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의 선물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2
문승연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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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환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은 무엇으로 그렸을까? 했더니 석판화라고 한다. 그림책의 표현기법이 다양한 것도 참 풍성하고 재미난 일이다.

 

그림의 분위기와 같이 내용도 참 따뜻하다. 첫 번째 장면에서 쥐는 달토끼가 선물한 떡을 맛있게 먹는다. 다시 앞장을 살펴보니 속표지 그림에 달토끼가 예쁜 보자기에 정성껏 싼 떡을 쥐에게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옆에 방아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달토끼가 열심히 방아를 찧어 만든 떡인가보다.

 

그 떡을 맛있게 먹으며 쥐는 생각한다. '선물은 참 좋은 거구나. 나도 친구에게 선물을 해야지.'

 

그래서 친구들 간에 선물의 릴레이가 이어진다.  참 예쁘게도 이 아이들은 모두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친구에게 건넨다. 오직 친구가 기뻐했으면 하는 그 마음 하나로.

 

근데, 뱀이 곰에게 선물을 할 때 쥐가 준 나팔을 함께 주는 장면에서는 '엥?' 했다. 원래 내가 받은 선물은 누구에게 주는게 아니지 않나? 여기서는 이렇게 해서 선물이 누가되어 마지막에 선물을 받은 훈이는 이 모든 선물을 몽땅 받게 되었다. 그건 좀... 아니지 싶다. 서로서로 하나씩만 건네었어도 충분히 기쁜 일이 되지 않았을까? 친구가 나에게 준 건 소중히 간직하고 말이다.

 

몽땅 선물을 받은 훈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친구들 모두를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떡잔치를 벌였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다.

 

내가 "엥?" 했던 부분을 설마 아이들도 지적하지는 않겠지?^^ 무섭게 자기 것을 챙기는 아이들보다 좀 속이 없어보여도 남 주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그 학급은 운영할 맛이 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기를 소망한다. 가진게 많지 않아도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욕심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따뜻한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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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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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분들이 머리를 모아서 쓴 책이라 그런지 다양한 구성과 깨알같은 재미가 돋보인다.

 

사실 재밌는 책일 수는 없는데.... 슬프고 답답하고 고단한 현실을 그려낸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건 재밌는 거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고단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도 늘 죽을상을 하고 살지는 않는다. 힘든 가운데서도, 때로는 분노하고 투쟁하는 가운데서도,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찾으며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래서 내게는, 눈물겨우면서도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소위 정규직 철밥통인 나는 비정규직 분들의 서러움과 고통을 잘 모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교 비정규직 분들을 보면서, 능력과 하시는 일에 비해서 보수가 이렇게 적을 수가 있나, 너무 심하다 생각한 적은 많이 있지만 거기에서 생각을 더 넓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랑 가장 친한 우리 학교 사서 선생님. 비정규직이다. 이 분의 업무능력은 늘 나를 감탄시킨다. 꼼꼼함과 깔끔함은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수준이고 아이들을 관리하는 능력도 꽤 좋으시다. 이분은 올해 처음 전일제 근무를 하시게 되었다. 하지만 보수는 나의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안다. 근무시간은 거의 같은데.

 

수업을 하면서 가장 고마운 과학실험보조 선생님.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실로 내려가면 정확히 세팅되어 있는 실험도구들. 수업이 끝나면 신속히 정리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저런 분이 없으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마음에 감사해진다.

 

요즘은 컴퓨터가 없으면 업무도 수업도 힘들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달려와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해결능력으로 처리해 주시는 전산보조 선생님. 이 분도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다.

 

우리 학교 천 명의 밥을 해주시는 조리사 분들, 직접 접하는 분들이 아니라서 얼마나 힘드신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분들도 비정규직이라 겪는 고통이 크다고 들었다.

 

이분들 모두 하시는 일에 비해 보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만족하시기는 힘들 것 같다.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차피 학교에 이런 분들은 꼭 필요하고 이 분들도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쌓기에 힘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효율적으로 일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에는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공통점을 찾자면 다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는 것이다. 간병인, 방송작가, 시간강사, 화물차 운전사, 아파트 경비원, 마트 계산원 등이 나온다. 불안전한 고용과 낮은 임금이 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있다.

 

301호에 사는 강대희 씨는 이들 중 유일하게 비정규직의 설움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정규직이냐면 그건 아니고 소위 말하는 백수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중퇴를 했으며, 혼자서 익힌 일본어 실력으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40만원 정도를 받아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는 등록금과 알바로 고생하는 103호 대학생 김태희의 멘토 노릇을 자청한다. 그의 말은 거의 진리다.

 

“나는 백수라기보다는 ‘자발적 취업 거부자’라고나 할까. 나는 사람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안 맞는 사람이야. 그래서 최대한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나는 최소한의 노동을 하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어. 나는 소비를 부추기는 분위기나 광고 따위에 절대 넘어가지 않아.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재활용품 가게는 나에게 그리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지. 무언가 사기 위해 돈을 버느라 온 시간을 바치는 대신, 덜 사고 덜 쓰는 대신 내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쓰겠다는 거야. 나는 불행한 돈의 노예보다는 행복한 게으름뱅이의 삶을 선택한 거야. 난 가난뱅이지만 행복해.”

 

불행한 돈의 노예가 가득한 우리 사회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에 가고, 그러나 대학을 나와도 뾰족한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되고, 자식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고.... 이렇게 불행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어도 해법을 나는 모르겠다. 단 한 가지, 위에 쓴 강대희 씨의 말처럼 우리는 욕심을 많이 버려야 한다는 것... 하지만 개인의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니 옳은 외침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합해야 한다는 것... 정도다.

 

사실 우리의 싸움이 욕심과의 싸움인 것은 맞다. 종류도 다르고 크기도 방향도 다른 온갖 종류의 욕심. 그것들과의 어려운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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