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 쑥쑥! 진짜 초등국어 공부법 - 교사 학부모 모두를 위한 문해력 수업 지침서
박지희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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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 선생님 연수도 들은 적이 있어 선생님의 국어수업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선생님은 경력도 많으시지만 경력이 많다고 모두 이렇게 자신의 수업이 확립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진 않는다. 이학년 저학년 널뛰듯 옮겨다니고 해마다 바뀌는 업무에 적응하느라 혼을 빼고 하다보면 자신의 수업을 성찰하고 체계를 세울 새도 없이 다음 일에 휩쓸리게 된다. 핑계긴 하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해내신 분도 계시니까. 이런 분이 선배님으로 계셔서, 그리고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건 책과는 관련 없는 말이지만, 이렇게 실수업에 역량이 뛰어나신 분이 공모 교장 제안을 수락하고 그 일 또한 존경스럽게 해내신 후에 다시 평교사로 돌아오신 모든 과정에도 경의를 표한다. 작금의 나라꼴을 보더라도 훌륭한 리더는 정말 드물다. 천연기념물, 아니 멸종위기동물 정도 되는 것 같다. 실무 능력과 판단력은 커녕 제정신 똑바로 박힌 인간도 드물어.... (물론 학교는 나라꼴보다는 나음)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역할을 다하시고 미련없이 제자리로 돌아오신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멋있다. 이 책을 읽으며 교실에서 1학년 아이들에 둘러싸여 지내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자주 연상되었다. 그게 선생님의 가장 본연의 모습이라고 이 책이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문해력'을 표방하고 있다. 요즘 부쩍 문해력, 문해력 하는데 문해력이 무엇인가? 국어실력인가? 그것도 아주 틀리진 않지만 모든 교과 전반에 필요한 역량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말하자면 배움과 학습의 도구라는 것이다.
"문해력은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를 통한 자기만의 사고의 틀을 만드는 전 과정이 문해력입니다." (18쪽)

이렇게 중요한 문해력, 어떻게 기를까? 선생님의 지론은 '가르쳐야 배운다'는 것이다. 철렁하는 말이다. 물론 교육과정 자체가 문해력을 가르치도록 짜여져 있으니 개별 교사가 각각 '문해력을 가르치고 말테다' 하고 불끈 해야만 지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체계와 현 단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좀더 효과적인 활동을 구성하려 노력할 필요는 있다.

저자는 그 단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1)뿌리 문해력 : 태아부터 학령기 전까지. 양육자의 이야기나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정서가 안정되고 문해력의 뿌리가 내림
2)초기 문해력 : 초등 저학년. 문자학습 시기. 문해력의 골든타임.
3)기본 문해력 : 초등 중학년. 사실적 이해와 독해력이 자라는 시기
4)기능 문해력 : 초등 고학년. 추론적 읽기, 비판적 읽기 단계

각 단계를 잘 다져야 다음 단계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이 발달은 아이가 경험하는 기회의 양과 질의 차이에 좌우된다. 이것을 제공하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내 생각에 기회, 환경 이것의 차이는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날 수 있겠지만 치명적 차이는 가정에서 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교사 학부모 모두를 위한' 으로 부제를 붙이고 쓰신 것 같다. 양육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많이 제시해 주셨다. 사실 나는 '보호자들에게 어떤 기대도, 요구도 하지 말자, 내 할일만 최선을 다해 하자' 라는 태도로 살고 있어서 이 내용들이 몹시 새삼스러웠다. 아이들에게 가정활동을 제시해주고 보호자와 함께 하라고 하거나 확인을 받게 하려면 귀에 환청이 들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 성가셔 죽겠네. 학교에서 끝내지 쫌."
"누군 좋은지 몰라서 안해? 퇴근하면 피곤하고 시간없는 걸 어쩌라고. 누구 약올려?"
왜 내 귀엔 이런 소리가 들릴까....ㅠ 저자가 교장으로 계실 때와 지금 담임하는 반에서 '가정에서 책읽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놀랄만한 변화를 보셨다고 한다. 객관적으로. 아 고민된다. 올해는 학부모총회때 학부모 추천도서를 넣으려고 한다. 이 책을 첫번째로 넣겠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십시오.

경험과 환경 제공이라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긴 하나 그렇다고 학교에서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학습정서(저학년) - 인지능력 - (중학년) - 사고력(고학년)의 발달과정을 염두에 두고 각 단계에 맞는 활동을 촘촘히 계획해서 해야 한다.

나의 수업에 빈 구멍을 찾아가면서 읽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휘력'이었다. 어휘력이 중요한 줄은 알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훈련이 부족했다. 저자는 어휘불리기 공책 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셨는데 나도 이부분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저자가 개발하신 교재도 있던데 그것도 좀 살펴봐야겠다.

이상과 같이 문해력 전반에 대한 내용이 1부(문해력, 가르쳐야 배웁니다) (1~4장)이고 2부는 갈래별 지도방법이다.(문해력, 갈래별 초등국어 공부로 키웁니다) (5~10장) 여기서부터는 장별로 메모하며 읽었다.

[5장 문해력 기초를 다지는 한글공부]
1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은 한글공부다. 이때 문자 세상에 대한 좋은 첫인상, 즉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하며 지도해야 한다. 앞당겨 강요는 역효과를 내니 부모님들은 이걸 주의해야 한다. 방송에서 아직 학령기도 먼 아이를 쥐잡듯 잡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렇게 미리 조바심 내다가 첫인상을 망쳐버리면 시작부터 망할 수가 있다. 이때는 애를 잡지 말고 부모 본인이 애써야 한다. 읽어주고, 들려주고, 보여주고.
"문자들의 결합으로 의미가 생기고 서사가 생기는 이야기의 세계를 맛보게 했을 때 아이들은 문자 세상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것입니다." (113쪽)
"한글교육의 핵심은 다양한 읽기자료나 읽기방식을 도입하고, 배움의 단계를 촘촘하게 나눠 숱한 반복과 학습을 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짜는 데 있습니다." (114쪽)
이건 교사들이 숙고해야 할 내용들이다.

또한 저자는 "유창하게 읽을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읽게 해야 합니다" (119쪽)라며 음독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데, 이건 학교와 가정 양쪽에서 많이 활동시켜야 할 것 같다. 최근 몇년간 중학년을 지도하면서 갈수록 '함께 소리맞춰 읽기'가 잘 되지 않아 당황하고 고민하던 중 깨달은 점이 있다. 학생들 개별 읽기 유창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각자가 유창하지 않으니 같이 시작해도 같이 끝나지지 않아 함께읽기의 의미가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분량을 한문장 정도로만 줄이고 교사와 번갈아 읽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유창성도 제때 길러주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가도 저절로 늘지 않는구나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일정 분량을 날마다 소리내어 읽은 경험을 가진 아이가 극소수였다. 난 올해 이건 확실히 강조해야겠다. 안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할 사람은 할 수 있도록.

[6장 마음을 가꿔 주는 그림책 수업]
그림책은 진입장벽이 낮고 접근성이 좋은데다 훌륭한 예술 장르이자 교육 자료이기도 해서 매니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예전부터 해 오시던 분들 또한 꾸준히 실천하고 계시다. 저자가 우선 강조하는 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읽어주기'이다. 특히 저학년에선 하루의 루틴에 넣어 날마다 읽어주기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읽어준 책을 가정에서 부모님에게 소개하고 부모님 글씨로 알림장에 제목을 적어오는 방법을 소개하셨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좋아보인다. 그렇게 하면서 집에서의 읽어주기로 유도하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읽어주기에서 더 나아가 그림책을 수업에 들여올 수 있다. 그림책 한 권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수업주제에 다양한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교사의 아이디어가 관건이라고 할 만하다. 여러가지 활용 사례를 알려주셨다. 이 부분만 떼어 책을 따로 쓰셔도 좋을 정도다. 그림책 수업 관련은 무수히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말이다.

[7장 마음의 결을 다듬는 동화 수업]
더욱 짧은 숏폼에 익숙해져 집중력을 잃어가는 집중력 상실의 시대에 동화읽기는 집중력을 키우면서도 삶을 풍부하게 합니다. (163쪽)
위의 말씀처럼 집중력의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시대에 동화수업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집중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동화수업은 필요하며, 타인의 삶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 공감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동화수업은 결국 혼자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인데, 읽어주기를 빨리 중단해 버리면 혼자 읽어내기 어려운 아이들은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고 책을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읽어주기, 조금 더 나아가서 함께읽기(온작품읽기)는 중,고학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필요하다. 교사의 안내(필요시 해석)이 곁들여진 온작품읽기는 개인 독해력 부족을 커버해주어 함께 읽기에 성공하게 하고, 스스로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끄는 다리 역할을 해준다.

촘촘하게 짜여진 교육과정에 온작품읽기를 넣으려면 시수가 부족하므로 재구성이 필요하며, 이때 학년의 성취기준에 맞추어 활동 구성을 하면 교과서로만 수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성취기준은 그것대로 달성할 수 있다. 이 책에 그 예시가 잘 나와있다. 또한 성취기준에 따른 다양한 전략들도 소개되어 있어 활동 구상에 참고가 되겠다. 예시로 드신 책을 선정해도 좋고, 다른 책을 선정한다 하더라도 전략은 충분히 참고가 가능하다.

[8장 공감과 소통 능력을 기르는 시 수업]
제목에 저자의 목표가 나와있다. '공감과 소통'
"우리가 늘 만나는 상황이 시적 상황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218쪽) 이 대목이 나와 같아서 반가웠다. 난 아주 잘하고 있진 못하지만.... 교실에 수십권의 시집을 비치해두고 자주 제공하는 것, 나도 하고 있어서 뿌듯^^;; 하지만 시집만 있다고 끝은 아니므로 저자의 구체적인 방법들은 많은 참고가 된다. 개인적으로 <시로 감정사전 만들기> <시와 동화책 그림책 연결하기> 챕터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겼다. 동시캠프까지 여신 것을 보니 저자의 스케일은 역시... 때로는 행사도 필요하니 유용한 정보가 되겠다.

시를 쓰는 데 있어서 아이들에게 시적 상황의 포착이 중요함을 알고는 있는데... 나는 그걸 구체화하진 못한 것 같다. 바깥활동이나 운동회 등 생생한 경험이 있을 때 바로 시를 쓰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그렇게 해도 맹탕인 '무맛' 시들이 갈수록 더 나오더란 말이지... 저자는 아이들의 '감정'과 연결지어 시적 상황들을 모으게 하고 그중에서 글감을 정해 쓰게 하셨는데 이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아가서는 아이들이 수시로, 스스로 시적상황을 포착하고 시를 쓸 수 있다면 모두가 시인인 학급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한 쓰기의 전략이 많이 들어있었다. 이부분만 봐도 이 책이 월척임을 알 수 있다. 안읽고 뭣들하세요. 강추.

[9장 정보를 재생산하는 설명글 수업]
여기서부터는 비문학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의 수업을 보니 장르에 대한 단절적인 구분보다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수업하셨다는 느낌이 든다. 아뭏든 비문학(정보) 자료도 살아가며 많이 접할, 나아가서 생산해야 할 자료들이므로 수업에 공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비문학이라고 해서 재미없다고 하기엔 요즘 흥미로운 정보책들이 워낙 많으므로 적절히 활용하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독서취향도 정보책들을 선호하는 취향이 제법 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보이지만 절대 적지 않은 설명글. 이 책에 그 방법이 충실하게 나와있다.

[10장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만나는 주장글 수업]
마지막장은 주장글이다. 초보적 글은 저학년도 가능하겠지만 어느정도 내용을 갖추려면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난이도 있는 장르라 할 수 있다. 관점 파악 훈련부터 시작하신 저자의 지도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장도 뭘 알아야 할 수 있으니 배경지식을 넓히기 위한 독서를 한 점. 이건 앞장의 설명글과도 연계가 되면서 평소 나도 중요하게 여기고 하던 수업이라 반갑기도 했다. 또한 배경지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생활 속 요청을 담은 주장글쓰기도 의미있었다. 설명글과 함께 주장글도 짜임이 중요한 장르라 짜임을 익히기 위한 활동들도 잘 안내되어 있다. 활용하신 책 제목들도 유용하다.

이렇게 총 10장의 내용을 다 읽었다. 이걸 하루에 받은 연수라고 생각하면 분량이 엄청나다. (음 뿌듯한 하루) 원격연수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읽으면서 메모하는 이런 방식이 내게는 훨씬 맞는 것 같다. 다른 선생님들께도 추천한다. 단 정독을 해야 됨. 1장은 학부모님들, 2장은 교사의 마음을 두드릴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 (교사는 1,2장 모두 유용) 지식과 경험, 노하우의 보고를 이렇게 엮어서 내어주신 것에 감사하며 긴 메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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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가는 날 - 한글 캐릭터북 북멘토 그림책 27
이정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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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서 제목만 보고 신청할 책을 고르면서 '캐릭터북'이라고 써있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제꼈다. 그러다가 '가만! 한글 캐릭터북? 이게 어떤 책이지?' 하고 찾아 보았다. 우와 이거 대박이잖아? 놓쳤으면 아쉬울 뻔했네! 완전 탐스런 그림책이었다.

오늘 책이 도착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 선물해도 좋겠고, 학급문고로도 좋을 책이다. 교사들이 보면 여러가지 수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책이기도 하다. 아이와(또는 아이들과) 놀이하듯 웃으며 넘기기에 좋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왁자지껄하게 읽을 책!

작가님은 이 책과 시리즈로 함께 나온 책, 두 권이 첫 책인 것 같은데 앞으로 쭉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모든 사물에 눈, 코, 입을 달고 싶어하는 캐릭터 그림책 작가입니다' 라는 소개가 특이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이러한 캐릭터 디자인 작업이 이어질 모양이다. 어린이들의 디자인 활동에도 영감을 줄 수 있겠다.

한글의 자랑거리가 많지만 대표적인 것들은 다 아는 얘기니 생략하고, 이렇게 디자인으로 접근하기에도 좋은 문자라고 생각한다. 4학년 국어교과서에 '자랑스러운 한글' 이라는 단원이 있었고 마지막 차시 활동이 '한글로 물건에 디자인하기'였다. 우리반은 티셔츠 디자인을 했었는데, 특색있는 작품도 꽤 있었지만 그냥 자모음 몇개 넣은 밋밋한 작품들도 있었다. 이 책이 있었더라면 영감이 아주 대폭발했을 거 같은데....ㅎㅎㅎ 아쉬워라.

저학년이 한글을 배울 때도 좋을 것 같다. 일단 글자에 재미와 친근감을 가지기에 좋다. 그리고 저학년 아이들의 창의성과 표현력은 때로 감탄스럽다. 우와 어쩜 이렇게 그렸냐, 나는 못그리겠다 싶을 때가 많다. 한글을 배워가며 이런 그림 활동을 쭉 연계하고 작품들을 신경써서 전시해주면 서로의 작품들을 통해서도 배우며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도 떠오르고.

디자인에 촛점을 맞춘 책이지만 나름 서사는 있다. 오늘은 학교 '안' 가는 날이어서 신나게 놀아보려 한다. 숲으로 달려 풀, 나무, 벌레, 새도 만나고 땀 뻘뻘 흘리며 놀다 이런! 똥이 마려워! (이거 저학년에서 빠지면 안되는 포인트ㅋ) 이러저러하다 결국은 집에 돌아가 엄마를 만나고 평안한 밤을 맞는 이야기... 쉬운 서사라서 바로 파악 가능하지만 글자에 집중하며 읽다가 천천히 파악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글자디자인. 참 매력적이네. 글자에서 느낌이 스멀스멀 모락모락 때론 콸콸 쏟아져. 작가님은 물론 전공자이고 이쪽에 주력하고 계시니까 탁월하겠지만, 때로 아이들의 창의성에서도 보물을 캘 때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바쁜 일상에서 선물처럼 주어지는 보너스. 올해 한번 기대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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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경계를 넘어
김명희 외 지음 / 새로온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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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은 원격이나 출석연수 대신 '자기연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상황과 관련되는 책들을 찾아 읽고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만큼 왕성히 되질 않네... 그래도 오늘은 이 책을 읽었다.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통합교육은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나도 이 학교 5년 근무 중 1번만 빼고 매번 통합학급을 맡았다. 게다가 느린학습자나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확실히 체감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명확히 판명난 아이를 맡는 것만 힘든 게 아니다. 진단명만 없을 뿐 더 힘든 학생들도 많다. 그러니 이제 통합교육은 그냥 예외없는 상황으로 알고 대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책은 특수교사 1인 포함, 5분의 초등 선생님이 한 장씩 맡아서 쓰신 글을 엮은 책이다. 통합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1장 통합학급 담임으로 보낸 1년]
20년 경력의 신상미 선생님의 글. 어려운 일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선생님들을 존경하다 어느 해 본인이 직접 그렇게 해보셨다. 교사들이 통합학급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건 힘든 게 싫은 이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바로 그런 경우다. 통제력이 부족한 내가 그 학급을 맡았다가 장애 학생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되어 학급이 엉망되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신 선생님 또한 자폐 학생 호진이를 만나 고전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시작하였어도 맞닥뜨리는 현실이 만만치 않으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호진이가 내는 반향어가 멈추지 않고 큰 울음으로 진행되어 수업시간에 진땀을 흘리고, 가까이 접근했다가 꼬집혀 난 상처가 손에 가득하다면 어찌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선생님은 의사소통에 집중하셨다. 처음부터 제지나 통제하는 말만 하면 뭔가 말하고 싶었던 호진이는 얼마나 좌절할까. 결국 답답해서 반복과 울음이 더 심해지는 것이라 판단하신 것이다. 때로는 도저히 알아내기 어려워도 일단은 아이가 하고자하는 말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주파수를 찾아가는 시도가 충분히 있어야한다. 선생님은 그 일을 끈기있게 학급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며 잘해내셨다. 때로는 실망감에 주저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객관적 관점에서 학부모의 모든 요구에 즉각 응할 수는 없는데, 그랬다가 멀어지는 관계, 느껴지는 원망... 또 비장애 아이들에게서 때로 느껴지는 이기심과 속셈... 이런 건 그냥 마음을 접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에게 기대하면서 기대하지 않는 것, 이 모순된 줄타기를 해야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일단 선생님의 불안감이 낮아졌고 (이게 중요하다. 나도 이게 가장 큰 문제) 조금은 편하게 서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의 과제와 역할 부여, 성공했을 때의 격려(하이파이브), 이런 것들로 호진이는 점차 학급의 일원이 되어 갔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두고 싶어 적어본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놀라운 방법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 즉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그 과정이 교사의 길이었다." (80쪽)

[2장 핵인싸 김동우]
이 글을 쓰신 이원란 선생님은 우연히 들른 도움반 교실에서 자폐학생인 동우를 만나 첫눈에 반해 다음 해에 그 학급을 맡으신 경우다. 아이의 매력에 빠지신 것만으로도 선생님의 성품이 밝고 긍정적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라면 나랑 상관없는 아이에게 그렇게 빠질 것 같진 않은데.... 게다가 아이의 사랑을 확인하고 때로 질투심(?)까지 느끼시는 걸 보면 찐사랑꾼이시다. 나한텐 이런 마음이 없어 좀 낯설긴 했다. 학생의 사랑을 왜 갈구해...^^;;; 하지만 사랑이 필요하지 않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 그 성품도 능력이다. 마지막장에 쓰신 문장이 그걸 말해준다.
"나에게 특별한 비결이 있을 리 없었다. 나도, 보담반 친구들도 동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을 뿐이었다." (147쪽)

조금,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의,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은 사랑이 부족해서인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예뻐하고 피차의 애정표현을 즐기는 성향도 있고 무덤덤히 책임을 다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이다. 성향에 따른 표현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게다가 마음 다해서 사랑해도 실패하거나 고난에 처할 수 있더라고. 그래도 이왕이면 밝고 따스한 사랑이 퐁퐁 솟아나는 교실에서 행복을 만들기 쉬울 것이다. 지향점을 그렇게 놓고 가자. 그리고 분명한 건, 아이를 싫어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도 이것만은 절대 조심한다. 그래서 아이가 밉거나 괘씸할 때, 그 마음을 없애려고 죽도록 에너지를 쓴다. 이 고통은 남들이 잘 모를 것이다.

2장의 내용이 내내 훈훈할 수 있었던 건 첫째로 학급 아이들, 둘째로 도움반 선생님과의 협력 관계 때문이었다. 동우의 매력을 진심으로 좋아해준 아이들, 엄마와 아빠처럼 공조체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동우를 위한 일이라면 일거리가 늘어나는 걸 불사하고 추진하셨던 두 선생님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행복한 통합교실의 전형을 본 것 같았다.

[3장 내가 만났던 아이들, 나를 키워준 아이들]
이 장은 통합학급과 1학년 경험이 많으시고 비고츠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지금은 공모 교장으로 가신 한희정 선생님의 글이다. 10개의 챕터가 들어있었는데 각각의 챕터가 다 다른 학생과의 경험이었다. 진짜 이분은... 이론과 경험을 겸비하신 분이다. 그렇다고 남이 못하는 걸 손쉽게 할 수 있냐? 그럴 리가 없다. 그냥 고생기였다. 맘고생 몸고생. 다만 길을 어느정도 알면서 가기에 선뜻 맡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며 길을 만들어본 사람이기에 또다른 길을 만들기가 좀 더 쉬울 뿐이다. 또한 좌절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한계점(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특히 가정의 문제)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다경험자의 노하우라 할 수 있겠다.

안팎으로 능력자로 알려진 한선생님이지만 통합교육에 있어선 최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황을 오픈하고 도움을 청할 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164쪽)
앞으로 나의 상황도 이럴텐데 나의 성향상 이걸 '아쉬운 소리'라 생각하고 끙끙 앓을 확률이... 지원 인력이나 협력교사의 도움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지면 알겠지. 고양이 손이라도 감사하다고 절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진짜 능력자는 협력을 사양하지 않는다.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역할을 최대치로 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학교 밖의 도움까지도 찾고 찾아 최대한 연결해주려 했던 선생님의 노력이 들어있었고 고마운 기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한계점도 존재한다는 것 또한 다시금 느꼈다. 특히 가정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 부모가 자신조차 망가뜨리며 사는 경우 교사 혼자 피를 토해봤자 소용없다. 쓴물을 삼키며 할 수 있는 역할까지만 하는 수밖에.
"교사가 아이의 가정을 바꿀 수는 없다. 그저 안전한 교실을 만들고, 믿어주고 함께하는 어른이라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222쪽)
그래도 이게 최후의 버팀목인 아이들도 꽤 있다. 글 중에 가출해도 학교에는 왔다는 아이, 똑같진 않지만 나도 겪어본 이야기다.ㅠ

한선생님은 학부모와의 소통에도 마음을 많이 쓰셨고 발전의 모습이나 특별한 사건을 가정에 설명해 부모의 불안감을 낮춰주려 노력하셨다. 그런 한쌤도 한 어머니와의 관계에선 또다른 성찰을 하시게 되는데, '기대치'와 '객관적 전달'에 대한 성찰이었다.
"기대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205쪽)
어려움이 휘몰아칠 때 세밀한 부분을 볼 여력이 없을 수 있지만 가능하면 이런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10개나 되는 사례를 읽으며 가장 힘들게 느껴진 경험은 6학년이었다. 비호감이 굳어져 아이들이 기피하는 경우. 이런 때는 아이들에게 내가 상처받는다. 설득이 너무 어렵고, 그나마 예의를 차리는 아이들도 내 앞에서만 잘한다. 그러다 갈등이 폭발하면 모든 화살을 교사에게 돌리는 경우.... 진짜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ㅠㅠ 그래도 아이들의 글에는 희망이 보였다. 선생님의 표현대로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도록 연습'하는 일에 교육력을 써야지 어쩌겠나. 한 번에 되리라는 욕심을 갖지 말고.

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선생님은 이렇게 회상한다.
"매번 나를 한 단계 도약하게 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늘 깨어 성찰하게, 찾아서 배우게, 무엇이든 행동하게 만들었다." (150쪽)
"돌아보면 매번 다른 아이들과 넘쳐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연들은 내 삶의 역사이자 인생의 양분이었다. (230쪽)
솔직히 도약 안해도 좋으니 평탄한 반을 맡고 싶다...가 나의 진심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던져진 걸. 한쌤의 많은 사례에서 성찰하며 배운다.

[4장 나의 통합교육 연대기]
이 장을 쓰신 김명희 선생님의 성함은 익히 들었다. 관련 강의와 저서에 많이 참여하고 계신 것 같다. 선생님은 자녀를 통해 특수교육에 입문하신 케이스다. 타고난 학습력에 개인적 상황까지 더해져 스펀지처럼 관련 공부를 하신 것 같다. 본인 또한 휴직 중엔 우울증과 공황까지 앓고 계셨으나 사명에 몰두하게 되자 그 증상은 없어졌다.

긴 휴직기간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지방의 작은 혁신학교로 복직하며 선생님의 '실제'는 시작되었다. 배운것을 본인의 연구로 확장하고 적용하는 데 탁월하신 것 같다. 특히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의 접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 나도 이거 연수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감...ㅠㅠ 읽다보니 몇가지 생각나는 것은 있다. 특히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모토. 이거야말로 통합교육과 딱 맞는 목표가 아닌가? 이 책을 읽고나면 수업에 관련된 책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런 분이 가까이 계셔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활동을 조직하고 어떻게 과제를 조정해야 모두 참여하는 수업이 될 수 있는지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5장 통합교육으로 떠나는 여행]
특수교사이신 이종필 선생님의 글. 이분은 페친이라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평소에도 접한 바 있다. 예전부터 '학교에 단독적 존재인 특수교사는 참 업무도 많고 외롭겠다' 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최근의 몇몇 일들로 그 어려움을 더 알게 되었다. 서로 따뜻한 말이라도 나누며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협조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통합담임에 대한 첫 조언부터 매우 실제적이다. 정확한 정보 수집(특히 긍정적 정보), 필요한 지원과 환경 조정 알아보기, 관련 서적 한 권 제대로 읽고 옆에 두며 참고하기 (난 지금 책 읽고 있으니 한가지는 하고 있구나^^;;;)

학생의 강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라는 조언이 당연하면서도 낯설다. 장애학생을 파악할 때 어려움에 늘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강점을 찾아 염두에 두려고 노력하면 여러가지 효과가 따른다. 시각적 지원에 대한 안내도 내겐 새로웠다.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미리미리 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3월 첫 2주는 통합반 적응기간인데, 이때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라는 조언이 아주 가깝게 와 닿았다. 도와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제외하지 말도록 하자.
개별화지원팀회의의 중요성도 알려주셨다. 난 그동안 관련자 모두가 팀으로 모여서 하는 회의는 못해봤다. 특수교사, 담임(나), 학부모 이렇게 셋이 하거나 학부모님이 불참해서 특수교사와 간단히 정보나누고 끝난 적도 있다. 올해는 좀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언어발달이 늦은 학생과의 의사소통 방법도 유용하다. (괜히 특수교사가 아니구나...) 사소한 생활 속의 장면들. 하지만 엄청 중요한 인생의 문제들.

'도전적 행동'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아마 통합학급에 대한 부담감 중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그 행동 중 대부분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다. 그 행동의 이유를 잘 찾는 현명함이 필요한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으면 어쩌지. 걱정이다. 어쨌든 나부터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기, 분리는 신중하게 하기. 잘 기억하고 있자.

가장 많은 고민은 수업참여가 아닐까. 선생님의 설명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있고 기존 자료도 있긴 한데... 우리 학교 특수반 선생님께도 문의해 봐야겠다.

이 모든 것들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섯 분의 선생님 말씀의 공통분모는, 이러한 노력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를 성장시키고 교사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두렵지만 걸음을 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두렵고 말고를 따질 수도 없이 이미 거의 모든 학급이 출발선에 서 있다. 머뭇거려봤자 닥치면 뛰어들게 돼 있어! 좀 더 알고 힘내서 즐겁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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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수학 습관의 힘 - 끝까지 잘 달리도록 수학 체력을 기르는
정연우 지음 / 다락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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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아니 올해구나) 저학년을 맡을거 같은데, 넘 오랫만인데다가 역대급 힘든 학년으로 파악되어 있어서 여러가지로 대비가 필요하다. 생활면으로 힘든 건 닥치면서 해결해야지 미리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학습준비는 미리 되어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이 책의 장점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일단 독자층이 한정적이지 않고 매우 보편적이다. 학부모가 읽어도 좋겠고 교사에게도 참고가 많이 된다. 교사들 중에서도 저중고학년 고르게 적용이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습관에 관한 책이니 저학년 때 적용할수록 효과가 크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학년을 걱정하며 준비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내용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솔직히 난 저자샘보다 10년 이상 경력이 많은 교사로서 이런걸 후배들한테 전수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사 배우고 있다는 게 참 부끄럽긴 하다. 수학은 국어 다음으로 시수가 많은 교과이고 중요 과목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연수는 덜 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수학시간이 좀 안정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모자람이 항상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저자쌤의 지도내용 중 나와 같은 게 나오면 '오~ 역시 짬밥은 그냥 먹었던 게 아니야' 하면서 위안하기도 하고 '아 이런 부분 내가 소홀했네'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장별로 인상깊은 내용들을 메모하며 읽어보았다.

[1장 내 자녀의 수학공부 잘 되고 있나요?]
여기서 지적한 과잉 공부의 무익함, 심지어 유해함과 위험성에 심히 공감한다. 조급함이 자녀의 지금 당장 점수를 올릴 수는 있다 하더라도 장기전에서 실패하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사상누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좋지 않은 습관과 태도를 낳는다. 문제풀이 폭탄을 퍼부어주면 더 중요한 것을 할 시간이 필연적으로 부족하다. 그 '더 중요한 것'으로 저자샘이 제시하신 것에도 동의한다. 기초체력과 건강(운동), 독서, 악기 배우기 등이다. 특히 악기는 일찍 중단시키는 경우가 내가 체감할 정도로 늘어났다. 내가 젊은 교사였을 시절 악기 배우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종류는 지금보다 적어서 피아노에 한정되었어도 말이다. 4학년만 되어도 반에서 반주자 정도는 쉽게 뽑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5,6학년에서도 힘들다. 고학년 되면 예체능 분야를 다 끊고 교과지도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이유는 "전공시킬 것도 아닌데 왜?"다. 이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능 한 가지를 갖추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평생 친구와 즐거움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나는 예체능 사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그 수많던 음악학원이 거의 다 사라졌다. 저출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도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2장 수학공부의 기초체력 만들기]
초등학교 때 꼭 심어야 할 '수학씨앗'으로
- 흥미와 자발성 유지
- 책과 숙제 스스로 챙기기
- 생각하는 힘 기르기
- 독서를 바탕으로 내공 쌓기
이렇게 4가지를 제시하셨다. 학부모님들께 잘 안내드리면 좋을 내용이다.

다음으로 길러야 할 공부 체력은 집중력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것이 어설픈 선행학습이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경청하는 습관이 생기게 하려면 손에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113쪽) 이거 정말 내가 3월 첫날부터 강조강조하는 학습훈련 첫번째이다. 이걸 허용하는 교사는 반쯤 포기한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중요하다. 교과전담을 할 때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들 책상 위 물건을 제재하지 않으시는 선생님이 어쩌다 한분씩 계셨다. 그반 수업 당연히 잘 안된다. 열에 아홉은 딴짓 딴생각 하고 있다. 이걸 그냥 두고 수업하면 내 목청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올해도 이건 확실히 잡아가며 시작해야겠다.

'먼저 풀지 않기'도 중요하다. 슬쩍슬쩍 이러는 아이들이 있는데 단호히 못하게 해야 한다. 가끔씩 설명이 급해서, 하도 잔소리가 많은 것 같아 다 지적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도 있는데 이것 또한 수학수업의 전제조건이므로 반드시 확실히 해야겠다.

'문제 제대로 읽기'도 강조할 내용이다. 저자샘은 핵심단어, 조건어에 동그라미 치기로 지도하셨다. 이건 내가 못해본 방법이다. 저학년이 될까 싶지만 시범 보여주면서 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겠다. 뭐든 정신차리고 정성껏 생각하면서 하는 연습으로 필요하겠다.

'무엇이든지 하기'라는 아주 애매한 지시어가 있는데, 이건 풀이과정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적어가며 해보라는 뜻 같다. 문제마다 적절한 방식이 다르니 이렇게 통칭했다. 복잡한 문제나 문장제 문제에 필요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든, 식을 쓰든 표를 그리든... 과정을 위해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한두번 말해서 될 게 아닌 것 같지만 처음엔 교사와 함께 하면서 "이런게 '무엇이든지 하기' 예요. 다음엔 여러분이 스스로 해볼 거예요" 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3장 흔들리지 않는 수학실력을 위한 기초 수학 습관]
이 장에는 수학 근력을 다지기 위한 기초 수학 습관 14가지가 나온다.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언급해 보겠다.
- 글씨 바르게 쓰기
글씨가 수학에 중요해? 중요하다! 근데 정말 글씨처럼 바로잡기 어려운 것도 없다. 내가 무른 탓이겠지? 싹다 지우고 쉬는시간에 처음부터 다 쓰게 시키면 어느정도는 잡힌다. 예외없이! 남겨서라도! 근데 나는 이게 좀 안되는 편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될까.... 독하게 먹어야 할 만큼 사실 글씨는 중요하다. 이쁜 글씨를 쓰라는 게 아니다. 반듯하게는 써야 한다.

- 비스듬히 풀지 않기
이건 바른 자세와 관련있다. 아이들 자세의 심각성이 해마다 경신된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그나마 경증인 아이들은 3월 한달 잔소리에 바로잡히지만 중증인 아이들은 1년이 가도 고치기 어렵다. 자세 불량인 아이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문제들을 함께 갖고 있다. 집중력, 글씨, 심지어 식습관 등등... 가정에서 함께 노력하고 본인도 의지를 가져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비스듬히 풀거나 쓰는 습관은 모든 학습에서 안 좋은데 수는 특히 자리값을 따라 똑바로 맞춰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작은 팁으로 세로셈 점착 메모지를 알려주셨는데 학급운영비 쓸 때 기억해 놔야겠다.

- 틀린 문제만 채점하기
저자샘의 채점방식이 나랑 달랐다. 요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저자샘이 나보다 옳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복습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비우고 깨끗하고 눈에 잘 띄게 채점하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동그라미를 번호 가까이 작게 그리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이 틀린 표시에 상처받는다고들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해봤자 솔직히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거 인정한다. 틀린 문제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틀린 답 지우지 않고 옆에 정답 적기
요것도 내가 강조해서 지도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통일하는 게 좋겠다. 채점펜도 적당한 걸로 정해서 내가 일괄 사줘야겠다. 학기초에 필통속 기본준비물로 안내해주긴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다 빼놓고 오는지 아무걸로나 아주 보기싫게 채점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정확하고 깨끗한 채점도 피드백과 복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습관이다.

- 연필로 하나씩 체크하면서 풀기
눈으로 쓰윽 보면서 하면 놓치는게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찾거나 세는 문제는 꼭 이렇게 하는 습관을 들이자.

- 문제 읽고 동그라미 치기
2장에서도 나왔던 내용인데, 대충하지 않고 면밀히 보는 습관. 중요하다.

- 문제와 계산을 구분해서 적기
문제에다 직접 계산하지 말고 문제 옆이나 밑에 계산하라는 뜻이다. 이건 답쓰는 것 뿐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풀이과정을 쓸 때 등식이 성립하지 않게 쓰는 경우를 많이 봐서, 나도 이렇게 지도한다. 등호 한두개 더 쓰는 것에 불과한데도 아이들은 안하면 안되냐며 귀찮아한다. 하지만 저자샘의 설명을 보니 계속 그렇게 지도해야겠다.

세로로 풀기, 맞추어 풀기
- 이건 위의 방법의 연장선으로, 등호를 아래로 쭉 줄맞춰서 계산과정을 쓰는 방법이다. 일목요연하고 어디에서 틀렸는지도 점검, 확인할 수 있으며 오류도 훨씬 적은 것을 볼수 있다.

이런 습관을 들이도록 연습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질릴 정도의 분량을 주면 안 된다. 1장에서 강조한 과잉공부를 경계하며, 분량은 줄이되 확실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장 수학성적 향상의 지름길, 생각정리 공부법]
이 장의 키워드는 '메타인지'라 하겠다. 메타인지가 있어야 경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공부의 재미도 알게 된다. 그게 쉽게 생기는 거라면 걱정할 사람이 없겠지만... 저자샘은 가장 먼저 '설명하면서 문제풀기'를 제안했는데 이건 확실히 일리가 있다.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설명이 막히는 부분, 거기가 바로 내가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다. 오래전 내가 교과전담을 할 때 수업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자 설명을 시나리오처럼 쭉 써본 적이 있었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쓰다가 막히는 부분은 내가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그부분 참고자료를 더 찾아본다. 이런 식으로 수업준비를 했더니 수업의 완성도가 제대로 높아졌다. 아이들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설명을 되도록 자주 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그외 모르거나 실수한 부분에 빨간 색 표시하기, 자신만의 주의사항 쓰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셨다. 문장제 문제를 풀 때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문제집에 대한 조언도 있어서 학부모님들에게 참고가 되겠다. 중요한 건 양으로 승부하지 말라는 점! 나도 학부모총회 때 "교과서로만은 숙달 면에서 조금 부족하니 문제집을 풀되 한권만 준비해서 교과서 진도와 맞춰 복습해주세요." 라고 안내하곤 했다. 요즘은 좀 극과 극인 경향을 보인다. 한 권도 안시키거나, 너무 많이 시키거나.... 적정선을 잘 찾으면 좋겠다.

이 장에서는 오답풀이 방법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오답공책을 쓰지 않는다. 한두번 시도해봤다가 접은 경험이 있다. 저자샘은 오답풀이를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일괄적 오답공책 쓰기에는 회의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더 고민하고 방법을 확립해야 할 부분이다.

[5장 학년별 수학 공부법]
[6장 수학관련 Q&A 모음]
에도 저자의 내공이 보인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참고할 것이 있다. 수학 관련 보드게임 소개도 들어있다.

리뷰가 엄청 길었는데 나중에 내가 다시 보려고 적은 것... 올해는 나의 취약부분을 좀 채우면서 수업을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오늘을 연수날로 칠 수 있겠다. 좋은 연수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건 이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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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두실 마루비 어린이 문학 22
지슬영 지음, 임나운 그림 / 마루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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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의 시대배경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사료가 적은 고대로 갈수록 쓰기 어렵지 않을까? 더구나 문자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라면....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도 있을까? 있다, 바로 이 책이다. 나는 두번째 읽어본다. 첫번째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사라질 아이>고 두번째가 이 책이다. 더 있겠지만 내가 읽어본 중에는 그렇다.

문자로 된 사료가 없는 선사시대 서사의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두 작가님 모두 유적에서 찾으셨다. <사라질 아이>는 반구대 암각화, 이 책은 암사동 유적지다. 내가 볼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역시 작가님들의 눈은 남다르다. 뭔가를 길어올리고,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상상의 힘으로. 그러면 그 시대의 현장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것이다.

신석기시대? 농사를 겨우 시작하고, 여전히 채집과 수렵은 중요한 생산수단이고, 움집을 짓고 부족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그 시대. 그 시대에도 사람이 당연히 살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나와 같은 존재로 여겨 왔었던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지만 아닌 것 같다. 나와 같은 희로애락을 느끼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존재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엔 생존 자체가 급선무였을 테니까. 하루하루가 살아남기를 위한 과업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의 질이 지금과 달랐을까? 그렇다면 역사가 발전해오지 못했겠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본질에 충실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살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까마득한 옛날의 서사를 만들면서 그 시대 아이의 회의와 고민이 이 시대 아이들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첫째는 자존감이고 둘째는 다양성이다. 역시 중요한 화두는 시대를 뛰어넘는가?

두실이는 버들숲 마을의 핵심 사냥꾼인 큰뫼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훌륭한 사냥꾼으로 만들고자 했다. 부족 남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실이에게는 사냥이 맞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초조함과 질책 앞에서 두실은 작아져만 가는데...

두실에게도 좋아하는 일은 있었다. 바로 만들기다. 조개껍데기에 얼굴을 새겨 목걸이로 만들기도 하고 (작가님이 암사동에서 인상깊게 본 유물이 바로 이것), 활과 화살도 잘 만든다. 하지만 역할이 고정된 부족사회에서 그런 재능은 아버지의 수치일 뿐이었다. 반대 상황의 인물도 나온다. 이웃 갈대 마을의 가람비라는 여자아이. 여자아이지만 활을 잘 다루고 사냥꾼이 되고 싶어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서로에게 공감한다.
"그냥 나로 살면 좋겠다. 달라지려고 애쓰지 말고, 원래의 나대로."

이 아이들이 그렇게 살게끔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 책은 흥미를 더해간다.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지만 책 속 인물들에겐 지독한 재난이다. 많은 희생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도구들을 생산해 낸 두실, 언제나 두실을 격려하던 단짝친구 흰달, 이웃마을 아이지만 고난을 함께 겪은 가람비, 세 아이가 저마다의 역할로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서사 중 몰입이 안되었던 부분은 두실의 아버지가 마을 화재 때 돌아가신 게 아들의 선물(목걸이)을 챙기다가 그랬다는 부분이다. 티내지 않던 아버지의 부성애를 부각한 설정이라서 감동적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게 싫어. 아 목숨이 달렸는데 그딴 물건이 뭐라고... 이런걸 보고 "엄마 T야?" 라고 하는 건가... 어쨌든 감상에 방해되는 나의 성향 중 하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외의 서사는 기대 이상으로 몰입감과 속도감 있게 읽혔다. 선사시대 이야기를 읽고 Z세대 아이들이 인생과 진로를 논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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