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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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냄비에서 양고기를 요리하고 있는 동안, 당신과 당신 친구들은 그저 그것을 쳐다보며, 요하지 않은 당근을 곧장 입에 넣는다. 중국어로, 우리는 사람이 고기를 자르는 방식이 그가 사는 방식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소심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 P183

나는 암스테르담을 떠나고 있다. 돌아갈 방법은 없다. 나는 내 인생을 짓기 위해 벽돌을 모으는 여행중이다. 난 그저 강해질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아기처럼 우는 것은 금물. 나는 창문을 내리고, 자리에 앉는다. - P237

꽃잎은 비관주의자다. 꽃잎은 시들어 버릴 것이다. - P316

나는 아직도 당신이 예전에 정원에 있는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나에게 불러 준 사랑의 노래를 기억한다. 그 가사와 멜로디는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마음은
결코 춤을 배우지 못해요. - P352

중국에는 "긴 밤에는 꿈이 많다."는 말이 있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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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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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레코드판을 수집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티셔츠를 수집했단 말인가? 최근 하루키 에세이들이 너무 빈약한 두께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확인해보니 역시 192p. 그래도 하루키의 가벼운 문장이 끌려서 주문해 봤다. 


책이 일반 종이가 아니라 컬러 인쇄하는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고 양장본에 박도 먹이고 등등 만듦새에 있어서 너무 튼튼해서 책값이 아깝지는 않았다. 다만 내용에 있어서는 큰 깊이가 있지는 않다. 이 티셔츠는 어디서 샀고 잘 입고 다니지는 않고, 등등의 내용이라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토니 타키타니 티셔츠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책을 출판하고 사은품으로 만든 티셔츠가 아니라 어느 중고샵에서 우연히 토니 타키타니라는 이름이 써 진 티셔츠를 1달러에 구입하고 그것에서 착안하여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일반 작가가 썼더라면 뭘 이런걸 책으로 내냐고 욕을 먹었을거 같기도 하다만 이것은 하루키의 이야기이고 하루키의 티셔츠들이니까. 그의 팬들을 위한 책으론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 싶다. 책을 너무 정성스럽게 만들기도 했고, 이런 저런 티셔츠를 입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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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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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은 일부러 피했는데 뭐랄까 너무 대박이 난 대중적 책보다는 숨어있는 책이 사노 요코의 개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것 같단 아주 근거없는 이상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아...잘 팔리는 건 이유가 있구나... 원래 재기발랄하고 필력이 좋은 작가이지만 이 책은 더더욱 재미있다. 사노 요코에 입문한다면 이 책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건 세부분인데 하나는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 묘사와 그것을 순조롭게 받아들이는 태도. (아침에 뭘 먹었는지 아침 먹고 나서는 길에 까먹지만 뭐 괜찮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노 요코의 주접 (웬만한 아이돌 팬은 범접할 수 없는 노년의 한류팬 주접력은 가히 주접퀸이라 불러도 될 듯. 읽으면서 자꾸 웃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후 삶에 대한 묘사와 그것이 주는 위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서 오히려 우울증이 사라지고 남은 생이 더 기뻐졌다고 한다)


사노 요코의 글이야 원래도 늘 진솔하고 예상치 않은 부분에서 사람을 울게 만들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다음, '어릴 적부터 70까지만 살고 싶었는데 난 착한 어린이었나보다. 소원을 들어주다니.'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인생이 재미있고 즐거운 분들이 봐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인생이 살기 싫은 사람이 봐도 좋을거 같단 생각이 든다. 사노 요코가 격려를 하거나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노년 라이프를 말할 뿐인데 그게 위로가 된다. 젊어서처럼 아둥바둥하지 않는 노년의 마음의 여유가 글에서 느껴지고 그게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더 노력하라거나 멋지게 살라는 말은 하나도 없고 사노 요코는 되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지 않을 만큼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잘라서 말하는데 그게 속이 시원하달까. 인생 뭐 있냐, 인생은 의미가 없으니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살라는 불교교리 같은 메시지가 사노요코의 삶 그자체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론 책을 보며 나도 70까지만 살고 싶단 생각을 했고 그랬더니 남은 생이 좀 덜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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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2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사노 요코의 두 번째 책이었어요. 첫 번째 책은 나의 엄마 시즈코상,,,굉장히 솔직하고,,,암튼 그 이후로 그녀의 왕팬이 되었지요,,, 일어로도 읽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 머리로는 불가능데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LAYLA 2021-04-26 18:28   좋아요 0 | URL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어떤가요? 겨울연가 배용준 이야기할 때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ㅠㅠㅋㅋㅋ
 
여름 거짓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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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백수린의 에세이를 읽다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증이 일어 일부러 절판된 책을 구해서 읽었다. 여름과 거짓말을 소재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이 모여있는데 첫 두세편은 읽으며 아 이것이 독남문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보단 낫다지만 중년남성 작가가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어쩔수 없는 짜증 (우유부단하고 별볼일 없는 남성 캐릭터에 대한 온화한 시선이랄까)이 있었는데 갈수록 남성작가보다는 노년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작품에 많이 묻어난다 싶었고 마지막 작품은 화자가 노년의 여성이었음에도 별다른 기시감 없이 아주 설득력있게 읽혔다. 그리고 총평을 하자면 이런 소설,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읽을 기회가 좀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 요즘 여성 작가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젊은 여성작가가 잘 팔리고 또 출판사에서도 그 작가의 연령과 성별을 보고 밀어줄지 아닐지를 결정한단 인상이 있다. 결과적으로 독자가 볼 수 있는 세계는 2030 여성 작가가 보는 세계로 한정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고. 사실 현재 한국의 405060 작가들이 구려서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도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감수성의 단차도 크다 보니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처럼 젊은 시절에 대학에 다니고 휴가는 취리히로 가고 취미로 오페라를 즐기는 그런 사람이 드무니까. 아무리 기성세대가 애를 써봐도 젊은이들이 보기에 구린 부분이 있단거, 잔혹하지만 그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생각한다면 이 책처럼 품위가 있고 예술성이 있는 노년 작가들의 작품도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나도, 주어지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능동적으로 다양한 작가의 책을 봐야겠단 나름의 반성을 하게 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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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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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코의 요리는 풍성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쳤고 큼직큼직했다. 유유코의 요리를 보고 깨달았다. 세에는 대범한 요리와 좀스러운 요리가 있다는 사실을. - P18

유리공예가인 마리는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이니까"라고 말했다. 본인은 실로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을 만들면서도 이런 말을 한다.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자각 있는 예술가는 훌륭하다. - P42

어릴 때는 어째서 바나나 냄새가 천국의 향기라고 생각한걸까. 부모님은 바나나를 꼭 반쪽씩만 주셨다. 한 개를 다 먹으면 이질에 걸린다고 했다. 베이징의 바나나는 어디서 왔을까. 타이완에서 왔을까? 죽기 전에 어떻게든 한 개를 온전히 먹고 싶었다.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친구에게 물어보자 모두들 바나나를 반쪽씩만 먹었다고 한다. "이질 걸린대." 그 뒤로 바나나는 자꾸만 저렴해졌다. 값이 싸지니 아무도 이질 같은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얼마든지먹을 수 있게 되고 나서야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나나는 과일이라는 느낌이 없다. 감자 같다. 파근파근해서 목이 멘다. 그런데도 집에는 항상 바나나가 있다. - P86

사람에게는 저마다 식사의 미학이라는 게 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후의 순간까지 남겨두었다가 한입에 쏙 넣고 음미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는 한 치 앞은 암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되도록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하는 성질 급한 인간이다. 그러나 남동생은 훨씬 선량하게 이 세상을 믿었다. - P96

아침에 추워서 이불 속에 파묻혀 있으면, 일어나기 전부터 통통통통 무를 채 써는 소리가 부엌에서 울려 퍼졌다. 멸치 우리는 냄새도 훅훅 풍겨왔다. - P100

생활은 수수하고 시시한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일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 P221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아,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슬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 P242

그러자 나를 시기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요코한텐 재규어가 안 어울려." 어째서냐. 내가 빈농의 자식이라 그런가. 억울하면 너도 사면 되잖아. 빨리 죽으면 살 수 있다고. 나는 일흔에 죽는게 꿈이었다. 신은 존재한다. 나는 틀림없이 착한 아이였던 것이다. - P242

산 지 일주일 만에 재규어는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주차가 서투른데 우리 집 주차장은 좁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해졌을 뿐만 아니라 까마귀가 보닛 위에 매일 똥을 쌌다.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 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 P243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나 자신이 죽는 건 아무렇지도 ㅇ낳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는 절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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