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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3~4학년군 - 배꼽 빠지게 무섭고, 소름 끼치게 우스운 이야기 ㅣ 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정유소영 지음, 서현 그림, 이재승 감수 / 시공주니어 / 2015년 10월
평점 :
아이들 책을 읽다가 훌륭한 문학작품을 만날 때의 기쁨도 크지만 이 책과 같이 학습과 연계된 좋은 책을 만날 때도 무척이나 반갑다. 학습을 표방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외면하면 아무 보람이 없는데 이 책은 권해줘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아, 재미없어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고,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꼼꼼하게 확인하며 읽으면 우리말 학습에도 상당한 효과를 볼 것 같다.
이번에 개정된 5학년 국어교과서에 다의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은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교사가 찾아서 제시해주는 낱말로 학습을 하는 것은 무난하게 진행이 되는데, 좀 더 자기주도적인 활동으로 스스로 사전에서 찾아 활동하게 하면 아이들의 혼동 상황이 눈에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아까워서 무릎을 쳤다. 아~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참고해서 더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작가가 이 책을 쓸 때는 여러 낱말들을 놓고 뜻이 달라지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야기의 내용이 달라지도록 많은 궁리를 해보았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굉장히 즐겁고도 힘든 작업이었을 거라 상상을 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서운 이야기는 우스운 이야기로 바뀌고, 우스운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로 바뀌는 설정으로 책 전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 맞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들을 고르고, 스토리가 무리없이 흘러가도록 구성하는 작업은 꽤나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니, 작가들에게 이 정도는 뭐 기본인가?ㅎㅎ) 어쨌거나, 일반인들이 구성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이렇게 학습내용에 맞게 구성을 해주시니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일부분을 발췌, 대조해서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스토리 부분과 낱말 풀이 부분이 명확하게 분리된 구조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야기와 학습이 구분되어 있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학습내용은 사전의 구조로 명확하게 따로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이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생각하고 좋기도 한데, 보통의 학생독자들이 학습부분까지 읽을까 하는 의구심은 좀 든다. 솔직히 나도 학습부분은 그냥 넘기며 일단 스토리를 읽었다. 물론 수업에 활용하려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더 꼼꼼하게 읽어보겠지. 아이들도 그럴 것 같다. 처음부터 학습부분까지 꼼꼼하게 읽을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이야기를 통해 낱말의 차이에 대해서 흥미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학습 부분까지 찾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에 의해서 이토록 커다란 의미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만으로도 꽤 좋은 경험이 된다.
1,2학년 편에 이어 3,4학년 편이 나온 걸 보니 5,6학년 편도 나올 모양이다. 우리말의 오염을 걱정하고 있는 이 때, 우리말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런 책들의 출간은 참 고마운 일이다.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