 전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맞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들을 고르고, 스토리가 무리없이 흘러가도록 구성하는 작업은 꽤나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니, 작가들에게 이 정도는 뭐 기본인가?ㅎㅎ) 어쨌거나, 일반인들이 구성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이렇게 학습내용에 맞게 구성을 해주시니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일부분을 발췌, 대조해서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스토리 부분과 낱말 풀이 부분이 명확하게 분리된 구조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야기와 학습이 구분되어 있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학습내용은 사전의 구조로 명확하게 따로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생각하고 좋기도 한데, 보통의 학생독자들이 학습부분까지 읽을까 하는 의구심은 좀 든다. 솔직히 나도 학습부분은 그냥 넘기며 일단 스토리를 읽었다. 물론 수업에 활용하려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더 꼼꼼하게 읽어보겠지. 아이들도 그럴 것 같다. 처음부터 학습부분까지 꼼꼼하게 읽을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이야기를 통해 낱말의 차이에 대해서 흥미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학습 부분까지 찾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에 의해서 이토록 커다란 의미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경험이 된다.

 

1,2학년 편에 이어 3,4학년 편이 나온 걸 보니 5,6학년 편도 나올 모양이다. 우리말의 오염을 걱정하고 있는 이 때, 우리말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런 책들의 출간은 참 고마운 일이다.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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