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 골라골라 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4
최영희 지음, 조경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에서는 흔치 않게 환경SF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있는 장치들이 많아서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을거라 생각한다.

1. 외계인이 등장한다. 언뜻 보기에 공 모양으로 단순하게 생긴 '아그리꼴라'라는 외계인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며 지구인을 몰아내고 지구에 자리잡아 농사짓고 살아가는게 목표다.

2. 외계인에게 고용된 지구인이 있다. 식물학자 김도경 박사.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받고 그들을 위해 씨앗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주다가 그들의 무서운 계획에 뒤늦게 정신이 들어서 도망쳐 동네 문방구 할머니로 살아간다.

3. 막다른 곳에 몰린 문방구 할머니, 아니 김박사는 독자들과 같이 평범한 아이에게 모든 비밀과 능력을 전달한다. 이제 지구의 운명을 짊어진 아이. 바로 주인공 풍이다.

4. 아그리꼴라들이 뿌린 씨앗에서 싹튼 식물이 지구를 뒤덮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아이들이 붙인 이 식물의 이름이 바로 책의 제목인 '인간만 골라골라 풀' 즉, 식인식물이다.

5. 풍이를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 동네 누나와 친구. 그리고.... 동물들이다. 특히 미친 염소라 통하는 동네 흑염소 염맨의 활약이 눈부시다.

결국 작고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으로 지구는 위기를 모면하며 이 책은 끝나지만, 여러가지 연상되는 비극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에게 걱정과 숙제를 남긴다. 탄소화합물에 불과한 다이아몬드를 위해 일하다 지구의 운명을 통째로 넘겨줄 뻔 한 김박사의 모습과,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포식자다!" 라는 외계인의 말이 그렇다. 회복되기 어려운 지구환경을 진작에 감지했고, 그 결말을 향해 가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과 그것으로 운영되는 인간세상의 시스템. 다소 황당무계한 미래소설 같은 이 동화는 은근히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시리즈 중 한 권이다. 4학년 정도가 딱 좋을 것 같고 5학년도 괜찮겠다. 환경문제와 지구의 내일을 고민하며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 두통 씨의 경제 이야기,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권재원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재원 선생님의 책을 사려고 검색하면 꼭 같이 뜨는 책이 있다. 동명이인 작가분이 쓰신 책이다. 이분도 저서가 꽤 많다. 특히 이 책이 가장 많이 읽히는 것 같다. 표지를 수없이 보았던 책인데, 어린이 경제 책을 찾느라고 드디어 읽어보았다.^^

 

재원이라는 고학년 여학생과 아이의 저금통 두통 씨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경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그중 이라는 소재 한 가지를 가지고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온다.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그래서 경제라는 폭넓은 주제 속에서 매우 한정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읽어보니 의외로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었다. 그렇구나, 돈을 빼놓고는 경제를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책의 서술은 대화식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지하고 읽기에 무리가 없다. 삽화는 2도 인쇄로 되어있는데 사용된 주황과 파랑이 모두 피곤한 색이어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림도 꽤 중요한데 그림의 친근감이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제작자의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칼라였다면 더 읽고 싶은 책이었을 것 같다.

 

첫 장에서는 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물교환에서 시작된 화폐의 발생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로 시작되어 돈은 가치를 재는 도구라는 결론을 내린다.

 

2장의 제목은 돈의 생명은 믿음이다. 이는 단순히 신용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없이 화폐를 통한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 장에서 은행의 기원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3장은 2장과 반대로 안전하지 않은 돈이 제목이다. 돈의 질서가 무너져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쟁이나 경제공황 등등이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도 역시 믿음이다. “답은 하나뿐이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4장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는 돈이라는 제목으로 지역화폐와 타임달러 등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통화제도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5장에서는 돈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제목은 돈이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 이 장의 내용이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두통 씨의 말주머니 몇 개를 인용하면 이렇다.

돈을 대단하다고 여길수록 부작용도 나타나.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거든.”

돈은 모든 가치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경제 활동에 필요한 가치 그리고 벌금처럼 사회적으로 정해진 가치만을 보여 주거든. 그러니 돈이 보여 주는 가치가 전부는 아니지.”

돈으로 표시되지 않은 가치를 생각해야 가난한 자들과 자연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수 있어.”

 

꽤 맘에 드는 책이었지만 지금 4학년인 우리반 아이들과 읽기에는 살짝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 애기들이 많이 어려서 말이다.아이들과 함께 읽고 부드럽게 이야기가 굴러가려면 6학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교사의 지도가 좀 들어간다면 5학년 정도? 말하자면 초등 대상으로 경제의 입문책이라기엔 좀 어렵고 중급책정도로 적당하겠다.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한번 읽어보길 권해보고는 싶다. 난 경제책 정도는 아이들에게 1권 정도 읽히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면서 찾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욕심이 생긴다. 입문-초급-중급으로 3권 정도는 읽히고 싶다. ~ 참아야 하느니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와 마을이 하나되는 전통놀이
전인구 지음, 박정원 그림 / 테크빌교육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에서는 공부보다 놀이가 어렵다는 말에 나는 거의 동의한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어렵다. 교사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의 체감은 그렇다. 저학년은 그냥 놀이터에 데려가 시간만 주어도 잘 논다. 놀이의 창의성도 훨씬 뛰어나다. 거기에 교사가 새로운 놀이로 조금만 이끌어 주어도 즐거워하며 잘 논다. 그런데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욕구가 분화되면서 한가지 놀이로 아이들을 묶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미 선호도가 굳어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해주기를 요구하며(축구나 피구가 대표적) 다른 놀이들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시들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아이들 성향과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그런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쉽지 않다. 노는 거니까 교사도 부담없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나처럼 놀이의 흥이 없는 선생은 아이들 안에서 자발적 흥이 나오지 않을 때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전통놀이를 통한 성공의 경험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을 살펴보며 오랜 세월 살아남은 검증된 놀이들이 왜 학교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할까 생각해 봤는데, 지속성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놀이도 숙달이 되어야 재미있는 법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여유있게 시간을 주지 못하고 너무 조급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나도 아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투리체육시간을 잘 채우는 달팽이놀이부터 사방치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 그런가하면 몸싸움이 되기 쉬워 시도해보지 못한 오징어놀이, 개뼈다귀 놀이 등도 있다. 놀면서 넘어지거나 긁히는 정도는 예사였던 옛날에야 이런 놀이가 즐거움이었지만 학교생활 중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담임이 죄인되는 시대에 이런 놀이는 못할 것 같다. 나도 살아야되니까 말이다. 저자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몸싸움이 좀 덜 되는 방식으로 규칙을 추가해 주시기는 했다. 그래도 위험요소가 완벽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하긴 몸을 움직이는 놀이 중 안전성 100%의 놀이는 없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다는 것이 문제지....ㅠ

반가운 놀이가 눈에 띄었는데 '와리가리'라는 놀이였다. 10여년 전 점심시간에 우리반 남자아이들이 매일 신나게 하던 놀이다. 그걸 수업시간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못했고, 정확한 경기방식도 잘 몰랐는데 이 책에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이걸 가장 먼저 적용해볼 것 같다.

2장에 있는 다문화 전통놀이도 의미있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유사한 민담이 공존하듯이 놀이도 그런 것 같다. 딱히 어디서 유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유사한 형태의 놀이들이 여러 나라에서 함께 발견된다. 놀이와 함께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운동장 수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주변 아파트 재건축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라도 운동장 수업은 앞으로 갈수록 위축될 것이다. 혹한기, 혹서기를 빼고 나면 봄 가을 조금 남는데 그나마도 미세먼지 보통 이상인 날을 찾으면 며칠 되지도 않는다. 아파트 어머니들은 운동장을 내려다 보시다가 운동장에 어느 반이 나와 뛰면 득달같이 전화를 하신다. 학교에 운동장이 이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지경이다.

학교의 시설도 이에 맞추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작은 일이 아니라서 솔직히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체육관이나 그에 준하는 실내 시설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참 슬픈 현실이지만 말이다....ㅠ 그럴 때 이 책에 나온 놀이들을 할 수 있는 고정공간들과 자유공간들이 적절히 배치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담임교사가 매번 경기장을 그려서 수업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8자놀이, 달팽이놀이, 사방치기, 삼국지피구 정도는 고정적으로 그려져 있다면 활용하기 편리하겠다.

전통놀이지만 전통의 옛방식 그대로 흙바닥에서 놀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하지만 놀이 자체는 긴 세월을 두고 살아남은 놀이들이니 다음 세대에까지 꾸준히 이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제 그 역할이 교사들에게 지워져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깨가 무겁다. 막연하지 않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빽빽하지 않은 지면구성이 보기 편해서 좋았다. 단, 삽화가 처음보는 그림체여서 처음에는 좀 헉! 했었다.^^;;; 난 단정하고 귀여운 그림체가 좋은데.... 하지만 계속 보다보니 좀 적응이 되고 움직임을 잘 살리는 그림이라 장점도 있었다. 여러 분야에서 관심과 노력과 성취를 통해 동료교사들에게 나눠주시는 능력자샘들께 감사드리며 배워서 하나라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정개 무스고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3
다비드 시리시 지음, 에스터 부르게뇨 그림, 김민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의아니게 개엄마가 된 지도 1년이 조금 넘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길을 다닐 때도 산책하는 개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유기견 학대 뉴스가 나오면 숨을 멈추고 보게 되고 동화도 개 이야기인 것 같으면 집어들게 된다. 이 책도 그랬다. 검정개 무스고. 표지에 주인인 듯한 여자아이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개의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그 아래 배경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검은 실루엣만 남은 폐허. 그것은 전쟁이 남긴 비참한 세상이었다. 이 책은 그냥 애완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쟁의 한복판을 지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개가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어떤 지역이나 시기를 특정하게 잡은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어떤 전쟁이든 양상은 비슷할 것이다. 폭격이 일어났고 그순간 모든 것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스고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남매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고 떠돌이개가 된 무스고는 희미하게 남은 아이들의 냄새를 찾아 헤맨다.

그 와중에 무스고가 겪은 일들, 주인 가족과 안락한 생활을 할 때는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길거리 생활, 배고픔에 못이겨 정육점 고기를 훔치다 경험하게 된 총의 위력과 공포, 친구 개들의 비참한 죽음.....

그중 가장 살떨리는 장면은 개들이 서커스단에 팔렸을 때였다. 갈데까지 간 서커스단은 사자를 개들과 싸움 붙이는데 썼다. 마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죄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열광하는 사람들에게서 집단 광기를 본다. 막다른 곳에 몰린 개들은 사자의 다리 하나씩을 맡아 죽기살기로 공격했고 결국 사자는 무너졌다. 개들을 봤을 때는 천만다행이었으나 사자는 또 무슨 죄인가.... 전쟁이나 동물학대나 결국 인간의 잔인함으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팔린 곳은 군대였다. 이곳에서 개들은 죄수들을 감시하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한 죄수와 친구가 되고 결국 그를 따라 탈출하는 장면은 김박감이 넘친다. 개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문장들이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결국 그 죄수는 무스고의 새 주인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 목숨의 위협은 사라졌으나 아직 가장 긴박감 넘치는 장면이 남아있다. 바로 옛주인 남매 하닌카와 미레카를 찾는 일이다. 애타는 그리움과 동물적 감각으로 각각 생사도 모르던 남매를 찾는 기적같은 일을 해낸 무스고. 우리집 눌눌이는 그렇게 나를 찾을수 있을거 같지 않은데??^^;;; 하여간 그렇게 모인 이들은 다시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다. 우리에게도 늘 있는 그 일상에서 대단한 안도감과 평화를 느끼는 것은 전쟁의 비참함을 겪은 이후이기 때문이지. 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전쟁의 위험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나도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고, 아이들은 설명해줘도 실감을 못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 같다. 스페인의 아동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수상에 걸맞게 묵직하면서도 몰입감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탉과 독재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7
카르멘 애그라 디디 지음, 유진 옐친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 아무리 억누르고 짓밟아도 사람들 안의 열망은 언젠가는 터져나오기 마련이라는 민주주의 역사의 진리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짧은 내용과 그림책이라는 한계 안에서 메시지를 최대한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공감에는 아주 작은 방해 요소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감상을 겉돌게 만들었다. 아~ 이런 메세지구나를 머리로만 알겠고 가슴까지 내려오진 않는 느낌이랄까.

그건 공동체성보다는 개인성에 치중하고 흥겨움보다는 조용함을 좋아하는 내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느 머나먼 도시
라파스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그곳은 밤낮없이 거리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중략)
모두들 시도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 대니
라파스는 아주 시끄럽기 짝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 말소리도 안 들리고
잠을 푹 자기도 어렵고
곰곰이 생각에 빠지기도 어려웠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싫을 것 같다. 어떻게 해봐야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시장을 쫓아내고 페페 씨를 새 시장으로 뽑았다. 그는 이런 법을 만들어 방을 붙였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얼마나 지당한 일인가? 그러나 법은 점점 바뀌어 갔다. "노래를 크게 부르지 마시오." 에서 "노래를 부르지 마시오."에서 "무조건 조용히!"로...... 주둥이에 입마개가 씌워진 채 곁눈질로 눈치를 보고 있는 개의 모습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어느날부터 이 숨막히는 평화를 깨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꼬~끼~오~!!" 하는 수탉의 소리였다. 페페시장이 수탉의 보금자리인 망고나무를 베어버려도, 홀로 닭장에 가두어도, 굶겨도, 햇빛을 가려도 수탉은 목청껏 부르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의 힘은 사라지지 않아요.
노래는 작은 수탉 한 마리의 울음소리보다 크고
약한 사람을 억누르는 독재자보다 강하죠.
노래하는 자가 있는 한 노래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말과 함께 도시에는 다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페페 시장은 쫓겨났다.

그런데 결말 문장에 난 약간의 불만이 있다.
"라파스는 다시금 거리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게 되었어요.
때론 시끄러워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걸 좋아했답니다."
요는 그들이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는 것인데, 자유에도 절제가 필요하고 그러한 행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옛날 모습 그대로 돌아가놓고 그걸 만족스런 결말이라 생각하는 태도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쩌면 상징성으로 얘기하는 짧은 그림책에 너무 무리한 딴지를 거는 것일수도 있지만, 함축적일수록 더욱 작은 것 하나까지 사려깊고 민감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라면 이 도시에 살고 싶지 않겠다.

하지만 이런 미완의 느낌은 또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법. 오히려 아이들과 할 이야기는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이제 시민들은 행복할까? 더이상은 문제가 없을까? 책에서 놓친 부분과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도 의미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