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경계를 넘어
김명희 외 지음 / 새로온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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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은 원격이나 출석연수 대신 '자기연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상황과 관련되는 책들을 찾아 읽고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만큼 왕성히 되질 않네... 그래도 오늘은 이 책을 읽었다.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통합교육은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나도 이 학교 5년 근무 중 1번만 빼고 매번 통합학급을 맡았다. 게다가 느린학습자나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명확히 판명난 아이를 맡는 것만 힘든 게 아니다. 진단명만 없을 뿐 더 힘든 학생들도 많다. 그러니 이제 통합교육은 그냥 예외없는 상황으로 알고 대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은 특수교사 1인 포함, 5분의 초등 선생님이 한 장씩 맡아서 쓰신 글을 엮은 책이다. 통합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1장 통합학급 담임으로 보낸 1년]
20년 경력의 신상미 선생님의 글. 어려운 일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선생님들을 존경하다 어느 해 본인이 직접 그렇게 해보셨다. 교사들이 통합학급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건 힘든 게 싫은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바로 그런 경우다. 통제력이 부족한 내가 그 학급을 맡았다가 장애 학생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되어 학급이 엉망되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신 선생님 또한 자폐 학생 호진이를 만나 고전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시작하였어도 맞닥뜨리는 현실이 만만치 않으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호진이가 내는 반향어가 멈추지 않고 큰 울음으로 진행되어 수업시간에 진땀을 흘리고, 가까이 접근했다가 꼬집혀 난 상처가 손에 가득하다면 어찌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선생님은 의사소통에 집중하셨다. 처음부터 제지나 통제하는 말만 하면 뭔가 말하고 싶었던 호진이는 얼마나 좌절할까. 결국 답답해서 반복과 울음이 더 심해지는 것이라 판단하신 것이다. 때로는 도저히 알아내기 어려워도 일단은 아이가 하고자하는 말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주파수를 찾아가는 시도가 충분히 있어야한다. 선생님은 그 일을 끈기있게 학급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며 잘해내셨다. 때로는 실망감에 주저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객관적 관점에서 학부모의 모든 요구에 즉각 응할 수는 없는데, 그랬다가 멀어지는 관계, 느껴지는 원망... 또 비장애 아이들에게서 때로 느껴지는 이기심과 속셈... 이런 건 그냥 마음을 접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에게 기대하면서 기대하지 않는 것, 이 모순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일단 선생님의 불안감이 낮아졌고 (이게 중요하다. 나도 이게 가장 큰 문제) 조금은 편하게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의 과제와 역할 부여, 성공했을 때의 격려(하이파이브), 이런 것들로 호진이는 점차 학급의 일원이 되어 갔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두고 싶어 적어본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놀라운 방법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즉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그 과정이 교사의 길이었다." (80쪽)

[2장 핵인싸 김동우]
이 글을 쓰신 이원란 선생님은 우연히 들른 도움반 교실에서 자폐학생인 동우를 만나 첫눈에 반해 다음 해에 그 학급을 맡으신 경우다. 아이의 매력에 빠지신 것만으로도 선생님의 성품이 밝고 긍정적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면 나랑 상관없는 아이에게 그렇게 빠질 것 같진 않은데.... 게다가 아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때로 질투심(?)까지 느끼시는 걸 보면 찐사랑꾼이시다. 나한텐 이런 마음이 없어 좀 낯설긴 했다. 학생의 사랑을 왜 갈구해...^^;;; 하지만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 그 성품도 능력이다. 마지막장에 쓰신 문장이 그걸 말해준다.
"나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을 리 없었다. 나도, 보담반 친구들도 동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을 뿐이었다." (147쪽)

조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의,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은 사랑이 부족해서인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예뻐하고 피차의 애정표현을 즐기는 성향도 있고 무덤덤히 책임을 다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이다. 성향에 따른 표현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게다가 마음 다해서 사랑해도 실패하거나 고난에 처할 수 있더라고. 그래도 이왕이면 밝고 따스한 사랑이 퐁퐁 솟아나는 교실에서 행복을 만들기 쉬울 것이다. 지향점을 그렇게 놓고 가자. 그리고 분명한 건, 아이를 싫어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도 이것만은 절대 조심한다. 그래서 아이가 밉거나 괘씸할 때, 그 마음을 없애려고 죽도록 에너지를 쓴다. 이 고통은 남들이 잘 모를 것이다.

2장의 내용이 내내 훈훈할 수 있었던 건 첫째로 학급 아이들, 둘째로 도움반 선생님과의 협력 관계 때문이었다. 동우의 매력을 진심으로 좋아해준 아이들, 엄마와 아빠처럼 공조체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우를 위한 일이라면 일거리가 늘어나는 걸 불사하고 추진하셨던 두 선생님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행복한 통합교실의 전형을 본 것 같았다.

[3장 내가 만났던 아이들, 나를 키워준 아이들]
이 장은 통합학급과 1학년 경험이 많으시고 비고츠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지금은 공모 교장으로 가신 한희정 선생님의 글이다. 10개의 챕터가 들어있었는데 각각의 챕터가 다 다른 학생과의 경험이었다. 진짜 이분은... 이론과 경험을 겸비하신 분이다. 그렇다고 남이 못하는 걸 손쉽게 할 수 있냐? 그럴 리가 없다. 그냥 고생기였다. 맘고생 몸고생. 다만 길을 어느정도 알면서 가기에 선뜻 맡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길을 만들어본 사람이기에 또다른 길을 만들기가 좀 더 쉬울 뿐이다. 또한 좌절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한계점(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특히 가정의 문제)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다경험자의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안팎으로 능력자로 알려진 한선생님이지만 통합교육에 있어선 최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황을 오픈하고 도움을 청할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164쪽)
앞으로 나의 상황도 이럴텐데 나의 성향상 이걸 '아쉬운 소리'라 생각하고 끙끙 앓을 확률이... 지원 인력이나 협력교사의 도움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지면 알겠지. 고양이 손이라도 감사하다고 절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진짜 능력자는 협력을 사양하지 않는다.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역할을 최대치로 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학교 밖의 도움까지도 찾고 찾아 최대한 연결해주려 했던 선생님의 노력이 들어있었고 고마운 기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계점도 존재한다는 것 또한 다시금 느꼈다. 특히 가정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 부모가 자신조차 망가뜨리며 사는 경우 교사 혼자 피를 토해봤자 소용없다. 쓴물을 삼키며 할 수 있는 역할까지만 하는 수밖에.
"교사가 아이의 가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저 안전한 교실을 만들고, 믿어주고 함께하는 어른이라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222쪽)
그래도 이게 최후의 버팀목인 아이들도 꽤 있다. 글 중에 가출해도 학교에는 왔다는 아이, 똑같진 않지만 나도 겪어본 이야기다.ㅠ

한선생님은 학부모와의 소통에도 마음을 많이 쓰셨고 발전의 모습이나 특별한 사건을 가정에 설명해 부모의 불안감을 낮춰주려 노력하셨다. 그런 한쌤도 한 어머니와의 관계에선 또다른 성찰을 하시게 되는데, '기대치'와 '객관적 전달'에 대한 성찰이었다.
"기대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205쪽)
어려움이 휘몰아칠 때 세밀한 부분을 볼 여력이 없을 수 있지만 가능하면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10개나 되는 사례를 읽으며 가장 힘들게 느껴진 경험은 6학년이었다. 비호감이 굳어져 아이들이 기피하는 경우. 이런 때는 아이들에게 내가 상처받는다. 설득이 너무 어렵고, 그나마 예의를 차리는 아이들도 내 앞에서만 잘한다. 그러다 갈등이 폭발하면 모든 화살을 교사에게 돌리는 경우.... 진짜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ㅠㅠ 그래도 아이들의 글에는 희망이 보였다. 선생님의 표현대로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도록 연습'하는 일에 교육력을 써야지 어쩌겠나. 한 번에 되리라는 욕심을 갖지 말고.

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선생님은 이렇게 회상한다.
"매번 나를 한 단계 도약하게 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늘 깨어 성찰하게, 찾아서 배우게, 무엇이든 행동하게 만들었다." (150쪽)
"돌아보면 매번 다른 아이들과 넘쳐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은 내 삶의 역사이자 인생의 양분이었다. (230쪽)
솔직히 도약 안해도 좋으니 평탄한 반을 맡고 싶다...가 나의 진심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던져진 걸. 한쌤의 많은 사례에서 성찰하며 배운다.

[4장 나의 통합교육 연대기]
이 장을 쓰신 김명희 선생님의 성함은 익히 들었다. 관련 강의와 저서에 많이 참여하고 계신 것 같다. 선생님은 자녀를 통해 특수교육에 입문하신 케이스다. 타고난 학습력에 개인적 상황까지 더해져 스펀지처럼 관련 공부를 하신 것 같다. 본인 또한 휴직 중엔 우울증과 공황까지 앓고 계셨으나 사명에 몰두하게 되자 그 증상은 없어졌다.

긴 휴직기간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지방의 작은 혁신학교로 복직하며 선생님의 '실제'는 시작되었다. 배운것을 본인의 연구로 확장하고 적용하는 데 탁월하신 것 같다. 특히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의 접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 나도 이거 연수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감...ㅠㅠ 읽다보니 몇가지 생각나는 것은 있다. 특히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모토. 이거야말로 통합교육과 딱 맞는 목표가 아닌가? 이 책을 읽고나면 수업에 관련된 책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런 분이 가까이 계셔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활동을 조직하고 어떻게 과제를 조정해야 모두 참여하는 수업이 될 수 있는지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5장 통합교육으로 떠나는 여행]
특수교사이신 이종필 선생님의 글. 이분은 페친이라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평소에도 접한 바 있다. 예전부터 '학교에 단독적 존재인 특수교사는 참 업무도 많고 외롭겠다' 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최근의 몇몇 일들로 그 어려움을 더 알게 되었다. 서로 따뜻한 말이라도 나누며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협조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통합담임에 대한 첫 조언부터 매우 실제적이다. 정확한 정보 수집(특히 긍정적 정보), 필요한 지원과 환경 조정 알아보기, 관련 서적 한 권 제대로 읽고 옆에 두며 참고하기 (난 지금 책 읽고 있으니 한가지는 하고 있구나^^;;;)

학생의 강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라는 조언이 당연하면서도 낯설다. 장애학생을 파악할 때 어려움에 늘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강점을 찾아 염두에 두려고 노력하면 여러가지 효과가 따른다. 시각적 지원에 대한 안내도 내겐 새로웠다.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미리미리 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3월 첫 2주는 통합반 적응기간인데, 이때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라는 조언이 아주 가깝게 와 닿았다. 도와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제외하지 말도록 하자.
개별화지원팀회의의 중요성도 알려주셨다. 난 그동안 관련자 모두가 팀으로 모여서 하는 회의는 못해봤다. 특수교사, 담임(나), 학부모 이렇게 셋이 하거나 학부모님이 불참해서 특수교사와 간단히 정보나누고 끝난 적도 있다. 올해는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언어발달이 늦은 학생과의 의사소통 방법도 유용하다. (괜히 특수교사가 아니구나...) 사소한 생활 속의 장면들. 하지만 엄청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

'도전적 행동'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아마 통합학급에 대한 부담감 중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그 행동 중 대부분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다. 그 행동의 이유를 잘 찾는 현명함이 필요한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으면 어쩌지. 걱정이다. 어쨌든 나부터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기, 분리는 신중하게 하기. 잘 기억하고 있자.

가장 많은 고민은 수업참여가 아닐까. 선생님의 설명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있고 기존 자료도 있긴 한데... 우리 학교 특수반 선생님께도 문의해 봐야겠다.

이 모든 것들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섯 분의 선생님 말씀의 공통분모는, 이러한 노력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를 성장시키고 교사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두렵지만 걸음을 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두렵고 말고를 따질 수도 없이 이미 거의 모든 학급이 출발선에 서 있다. 머뭇거려봤자 닥치면 뛰어들게 돼 있어! 좀 더 알고 힘내서 즐겁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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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학 습관의 힘 - 끝까지 잘 달리도록 수학 체력을 기르는
정연우 지음 / 다락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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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아니 올해구나) 저학년을 맡을거 같은데, 넘 오랫만인데다가 역대급 힘든 학년으로 파악되어 있어서 여러가지로 대비가 필요하다. 생활면으로 힘든 건 닥치면서 해결해야지 미리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학습준비는 미리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이 책의 장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일단 독자층이 한정적이지 않고 매우 보편적이다. 학부모가 읽어도 좋겠고 교사에게도 참고가 많이 된다. 교사들 중에서도 저중고학년 고르게 적용이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습관에 관한 책이니 저학년 때 적용할수록 효과가 크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학년을 걱정하며 준비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내용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난 저자샘보다 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교사로서 이런걸 후배들한테 전수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사 배우고 있다는 게 참 부끄럽긴 하다. 수학은 국어 다음으로 시수가 많은 교과이고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연수는 덜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수학시간이 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자람이 항상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저자쌤의 지도내용 중 나와 같은 게 나오면 '오~ 역시 짬밥은 그냥 먹었던 게 아니야' 하면서 위안하기도 하고 '아 이런 부분 내가 소홀했네'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장별로 인상깊은 내용들을 메모하며 읽어보았다.

[1장 내 자녀의 수학공부 잘 되고 있나요?]
여기서 지적한 과잉 공부의 무익함, 심지어 유해함과 위험성에 심히 공감한다. 조급함이 자녀의 지금 당장 점수를 올릴 수는 있다 하더라도 장기전에서 실패하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상누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좋지 않은 습관과 태도를 낳는다. 문제풀이 폭탄을 퍼부어주면 더 중요한 것을 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그 '더 중요한 것'으로 저자샘이 제시하신 것에도 동의한다. 기초체력과 건강(운동), 독서, 악기 배우기 등이다. 특히 악기는 일찍 중단시키는 경우가 내가 체감할 정도로 늘어났다. 내가 젊은 교사였을 시절 악기 배우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종류는 지금보다 적어서 피아노에 한정되었어도 말이다. 4학년만 되어도 반에서 반주자 정도는 쉽게 뽑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5,6학년에서도 힘들다. 고학년 되면 예체능 분야를 다 끊고 교과지도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이유는 "전공시킬 것도 아닌데 왜?"다.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능 한 가지를 갖추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평생 친구와 즐거움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예체능 사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그 수많던 음악학원이 거의 다 사라졌다. 저출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2장 수학공부의 기초체력 만들기]
초등학교 때 꼭 심어야 할 '수학씨앗'으로
- 흥미와 자발성 유지
- 책과 숙제 스스로 챙기기
- 생각하는 힘 기르기
- 독서를 바탕으로 내공 쌓기
이렇게 4가지를 제시하셨다. 학부모님들께 잘 안내드리면 좋을 내용이다.

다음으로 길러야 할 공부 체력은 집중력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것이 어설픈 선행학습이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게 하려면 손에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13쪽) 이거 정말 내가 3월 첫날부터 강조강조하는 학습훈련 첫번째이다. 이걸 허용하는 교사는 반쯤 포기한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중요하다. 교과전담을 할 때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들 책상 위 물건을 제재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어쩌다 한분씩 계셨다. 그반 수업 당연히 잘 안된다. 열에 아홉은 딴짓 딴생각 하고 있다. 이걸 그냥 두고 수업하면 내 목청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올해도 이건 확실히 잡아가며 시작해야겠다.

'먼저 풀지 않기'도 중요하다. 슬쩍슬쩍 이러는 아이들이 있는데 단호히 못하게 해야 한다. 가끔씩 설명이 급해서, 하도 잔소리가 많은 것 같아 다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도 있는데 이것 또한 수학수업의 전제조건이므로 반드시 확실히 해야겠다.

'문제 제대로 읽기'도 강조할 내용이다. 저자샘은 핵심단어, 조건어에 동그라미 치기로 지도하셨다. 이건 내가 못해본 방법이다. 저학년이 될까 싶지만 시범 보여주면서 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겠다. 뭐든 정신차리고 정성껏 생각하면서 하는 연습으로 필요하겠다.

'무엇이든지 하기'라는 아주 애매한 지시어가 있는데, 이건 풀이과정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적어가며 해보라는 뜻 같다. 문제마다 적절한 방식이 다르니 이렇게 통칭했다. 복잡한 문제나 문장제 문제에 필요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든, 식을 쓰든 표를 그리든... 과정을 위해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한두번 말해서 될 게 아닌 것 같지만 처음엔 교사와 함께 하면서 "이런게 '무엇이든지 하기' 예요. 다음엔 여러분이 스스로 해볼 거예요" 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3장 흔들리지 않는 수학실력을 위한 기초 수학 습관]
이 장에는 수학 근력을 다지기 위한 기초 수학 습관 14가지가 나온다.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언급해 보겠다.
- 글씨 바르게 쓰기
글씨가 수학에 중요해? 중요하다! 근데 정말 글씨처럼 바로잡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내가 무른 탓이겠지? 싹다 지우고 쉬는시간에 처음부터 다 쓰게 시키면 어느정도는 잡힌다. 예외없이! 남겨서라도! 근데 나는 이게 좀 안되는 편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될까.... 독하게 먹어야 할 만큼 사실 글씨는 중요하다. 이쁜 글씨를 쓰라는 게 아니다. 반듯하게는 써야 한다.

- 비스듬히 풀지 않기
이건 바른 자세와 관련있다. 아이들 자세의 심각성이 해마다 경신된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경증인 아이들은 3월 한달 잔소리에 바로잡히지만 중증인 아이들은 1년이 가도 고치기 어렵다. 자세 불량인 아이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갖고 있다. 집중력, 글씨, 심지어 식습관 등등... 가정에서 함께 노력하고 본인도 의지를 가져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비스듬히 풀거나 쓰는 습관은 모든 학습에서 안 좋은데 수는 특히 자리값을 따라 똑바로 맞춰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작은 팁으로 세로셈 점착 메모지를 알려주셨는데 학급운영비 쓸 때 기억해 놔야겠다.

- 틀린 문제만 채점하기
저자샘의 채점방식이 나랑 달랐다. 요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저자샘이 나보다 옳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복습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비우고 깨끗하고 눈에 잘 띄게 채점하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동그라미를 번호 가까이 작게 그리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이 틀린 표시에 상처받는다고들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해봤자 솔직히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거 인정한다. 틀린 문제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틀린 답 지우지 않고 옆에 정답 적기
요것도 내가 강조해서 지도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통일하는 게 좋겠다. 채점펜도 적당한 걸로 정해서 내가 일괄 사줘야겠다. 학기초에 필통속 기본준비물로 안내해주긴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다 빼놓고 오는지 아무걸로나 아주 보기싫게 채점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정확하고 깨끗한 채점도 피드백과 복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습관이다.

- 연필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풀기
눈으로 쓰윽 보면서 하면 놓치는게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찾거나 세는 문제는 꼭 이렇게 하는 습관을 들이자.

- 문제 읽고 동그라미 치기
2장에서도 나왔던 내용인데, 대충하지 않고 면밀히 보는 습관. 중요하다.

- 문제와 계산을 구분해서 적기
문제에다 직접 계산하지 말고 문제 옆이나 밑에 계산하라는 뜻이다. 이건 답쓰는 것 뿐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풀이과정을 쓸 때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쓰는 경우를 많이 봐서, 나도 이렇게 지도한다. 등호 한두개 더 쓰는 것에 불과한데도 아이들은 안하면 안되냐며 귀찮아한다. 하지만 저자샘의 설명을 보니 계속 그렇게 지도해야겠다.

세로로 풀기, 맞추어 풀기
- 이건 위의 방법의 연장선으로, 등호를 아래로 쭉 줄맞춰서 계산과정을 쓰는 방법이다. 일목요연하고 어디에서 틀렸는지도 점검, 확인할 수 있으며 오류도 훨씬 적은 것을 볼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도록 연습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질릴 정도의 분량을 주면 안 된다. 1장에서 강조한 과잉공부를 경계하며, 분량은 줄이되 확실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장 수학성적 향상의 지름길, 생각정리 공부법]
이 장의 키워드는 '메타인지'라 하겠다. 메타인지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공부의 재미도 알게 된다. 그게 쉽게 생기는 거라면 걱정할 사람이 없겠지만... 저자샘은 가장 먼저 '설명하면서 문제풀기'를 제안했는데 이건 확실히 일리가 있다.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설명이 막히는 부분, 거기가 바로 내가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다. 오래전 내가 교과전담을 할 때 수업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자 설명을 시나리오처럼 쭉 써본 적이 있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쓰다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그부분 참고자료를 더 찾아본다. 이런 식으로 수업준비를 했더니 수업의 완성도가 제대로 높아졌다. 아이들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설명을 되도록 자주 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그외 모르거나 실수한 부분에 빨간 색 표시하기, 자신만의 주의사항 쓰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셨다. 문장제 문제를 풀 때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문제집에 대한 조언도 있어서 학부모님들에게 참고가 되겠다. 중요한 건 양으로 승부하지 말라는 점! 나도 학부모총회 때 "교과서로만은 숙달 면에서 조금 부족하니 문제집을 풀되 한권만 준비해서 교과서 진도와 맞춰 복습해주세요." 라고 안내하곤 했다. 요즘은 좀 극과 극인 경향을 보인다. 한 권도 안시키거나, 너무 많이 시키거나.... 적정선을 잘 찾으면 좋겠다.

이 장에서는 오답풀이 방법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오답공책을 쓰지 않는다. 한두번 시도해봤다가 접은 경험이 있다. 저자샘은 오답풀이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일괄적 오답공책 쓰기에는 회의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더 고민하고 방법을 확립해야 할 부분이다.

[5장 학년별 수학 공부법]
[6장 수학관련 Q&A 모음]
에도 저자의 내공이 보인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참고할 것이 있다. 수학 관련 보드게임 소개도 들어있다.

리뷰가 엄청 길었는데 나중에 내가 다시 보려고 적은 것... 올해는 나의 취약부분을 좀 채우면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오늘을 연수날로 칠 수 있겠다. 좋은 연수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이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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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두실 마루비 어린이 문학 22
지슬영 지음, 임나운 그림 / 마루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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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의 시대배경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사료가 적은 고대로 갈수록 쓰기 어렵지 않을까? 더구나 문자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라면....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도 있을까? 있다, 바로 이 책이다. 나는 두번째 읽어본다. 첫번째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사라질 아이>고 두번째가 이 책이다. 더 있겠지만 내가 읽어본 중에는 그렇다.

문자로 된 사료가 없는 선사시대 서사의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 작가님 모두 유적에서 찾으셨다. <사라질 아이>는 반구대 암각화, 이 책은 암사동 유적지다. 내가 볼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역시 작가님들의 눈은 남다르다. 뭔가를 길어올리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상상의 힘으로. 그러면 그 시대의 현장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것이다.

신석기시대? 농사를 겨우 시작하고, 여전히 채집과 수렵은 중요한 생산수단이고, 움집을 짓고 부족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그 시대. 그 시대에도 사람이 당연히 살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나와 같은 존재로 여겨 왔었던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지만 아닌 것 같다. 나와 같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존재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엔 생존 자체가 급선무였을 테니까. 하루하루가 살아남기를 위한 과업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의 질이 지금과 달랐을까? 그렇다면 역사가 발전해오지 못했겠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본질에 충실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의 서사를 만들면서 그 시대 아이의 회의와 고민이 이 시대 아이들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첫째는 자존감이고 둘째는 다양성이다. 역시 중요한 화두는 시대를 뛰어넘는가?

두실이는 버들숲 마을의 핵심 사냥꾼인 큰뫼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훌륭한 사냥꾼으로 만들고자 했다. 부족 남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실이에게는 사냥이 맞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초조함과 질책 앞에서 두실은 작아져만 가는데...

두실에게도 좋아하는 일은 있었다. 바로 만들기다. 조개껍데기에 얼굴을 새겨 목걸이로 만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암사동에서 인상깊게 본 유물이 바로 이것), 활과 화살도 잘 만든다. 하지만 역할이 고정된 부족사회에서 그런 재능은 아버지의 수치일 뿐이었다. 반대 상황의 인물도 나온다. 이웃 갈대 마을의 가람비라는 여자아이. 여자아이지만 활을 잘 다루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한다.
"그냥 나로 살면 좋겠다. 달라지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의 나대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살게끔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간다.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지만 책 속 인물들에겐 지독한 재난이다. 많은 희생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들을 생산해 낸 두실, 언제나 두실을 격려하던 단짝친구 흰달, 이웃마을 아이지만 고난을 함께 겪은 가람비, 세 아이가 저마다의 역할로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서사 중 몰입이 안되었던 부분은 두실의 아버지가 마을 화재 때 돌아가신 게 아들의 선물(목걸이)을 챙기다가 그랬다는 부분이다. 티내지 않던 아버지의 부성애를 부각한 설정이라서 감동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게 싫어. 아 목숨이 달렸는데 그딴 물건이 뭐라고... 이런걸 보고 "엄마 T야?" 라고 하는 건가... 어쨌든 감상에 방해되는 나의 성향 중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외의 서사는 기대 이상으로 몰입감과 속도감 있게 읽혔다. 선사시대 이야기를 읽고 Z세대 아이들이 인생과 진로를 논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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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두 번째 이야기 - 2025년 문학나눔 선정도서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최지혜 지음, 김고둥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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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고양이 첫번째 이야기를 못 읽었는데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쓴다. 이전 이야기가 어땠을지 어느정도 짐작은 간다. 짐작이 안 가도 읽는 데 지장은 없고. 첫 권은 2024년에 시작된 새 교육과정 1학년 교과서에 실렸다고 한다. 아직 바뀐 학년 교과서를 면밀히 못봐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림책이 많이 포함된 것 같다. 그림책을 수업에 활용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일반화된 지도 오래되었으니 당연한 흐름인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하게 읽어도 재미있지만 그림책 경험이 많은 아이들일수록 더 재미있게 읽겠다. 수많은 그림책의 표지들이 등장한다. 제목과 윤곽은 흐려져 있지만 읽어본 사람은 알아볼 수 있게. 그리고 이 작가님은 실제로 강화도에서 '바람숲 도서관'이라는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한다! 강화도에 놀러가서 한번 꼭 들러보고 싶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도서관 이름과 같은 제목의 그림책 <바람숲 도서관>을 몇년 전에 읽었다. 작가님은 자신의 소망을 성취해내고, 그 과정을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펴내고 계신 중인듯.... 그러기가 쉽지 않을텐데 참 대단하시다.

이 책 또한 도서관의 실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도서관 고양이 레오. 이후 발견된 아기고양이 설탕과 소금이까지, 모두 실제 도서관의 고양이라니, 도서관에 방문해서 얘네들을 만나면 괜시리 무척 반가울 것 같은데?^^

도서관의 모습이 화면마다 가득가득 담겼는데 실제 모델이 있으니 그 모습을 반영해서 그리지 않았을까? 외부도 내부도 무척 아름답다. 산자락에 위치한 도서관까지 가는 길과 주변엔 나무와 꽃들이 가득하고, 도서관 내부도 구석구석 아기자기 예쁘다. 복층 구조의 계단과 벽면 책장이 리모델링한 우리학교 도서실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한가지 다른 점은 고양이들이 한식구라는 점!

이 책은 고양이 레오가 화자다. 어느날 레오는 가냘픈 울음소리를 듣고 2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발견했다. 아기고양이들은 레오를 따랐고 그렇게 도서관의 새 식구가 되어 설탕과 소금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아가들이 들어와 이제 레오의 물건들은 레오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온갖 말썽도 참아 주었건만, 딱 한번 폭발한 날에 꾸중을 듣고 억울해 하는 레오. 그 주변에 흩어져 있는 그림책이 '소피가 화나면, 정말정말 화나면' '가시 소년' '고함쟁이 엄마' 여서 정말 웃겼다. 작가님들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시다. 이 유머는 그림책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되지만.

위의 장면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아가들에게 "당장 내 그림책에서 나와!" 하고 심술을 부리던 레오는 어느새 아가들과 함께 그림책 속 모험을 하고 있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냥?" 하기도 하고, 커다란 사과 속에 들어가 여러 동물들과 함께 사과를 먹기도 하고.... 이런 장면들에 나온 그림책들이 (일부러 유명한 책들로 하셨겠지만) 다 아는 책들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나이든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기뻐하겠냐고!^^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슬퍼.... 아주 자극적으로 슬프진 않은데 은은하게 슬퍼.... 설탕이랑 소금이는 레오만큼 자랐고 이제 못하는 것도 없어. 사람들한테 인기도 많고. 이제 레오는 자연의 섭리대로 갈 길을 가는 거야. 그것 또한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모두의 가는 길이 그렇기를.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너무 괴롭지도 않기를.

레오야. 이젠 도서관을 지켜보고 있어? 너를 계속 만날 수 있게 이렇게 책이 나와서 기쁘지? 아이들, 도서관, 고양이는 참 소중해. 너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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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집이에요 바람그림책 158
나카가와 치히로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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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화자가 나와서 자기 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 화자는 자연 속의 작은 생물들부터 시작한다. 개미, 나비, 거미... 각자가 자기 집을 좋아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끝에는 약간의 곤란한 점이나 위험한 점, 성가신 점 등이 따라붙곤 하는데 대체로 천적이거나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하지만 그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대수롭지 않은 일로 표현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사는 생명들의 마음가짐인 걸까.

개미네 집은 모두가 알다시피 땅 속에 많은 방들이 있다. 부지런한 개미들은 열심히 방을 만들지만 삽질 한방에 쉽게 뒤집히는 게 개미집이기도 하다. 나비네 집은 노랑과 초록으로 된 동그란 집. 집이자 아가들의 먹이이기도 한, 바로 배추! 이어서 나비들을 위협하는 거미, 거미들을 위협하는 제비가 연이어서 나온다. 냉정하게 말하면 먹이사슬이면서도 슬프거나 끔찍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제비를 집적거리는 건 고양이다. 고양이의 집은 집사랑 사는 그곳이지. 집사의 품에 안겨 잠을 자면서도 "내가 귀여우니 어쩔 수 없지." 하는 고양이. 마지막으로 집사의 집. 여기 나온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마당 있고, 해가 잘 들며 온갖 초록과 따뜻한 색깔들이 함께 있는 집이다. 누구나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는 추억 속의 집. 하지만 이런 집에서 살려면, 수많은 생명을 품고 함께 살려면 엄청 부지런해야지. 그런 생각부터 튀어나오는 나는 회색도시에 적응해버린, 일 못하고 게으른 사람.^^;;;

윤곽선 없이 부드럽게 퍼지는 그림이 따스하고 평안한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자세하진 않지만 각 생물들의 생태도 간결하게 나타나 있어 생태그림책의 요소도 어느정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나비의 애벌레는 배추를 먹고 성충이 된 나비는 유채꽃과 라벤더 등의 꽃꿀을 먹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매끈매끈하고 동그란, 초록과 노랑이 섞인 집' '어른을 위한 까페' 이렇게 시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서 지식책의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림만큼 언어도 부드럽다는 뜻이다.

읽을 때 꼭 음독을 추천하고 싶다. 가정에서라면 부모와 자녀가, 학교에서라면 교사와 학생이 각 화자들의 역할을 맡아 소리내어 읽어보면 한층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고나서 "아주 멋진 집이에요."로 시작하는 자기 집 소개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학교에서 할 때는 좀 세심한 인도가 필요하긴 하겠다.

집만큼 소중한 게 또 얼마나 있을까. 나같은 집순이가 아니라도 집은 최종 안식처니까. 집은 모든 걸 내려놓고 가장 편한 내가 될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아이,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거나 집에서도 쉼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집'을 소중하게 가꾸는데 좀더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좀 그래야겠다. 정리도 좀 하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어떤 생명이든 다른 생명의 '집'을 침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사실 범인은 온리 인간이지 뭐...ㅠ 이 책의 색감처럼 아름다운 색 속에서 살고 싶다면 다른 생명들의 터전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참 많은 것을 담은 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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