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된 삶(중산층에서 농부나 소기업가의 비중이 줄고 대기업의 고용인이 늘어나는 20세기의 삶)에서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시간을 대부분 이런저런 조직 속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컨퍼런스에, 워크숍에, 세미나에, 정보 교환 모임에, 일과 후 토론회에, 프로젝트 팀에 참가한다." 계속해서 타인과 접촉하는 이런 환경에서는 일을 해 나가는 경험이나 지식보다는 인간관계를 맺는 소프트스킬이 더 중요하다. -85쪽
최근에는 행동만이라도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가혹해지고 있다. 순응하지 않는데 따른 불이익이 점점 커져, 긍정적인 태도를 갖지 않으면 직업을 잃고 실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피 인물로 낙인찍혀 완전히 고립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87쪽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진정한 드라마로부터 물러선다는 것은 긍정적 사고의 핵심에 깊은 무력감이 놓여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왜 뉴스를 나 몰라라 하는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부정적인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뉴스를 보지 말라는 것, 그러니까 환경을 바꾸라는 얘기는 우리가 희망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진짜 세상'이 저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다. 이런 무서운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찬성과 지지, 좋은 뉴스, 미소 짓는 사람들로만 조심스럽게 구성해둔 자신의 세계로 후퇴하는 것뿐이다.-92쪽
신학과는 무관하게 칼뱅주의의 몇몇 요소들은 20세기 후반에도 미국에 남아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중상류층은 바쁜 것 그 자체를 신분의 표지로 여겼다. ...누구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노트북 컴퓨터를 저녁마다 집으로 가져갔다. 일 중독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고, 멀티태스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예전 엘리트들은 유유자적함을 과시했지만, 우리 시대의 부유층은 기진맥진함을 드러내 보이려 안달했다. ..과로를 미덕으로 여기는 풍조가 어느덧 종교적 경지에까지 달했다. -115쪽
19세기 초반이 되자 칼뱅주의의 어두운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국부가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하룻밤 사이 벼락부자가 되는 사람이 나타나는가 하면 알거지로 전락하는 이도 있었다. 격동하는 가능성의 신시대를 맞은 사람들은 인간이 처한 상황을 새롭게 보게 되었으며 선조들의 징벌적인 종교를 거부했다. ...중산층 여성들은 죄책감을 강요하고 가부장적으로 구속하는 옛 종교에 반발하면서 다정하고 모성적인 신성을 내세웠다. ...칼뱅주의 이후의 이 새로운 사고방식을 총칭해 신사상(new thought)또는 신사상 운동이라고 한다. ...신사상의 관점에서 보는 신은 냉담하고 무관심한 존재가 아니라 편재하는 전능한 정신 또는 영혼이다. -118쪽
칼뱅주의는 고통받는 영혼에게 오직 하나의 위안거리를 주었는데 그것은 물질적 세상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노동의 위안이 없어지자 남은 것은 병적인 자기성찰이었다. 사람들은 소화불량, 불면증, 요통 등 신경쇠약 증세를 불러들이기에 딱 좋은 상태에 놓였다. ...여성들에게는 그런 특별한 일 자체가 없었다. 일상의 노동이 비정형적이며 많은 부분 여성의 노동과 겹치는 성직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칼뱅주의를 믿는 영혼, 혹은 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은 영혼은 진짜 일, 그러니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기혐오로 자신을 소진시킬 수 밖에 없었다. -124쪽
옛 칼뱅주의와 새로운 긍정적 사고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연속성은 양쪽 모두 자기반성이라는 부단한 내면적 과제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칼뱅주의자들은 느슨함, 죄악, 방종함의 징후를 찾기 위해 스스로 감정을 감시했다. 한편 긍정적 사고에서는 분노나 의심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경게한다. ...이제 자아는 영원히 맞붙어 싸워야 할 적대자가 되었다. 칼뱅주의는 사악한 성향을 이유로, 긍정적 사고는 '부정성'을 이유로 자아를 공격한다. ...그러려면 기묘한 자기소외가 요구된다. 과제의 대상인 자아가 있고 그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또 다른 자아가 있다. 긍정적 사고와 관련된 글들에서 수 많은 법칙과 작업 기록표, 자기평가 양식을 제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것들은 자아가 자신에게 그런 작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재프로그래밍하고 길들이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지침이다. -132쪽
칼뱅주의가 단지 개종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것처럼, 지토머의 긍정적 태도 또한 지속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매일 아침 읽고, 긍정적인 내용을 매일 아침 생각하고,,,"-138쪽
..하지만 동기 유발 산업이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더라면 지금처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자라지 못햇을 것이다. 동기유발 산업은 더 넓고 지출 규모가 큰 시장, 미국의 거대 기업들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으로 파고들었다. 긱업은 동기 유발 상품을 무더기로 사들여 직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다.-145쪽
긍정적 사고는 고용주의 손에 의해 19세기 주창자들이 짐작도 하지 못했을 용도로 바뀌었다. 떨치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통제를 위한 수단, 더 높은 실적을 내라고 들들 볶는 자극제가 되었다. ...동기 유발이 채찍으로 사용되면서 긍정적 사고는 순응적인 직원의 품질 보증서가 되었고, 1980년대 이후 다운사이징 국면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채찍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146쪽
일부 제약 회사는 이미 동기 유발자로서의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보이는 대학 치어리더들을 고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고용된 치어리더들은 제약 회사외 대학 간 정식 충원 통로로 들어온 영업자에게 뒤지지 않는 실적을 올렸다. .."과장된 몸짓, 과장된 미소, 과장된 열정. 치어리더들은 바로 이런 것들을 배우고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지요."-149쪽
제 3세계 선교 교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신도를 모으기 위해 그 지역의 음악과 문화를 약간 가미하고, 교회와 연계된 교육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마찬가지로 요즘의 초대형 교회들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맞추기 위해 취학 전 교육과 방과 후 교육, 스포츠, 10대 활동, 갱생 프로그램, 취업지원, 건당 박람회, 매 맞는 여성 및 이혼하 ㄴ사람들을 위한 지원 그룹등을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 센터로 변모했고 에어로빅이나 근력 키우기 강좌까지 연다. 미국 교회들은 복지 혜택이 충분한 국가에서라면 세속적인 사회복지 당국이 해야 할 사업을 대신하고 있다.-197쪽
긍정심리학의 진정한 보수성은 현실의 불평등과 권력 남용에도 불국하고 현상 유지에 애착을 갖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행복에 관한 긍정심리학자들의 실험은 현존하는 여러 가지 것에 대한 개인의 만족감을 재는 데 크게 의존한다. -237쪽
지금까지 이루어진 인류의 지적 진보는 우리가 사물을 자기 감정의 투사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가장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잇는 방식으로 파악하려 했던 오랜 투쟁의 결과다. 천둥은 하늘의 분노가 아니고 질병은 신이 내리는 벌이 아니며 마법은 사고나 죽음을 초래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 우리가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그것은 이 세계가 인간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인과관계, 개연성, 우연이라는 자체의 알고리즘에 의해 전개된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는 과정이었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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