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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 두통 씨의 경제 이야기,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권재원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권재원 선생님의 책을 사려고 검색하면 꼭 같이 뜨는 책이 있다. 동명이인 작가분이 쓰신 책이다. 이분도 저서가 꽤 많다. 특히 이 책이 가장 많이 읽히는 것 같다. 표지를 수없이 보았던 책인데, 어린이 경제 책을 찾느라고 드디어 읽어보았다.^^
재원이라는 고학년 여학생과 아이의 저금통 ‘두통 씨’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경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그중 ‘돈’이라는 소재 한 가지를 가지고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온다.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그래서 경제라는 폭넓은 주제 속에서 매우 한정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읽어보니 의외로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었다. 그렇구나, 돈을 빼놓고는 경제를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책의 서술은 대화식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지하고 읽기에 무리가 없다. 삽화는 2도 인쇄로 되어있는데 사용된 주황과 파랑이 모두 피곤한 색이어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림도 꽤 중요한데 그림의 친근감이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제작자의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칼라였다면 더 읽고 싶은 책이었을 것 같다.
첫 장에서는 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물교환에서 시작된 화폐의 발생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로 시작되어 ‘돈은 가치를 재는 도구’라는 결론을 내린다.
2장의 제목은 ‘돈의 생명은 믿음’이다. 이는 단순히 신용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없이 화폐를 통한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 장에서 은행의 기원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3장은 2장과 반대로 ‘안전하지 않은 돈’이 제목이다. 돈의 질서가 무너져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쟁이나 경제공황 등등이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도 역시 ‘믿음’이다. “답은 하나뿐이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4장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는 돈’이라는 제목으로 지역화폐와 타임달러 등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통화제도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5장에서는 돈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제목은 ‘돈이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다. 이 장의 내용이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두통 씨의 말주머니 몇 개를 인용하면 이렇다.
“돈을 대단하다고 여길수록 부작용도 나타나.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거든.”
“돈은 모든 가치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경제 활동에 필요한 가치 그리고 벌금처럼 사회적으로 정해진 가치만을 보여 주거든. 그러니 돈이 보여 주는 가치가 전부는 아니지.”
“돈으로 표시되지 않은 가치를 생각해야 가난한 자들과 자연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수 있어.”
꽤 맘에 드는 책이었지만 지금 4학년인 우리반 아이들과 읽기에는 살짝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 애기들이 많이 어려서 말이다.ㅎ 아이들과 함께 읽고 부드럽게 이야기가 굴러가려면 6학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교사의 지도가 좀 들어간다면 5학년 정도? 말하자면 초등 대상으로 경제의 ‘입문책’이라기엔 좀 어렵고 ‘중급책’ 정도로 적당하겠다.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한번 읽어보길 권해보고는 싶다. 난 경제책 정도는 아이들에게 1권 정도 읽히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면서 찾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욕심이 생긴다. 입문-초급-중급으로 3권 정도는 읽히고 싶다. 아~ 참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