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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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말들

 

공부와 독서는 언제 하는 것인가?

현대인들은 공부와 독서를 하려는데 도무지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들 한다.

공부와 독서는 과연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인가?

옛 선조들은 시간을 내서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숨 쉬며 살고 있으니까 글을 읽었다.

 

공부의 말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특히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를 잘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황, 이이, 이용휴 등 소위 공부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옛 선현들의 사례를 통해서 아주 요긴한 공부 방법을 알려준다.

한 번 보고 덮고 나면, 자꾸만 펼쳐 보게 되는 묘한 중독성과 가독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편집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휴대하고 다니면서 보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 책 속에서 새로운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인 것 같다.

연암 관계된 글을 읽다보니 꽤 오래전 연암의 글을 처음 접하고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생각이 났다. 박희병 교수의 <연암을 읽는다>와 정민 교수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 등의 책을 읽으며 연암 글의 진수와 매력, 짜릿함을 맛보았다. 연암의 글에는 딱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가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다면, 조선에는 연암이 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암은 대단한 문장가이다. 하지만 연암의 글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도 분명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읽고서는 연암의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수차례 반복해서 읽고, 한문 실력이 된다면, 한문으로 된 연암의 글을 읽으면 연암 글의 매력과 진수, 진면목을 한 층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연암 글의 멋과 맛을 알고 나서 연암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접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책 중에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이 있었는데, 연암 입문용으로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히 쉽게 잘 쓴 책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읽어도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책인데, 도대체 연암 전공자도 아닌 소설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공부의 말들, 이 책의 저자인 설흔 작가을 눈여겨 두었던 것도 사실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공부의 말들>, 표지만 놓고 보면, 무슨 부적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연암의 글을 소설을 옮긴 작가답게 어렵지 않게 우리 고전의 좋은 내용들을 한 층 더 쉽게 그리고 재밌게 서술해 놓았다.

 

因循姑息 苟且彌縫(인순고식 구차미봉)

단 여덟 글자에 불과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따져보면, 천하만사의 잘못이 이 여덟 글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낡은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앞의 편안함만 좇으면서 적당한 임시변통으로 땜질하는 태도. 이것이 바로 연암이 말한 인순고식 구차미봉이다. 사실 이 글은 이미 정민 선생의 <죽비소리>라는 책에서 통변편인용에서도 보았던 글이다.

소위 살면서 남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남은 남답고 나는 나다운 경지가 대단히 좋은 것이다라는 유만주의 말이 퍽 인상 깊다.

<공부의 말들> 이 책 너무 마음에 든다. 읽을거리, 배울 거리들이 너무 많다. 한 번 두 번 대충 읽고 던져버릴 그런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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