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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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은 일부러 피했는데 뭐랄까 너무 대박이 난 대중적 책보다는 숨어있는 책이 사노 요코의 개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것 같단 아주 근거없는 이상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아...잘 팔리는 건 이유가 있구나... 원래 재기발랄하고 필력이 좋은 작가이지만 이 책은 더더욱 재미있다. 사노 요코에 입문한다면 이 책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건 세부분인데 하나는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 묘사와 그것을 순조롭게 받아들이는 태도. (아침에 뭘 먹었는지 아침 먹고 나서는 길에 까먹지만 뭐 괜찮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노 요코의 주접 (웬만한 아이돌 팬은 범접할 수 없는 노년의 한류팬 주접력은 가히 주접퀸이라 불러도 될 듯. 읽으면서 자꾸 웃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후 삶에 대한 묘사와 그것이 주는 위로 (시한부 선고를 받아서 오히려 우울증이 사라지고 남은 생이 더 기뻐졌다고 한다)


사노 요코의 글이야 원래도 늘 진솔하고 예상치 않은 부분에서 사람을 울게 만들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다음, '어릴 적부터 70까지만 살고 싶었는데 난 착한 어린이었나보다. 소원을 들어주다니.'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인생이 재미있고 즐거운 분들이 봐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인생이 살기 싫은 사람이 봐도 좋을거 같단 생각이 든다. 사노 요코가 격려를 하거나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 그냥 담담히 자신의 노년 라이프를 말할 뿐인데 그게 위로가 된다. 젊어서처럼 아둥바둥하지 않는 노년의 마음의 여유가 글에서 느껴지고 그게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더 노력하라거나 멋지게 살라는 말은 하나도 없고 사노 요코는 되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지 않을 만큼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잘라서 말하는데 그게 속이 시원하달까. 인생 뭐 있냐, 인생은 의미가 없으니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살라는 불교교리 같은 메시지가 사노요코의 삶 그자체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론 책을 보며 나도 70까지만 살고 싶단 생각을 했고 그랬더니 남은 생이 좀 덜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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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2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사노 요코의 두 번째 책이었어요. 첫 번째 책은 나의 엄마 시즈코상,,,굉장히 솔직하고,,,암튼 그 이후로 그녀의 왕팬이 되었지요,,, 일어로도 읽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 머리로는 불가능데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LAYLA 2021-04-26 18:28   좋아요 0 | URL
나의 엄마 시즈코상은 어떤가요? 겨울연가 배용준 이야기할 때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ㅠ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