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냥 도넛 배달부 바람어린이책 30
이혜령 지음, 홍그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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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과장해서) 한 작품 걸러 하나에는 나오는 고양이, 거기다가 음식점(가게) 류의 판타지 공간. 완전 유행 소재로 범벅이 된 책이잖아? 뭐 새로울 수가 있을까?

 

아 그래도 새로울 수가 있네...ㅎㅎㅎ 이야기라는 게 참 신기하다. 그래서 새 이야기는 끊임없이 쓰여지고 읽히는 거겠지. 개중에 마음에 안 들거나 전혀 인상적이지 않거나 재미없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은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었고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고양이의 매력은 아직 식지 않았고, 도넛이라는 소재 또한 구미를 당긴다.

 

두리는 바쁜 엄마를 대신하여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신 아이다.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가 병원에.... 그리고 가장 가슴아픈 일은, 할머니가 두리를 못 알아보신다는 것. 함께 했던 기억이 할머니에게선 사라져버렸다는 것.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밤양갱을 사가도 양갱만 낚아챌 뿐 두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콱 막히는 일이다.

 

돌아가는 길에 두리는 발을 다친 하얀 고양이를 만나 치료를 해주었는데, 그 고양이를 뒤따르다 판타지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거기에 냥냥도넛가게가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이름은 이야기를 담은 냥냥도넛이다. 인간에게 이야기의 의미는 뭘까.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말한다. 이 책도 그중의 한 작은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하얀 고양이 설탕이는 그 냥냥도넛의 배달부였다. 보기와는 달리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발까지 다쳤으니.... 그리하여 두리는 냥냥도넛의 임시 배달부 역할을 맡게 된다. 덩실이 집사 누나에게 덩실이의 이야기를 담은 도넛을 배달하는 역할이었다.

 

덩실이 누나네 집을 겨우겨우 찾아갔는데 누나라기엔 할머니....? 그만큼 오래 함께한 사이였다는 거지. 나도 우리집 개한테는 엄마니까...^^;;; 그 누나가 도넛을 하나씩 먹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담은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이번에는 두리가 냥냥도넛의 고객이 되고자 한다. 할머니를 위해서. 하지만 냥냥도넛에는 고양이의 이야기만 담을 수 있는데.... 두리는 기억을 잃은 할머니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고양이 한 마리의 캐릭터로 이끌어가는 책은 아니다. 배달부였던 설탕이, 집사 누나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기 갈 길로 떠난 덩실이, 두리의 부탁을 거절 못하고 도넛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애써 준 불곰 등 여러 캐릭터가 있다. 이 책의 2편이 나온다면 이중에서 불곰은 계속 중요한 역할로 나올 것 같다. 두리에게 냥냥도넛 출입증, 일명 불곰 카드를 주고 끝났으니까. 불곰의 눈썹에서 빛이 나면 두리를 부르는 거다. 배달할 도넛이 있어서. 이렇게 2편으로 이어지겠구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는다든지 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책이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나름의 행복도 현실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것을 안다. 두리 같은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데, 할머니의 옆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존재가 현대사회에 얼마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입을 닫은 나는 재잘대는 사람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저런 사람들이 세상을 이어가는 것이구나. 이야기가 별것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읽는 내 입에서는 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이 책엔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많은 메시지가 보이지만 나는 그중 할머니와 그 옆에 앉은 두리의 장면에 눈이 고정되었다. 나이가 나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어려운 만큼 귀한 장면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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