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늑대 봄볕어린이문학 1
엘 에마토크리티코 지음, 알베르토 바스케스 그림 / 봄볕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늑대의 이미지를 뒤집은 동화를 또 발견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이다. 기존 늑대의 이미지를 뒤집었다는 것은 스토리 중간중간 나오는 잘 알려진 옛이야기 속의 장면을 보면 알수 있다. 빨간모자, 아기돼지 삼형제,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등. 이게 아주 특별한 맛과 재미를 준다.

남자어른늑대 페로스는 어느날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여동생은 걱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이 말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이 나한테 생기다니!"

그 끔찍한 일이란 게 들어보니 어이가 없다. 아들이 너무 착하다는 거다. 자기 일 척척 알아서 하고, 책도 읽고, 방정리도 잘하고.... 가장 끔찍했던 일은 절뚝거리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도와준 일이라나!(이 대목에서 '괴물 예절 배우기' 라는 책이 떠올랐다) 여동생은 엉엉 울고 페로스는 가문의 수치라며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페로스는 조카를 데려가 교육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일단 울부짖음부터! "아우우우우우우우~"
손색이 없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아기 늑대는 무당벌레를 밟을까봐 조심하고, 토끼들과 사이좋게 당근을 먹어 삼촌의 복장을 터지게 한다.

이제 삼촌늑대는 각종 옛이야기속 상황에 아기늑대를 밀어넣는다. 거기에서 아기늑대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래서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게 될까? 이런 궁금증에 흥미진진하다.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었던 이야기는? 입바람으로 돼지집을 날려버렸던 이야기는?^^

마지막 아기염소네 집에 조카를 보내려는 삼촌늑대는 밀가루와 달걀을 준비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아기늑대는..... 결국 무엇을 만들었을까?ㅎㅎ 삼촌과 아기늑대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옛이야기 패러디 그림책들이 아이들에게는 재밌어서, 선생님들에게는 여러 자료로 활용되어서 인기가 많다. 이 책에는 세 편이나 함께 들어있으니, 완전 대박이다. 뒤집혀도 이렇게 예쁘게, 귀엽게, 사랑스럽게, 흐뭇하게 뒤집힐 수가 있나? 그래서 제목은 '행복한 늑대'다. 독자들에게까지 행복을 나눠주는 아기늑대.

요 근래 인간성 파괴의 적나라함을 보여주는 소설을 한 권 읽고 마음이 칙칙했는데 이 책으로 상쇄되는 느낌이다. 늑대도 이렇게 순수함과 따뜻함을 한껏 보여줄 수가 있구나. 고정 역할, 고정 이미지를 벗은 아기늑대는 착함 그 자체이면서도 자유롭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뭐가 됐든 하고 싶고 잘 할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면 '늑대라면 이래야지'와 같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이 책은 무척 얇고 작고 가벼운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은 도처에 가득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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