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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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었던가요? 아니면 그 전 혹은 그 후였던가요? 어쨌든 어느 해 여름의 일입니다. 둘이서 우리가 살던 아파트의 안뜰을 날아다니는 제비들의 공중 곡예를 감탄하며 보고 있을 때 당신이 말했습니다. "아, 저렇게 책임은 없고 자유만 있다니!" 점심 먹으면서 당신은 나에게 물었지요. "당신, 사흘째 나와 한마디도 안 한것 알아요?" 당신이 나와 살면서 차라리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외로웠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봅니다.
그때는 내 기분이 왜 그리 침울했는지, 그 이유를 당신에게 결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부끄러웠던 것이겠지요. 당신의 흔들림 없는 의연함, 미래를 신뢰하는 당신의 믿음, 주어지는 행복의 순간을 포착할 줄 아는 당신의 능력, 그런 것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어느 날이낙 당신이 베티와 생제르맹 광장의 어느 작은 공원에서 커다란 버찌 아이스크림 하나로 점심을 때울수 있었던 것, 그것도 나는 좋았습니다. 당신은 나보다 친구가 더 많았습니다.-40쪽

생태주의란 삶의 양식이 되고 매일의 실천이면서 끊임없이 또 다른 문명을 요구하는 것이더군요. 여느새 나는, 평생 무엇을 이루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직접 산 게 아니라 멀리서 관찰해온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한쪽 면만 발달시켰고 인간으로서 무척 빈곤한 존재인것 같았지요. 당신은 늘 나보다 풍부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차원에서 활짝 피어난 사람입니다. 언제나 삶을 정면돌파했지요. 반면에 나는 우리 진짜 인생이 시작되려면 멀었다는 듯 언제나 다음 일로 넘어가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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