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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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다른 작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필력을 보여준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수상작이 그의 기존 단편들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주는지는 모르겠다. 매끈하고 딱히 흠 잡을 곳은 없지만 김영하만의 단편 메뉴얼을 따른 기성품같은 느낌이랄까? 전작들을 전복하고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는 느낌은 없다. 김영하가 지금까지 이상문학상을 수상 못했다니 의아하긴 하지만, 이번에 이 작품으로 수상한것도 의아하다는 이야기. 서두에 던져지는 정신병자의 우화가 소설의 말미에서 전체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변주되는 모습은 '있어보이는' 이야기의 클리셰가 아닐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김이 샌다. 


이런 저런 혹평이 많아서 정말 별로일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런 혹평을 받을 정도까지는 아닌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왜 그런 혹평이 나오는지 이해 할 수 있겠다. 딱 그런 정도의 수상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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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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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 못지않게 남이 정해놓은 규범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지. 그러니까 정숙함의 미덕이란 것이 네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을 거다. 다만 너는 명예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천박한 처신을 알아서 피해가는 것뿐이란다. 정숙함이란 편협한 우상과도 같아, 그 부정적인 계율은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지. 반대로 명예란 무척 개인적인 것이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서든 진부한 도덕률에 부합하느냐 마느냐를 따지지 않고도 자신만의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를 누린단다. 명예는 단념하라고 말하는 대신 행동하라고 주문한다.
너는 세상의 평판을 신경 써본 적이 없지. 앞으로도 그런 것이 네 앞길에 가로놓일 땐, 가차 없이 무시해버리거라. 찬란한 상아탑 안에 틀어박혀, 너 자신의 자존감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자의 삶이란 원래 부침이 많은 법이란다. 너는 이 아비와 마찬가지로 야심을 가질 만한 기질도 아니고, 공적인 삶의 기회도 없는 편이다. 오로지 사랑만이 네가 마음껏 뜻을 펼칠 무대야. 그러니 사랑을 향해 대담하게 나서거라. 너는 젊고 아름답고 열정적이다.-42쪽

너에게 걸맞은 남자를 고르기만 한다면 사랑이 너를 가득 채워줄 거야.

...
어떤 관능적인 경험 앞에서도 너는 물러설 필요가 없다. 여자란 행복과 불행이 그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는 한, 항상 자유로운 존재다. 어떤 경우에도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리지만 않으면 돼.

...
제발 나보다는 살맛 나는 인생을 꾸려나가거라!
나는 흡족한 기분으로 떠난다. 이제껏 늘 그래왔듯이, 지금 나는 내 자유를 행사하고, 내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울지 마라. 절대로 울어선 안 돼. 그건 약한 자들이 하는 짓이니까.
부디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43쪽

아름다운 꿈일수록 상상할 권리조차 없는 현실을 자꾸 부추길 따름이니까요.-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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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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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의도가 정이현을 읽으며 알랭 드 보통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야근, 모텔, 요양병원의 할머니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징검다리 처럼 밟아가며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알랭 드 보통에게 바치는 오마주처럼 클로이와 앨리스의 연애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운명이라고 믿는 시작, 폭풍같이 서로에게 빠져들고, 이유없는 시작처럼 이유없이 사그라드는 애정과 열정. 


알랭 드 보통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연애에 대한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분석을 하였다면 정이현은 보통이 파헤친 그 전형적인 연애가 한국에선 어떤 모습일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섹스하려면 모텔을 찾아야 하고, 전세집을 찾아보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좌절하는 한국 젊은이들만의 연애를 디테일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는 한국작가의 강점을 살렸다고 평하고 싶다. 알랭 드 보통과 꼭 한짝으로 갈 때 그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 모두 될 수 있을 듯 하다. 기획의도를 생각하면 파트너의 그림자를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이지만, 정이현만의 개성을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정이현의 팬보다 알랭 드 보통의 팬들에게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읽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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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2-06-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담백한 LAYLA님의 리뷰. 추천 꾹!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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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자른 여자친구의 새끼손톱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다정하게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 남자아이가 갑자기 독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먼지 가루로 우수수 부서져내릴 것 같았다. 첫사랑이 아닌 사랑들에서였다면 결코 견디지 못할 불안이었다.-63쪽

맥주를 마시면서 새벽까지 영화를 다운받아 보거나 대여점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읽었다. 일요일엔 정오가 다 되도록 늦잠을 잤고, 교회에 간 어머니가 준비해둔 된장찌개를 가스레인지에 데워 먹거나 계란 두 개를 넣고 라면을 끓여 먹거나 삼선짬뽕을 시켜 먹었다. 누군가 외롭지 않으냐 물어오면 "뭐 그렇죠"라고 대답하는 것은 일종의 관성 때문이었다. 외롭다는 감정과 심심하다는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사람들은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을까 간혹 궁금해졌다.-89쪽

마음은 손가락 끝에 존재하고 있다. 여자들은 그 어떤 개인 휴대기기도 존재하지 않던 시대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불안에 빠져들었다.-99쪽

준호의 가슴속에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꿈이 한톨 피어올랐다. 이 사람에게라면, 곧 더 깊은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달콤한 케이크 위에 사뿐 올라앉은 체리뿐만 아니라 오븐에서 너무 늦게 꺼낸 식빵의 가장자리처럼 누추한 삶의 모서리까지도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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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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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차가운 진실입니다. 그걸 알면 세상이 스산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그 진실이 주는 자유가 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요.-105쪽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에너지가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내면의 힘 같은 거죠. 앞서 말씀드린 '궁합'도 아마 이런 에너지 사이의 일치를 지칭하는 단어일 겁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다는 것은 상대방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용기 또는 에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관계를 유연하게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관계를 끝장낼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원칙은 거의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120쪽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한순간의 결단이나 기교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는 근본적으로 '혼자 서는 용기'와 연결됩니다.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면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직장상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절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혼자 있고 싶지 않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124쪽

"흔히 조기교육,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과학고도 만든 거고. 근데 그거 완전히 착각이야.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 ...새로운 이론에는 늘 소극적이지. 창의적이 되려면 당연히 용기가 필요해. 그런데 조기 교육, 영재교육이 그런 용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209쪽

커피숍에 앉아 있는 남녀들의 성기 사이의 거리가 1미터를 넘지 않는구나. 그런데 참 용케도 그걸 감추고 살고 있구나.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결국은 그 거리를 마이너스 10센티미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구나!-228쪽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호텔 장부를 비롯한 여러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하면, 한쪽이 먼저 자백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먼저 자백하는 쪽이 거의 예외없이 여성이라는 겁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조사받으면서 느긴 비루함, 덧없음 때문에 어느 순간 "그래,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다, 그래서 한번 했다, 처벌할 테면 하라"고 자백한다는 얘기죠. 그렇게 먼저 자백하고 나서는 모든 것을 털어낸 자유로운 모습, 당당하고 맑은 얼굴로 조사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와 반대로 남자들은 끝까지 "손만 잡았다,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 오해다"라며 버티고, 나중에는 "저 여자가 유혹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너저분한 변명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답니다.-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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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2-06-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얘기의 반복이 아닐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레일라님 밑줄긋기 땜에 읽고싶어졌어요! ㅎㅎ

LAYLA 2012-06-13 02:55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이 보시기엔 같은 얘기의 반복..네 맞습니다 ㅎㅎ 같은 이야기를 좀 귀엽게 하시지요 ㅋ

프레이야 2012-06-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나게 읽었어요. 생각해볼 거리도 많더군요.
228쪽의 저 대목도 놀라운, 드러내어 생각해보지 않고 말하지 않았던 진실,
욕망의 거리랄까요.ㅎㅎ

LAYLA 2012-06-13 02:58   좋아요 0 | URL
네 놀라운 통찰인데 확실히 여자들은 짚어내지 못할 부분 같더라구요 ㅋㅋㅋ

반딧불,, 2012-06-1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블로그에서 매번 즐겨봤어요.
전 헌법의 풍경(?):요사이 거의 모든 것이 떠오르지 않는 병에 걸린 관계료^^;;
이후로 팬인지라. 정확한 판단은 안서지만 뭐 김두식님 글 참 좋죠???

LAYLA 2012-06-15 00:03   좋아요 0 | URL
나이 먹은 잘 나가는 남성이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이야기의..그 태도가 참 좋달까요? 귀여워요. 확신으로 가득찬 자기계발서에서 튀어나온 듯한 사람은 싫더라구요. ㅎㅎ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