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지나갈 때는 군인묘지 철문이 열려 있고, 첫 번째 줄의 묘가 다 파헤쳐진 채 수많은 병사들이 죽은 형제들을 하나씩 새 나무관 속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까 분명해졌다. 스페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었지만, 사막 군대는 살아서도 사막에 있고 죽어서도 사막에 묻히는 법인데 지금 망자를 모두 파내어 함께 이 사막을 떠나려 하고 있다. 결국 스페인은 이 땅을 포기한 것이다! 끔찍하게도,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모래 속에서 한 구씩 한 구씩 나온 시체들은 백골이 아니었다. 마치 미라처럼 바싹 말라 쪼글쪼글해진 모습이었다.-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