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단정하게 - 볼티모어 부고 에세이
매리언 위닉 지음, 박성혜 옮김 / 구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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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혼자서 일곱 아이들을 키우며 풀타임으로 일했다. 친구는 장녀인 동시에 동생들의 두 번째 엄마였다.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낸 여자들이 훗날 가정을 꾸리지 않는건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다 겪고 난 일일 테니까. - P37

여든 살이 되면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진다. 힘든 결정들, 어려운 시기, 후회, 이 모든 게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다. - P80

‘암과의 짧은 투쟁‘이었다고 부고는 전했다. 예순다섯 살은 너무 젊은 나이였지만 짧은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싶다. - P84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쥐었던 걸 내려놓아야 하는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 P131

그는 무슨 일이든 제시간에 맞추는 법이 별로 없었고, 물려받은 재산이라도 있는 것처럼 돈을 썼고, 글쓰는 속도가 느렸으며, 성적 욕망이 강했다. 또 그는 레스토랑에서 늘 특별한 주문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다시 전자레인지 앞으로 보내면서 웨이터에게 살짝 녹여 달라고, 조지아 사투리로 말하는 식이었다. 그의 단골 가게들은 그가 오면 바로 얼음물과 얇게 썬 레몬 여덟 조각을 테이블로 가져다줬다. "내가 온 걸 아네요." 그가 설명했다. - P181

그녀는 어딜 가든 그 개를 데리고 다녔다. 마치 볼티모어가 파리인 것처럼 함께 다녔다. 그리고 1년에 몇 달은 진짜 파리에 가 있었다. 아마 파리에서는 식당이나 극장에 개를 데리고 갔을 때 덜 거부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와의 동반 입장이 허락되지 않을 때 그녀는 답했다. "알았어요, 젠장!" 그러곤 티켓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으로 갔다. - P184

록 스타는 두 부류로 나뉜다. 그 사람이랑 같이 자고 싶거나 그 사람처럼 되고 싶거나. - P81

그러나 어쨌든 나는 중요한 지점을 깨달아 가기 시작했다. 예술과 혁명에 관한 거창한 생각들이 얼마나 쉽게 자기 파괴라는 어리석은 로맨스에 물드는지. - P166

세면대 위의 커다란 거울을 들여다보자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아마 그 느낌을 알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느끼는 것, 분리된 실체나 유령이 아니라 내 피부 아래에 일종의 층을 이룬 느낌. 얼굴 근육이든 어깨든 손이든 그 아래에 존재하는 것. 부모를 막 잃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 흐르면서 얻은 위안과도 같은 것.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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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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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치할 때 비로소 한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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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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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작가님이 궁금해서 읽었고 완전히 압도되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우아하게 풀어낸 한국단편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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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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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서툰 초기 단편들 사이에서 빛나는 한 편 ‘헛간을 태우다‘. 실망스러운 나머지 작품들을 다 만회하고 남을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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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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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둘이 있으면 나는 마음이 몹시 편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며 결론을 내리기 힘든 사소한 골칫거리, 영문 모를 인간이 떠안은 영문 모를 사상에 대한 것들을 깡그리 잊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녀가 하는 얘기에는 특별히 의미라 할 것이 없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 내용은 거의 듣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멀리 흐르는 구름을 바라볼 때처럼 아주 아련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나도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것부터 일반론까지, 나는 몹시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건성으로 흘려들으면서 맞장구를 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 내가 원했던 것은 어떤 유의 기분이었다. 적어도 이해와 동정은 아니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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