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 -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외국어 공부법
롬브 커토 지음, 신견식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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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는가?
엉성하게 배워도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언어밖에 없기 때문에 언어를 배워야 한다. ...오직 언어의 세계에서만이 아마추어가 가치를 발휘한다. 실수가 가득하다고 해도 좋은 의도의 문장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베네치아 기차역에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느냐는 엉터리 이탈리아어 질문도 절대 쓸모없지 않다. 잘 모르고 입 다물고 있다가 밀라노가 아니라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일보다 훨씬 낫다.

씁쓸하지만 한 번은 언급되어야 하는 교훈이 있다. 날마다 그리고 한 주도 안 거르고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만 언어 학습에 쏟은 시간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 진지한 사람은 일반화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한 가지 주장은 여기서 적절해 보인다. 평균적인 언어 학습자는 일주일에 최소한 10-12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 만약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없거나 투자하기가 싫다면 언어 학습 계획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이런 의문이 든다.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정답, 저마다 흥미나 관심이 있는 내용의 텍스트. 독일에는 이런 말이 있다. "흥미는 사랑보다 강하다." 그리고 흥미는 가장 무서운 적을 물리친다. 바로 지루함을 말이다.

발음은 언어 학습에서 특히나 어려운 영역이며 언어 통달에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다. 발음은 어휘와 문법 지식이 상당하지 않다면 별다른 값어치가 없을지라도 처음 입을 열 때는 지식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것은 외모와 비슷하다. 첫 선을 보일 때는 예쁜 외모가 정답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멍청하고 따분하고 심지어 못된 성격일지라도 어쨌거나 첫 싸움은 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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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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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참 허약한 존재예요. 머리부터 뼈까지 완전히 와싹 뭉개져 있었대요. 곰은 훨씬 더 높은 벼랑에서 떨어져도 몸에 전혀 상처가 낫지 않는다는데.

하고 오늘 아침 고마코가 했던 말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암벽에서 또 조난 사고가 있었다는 그 산을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곰처럼 단단하고 두꺼운 털가죽이라면 인간의 관능은 틀림없이 아주 다르게 변했을 것이다. 인간은 얇고 매끄러운 피부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을진 산을 바라보노라니, 감상적이 되어 시마무라는 사람의 살결이 그리워졌다.


고마코의 애정은 그를 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름다운 헛수고인 양 생각하는 그 자신이 지닌 허무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고마코의 살아가려는 생명력이 벌거벗은 맨살로 직접 와 닿았다. 그는 고마코가 가여웠고 동시에 자신도 애처로워졌다.

-복도가 삐걱거려 창피해요. 살며시 걸어도 금방 알아채겠죠. 부엌 옆을 지나면 고마짱, 또 동백실이야? 하고 웃어댄다니까요. 이렇게 신경 쓰일 줄은 몰랐어요.
-마음이 좁아 곤란하겠군.
-모두 이미 알고 있는걸요.
-그러면 안 되잖아.
-그래요. 나쁜 평이 일기라도 하면 좁은 마을에선 끝장이죠.

하고 말했으나 금방 얼굴을 들어 미소 지으며,

-아니, 괜찮아요. 우린 어딜 가도 일할 수 있으니까.

너무나 솔직하고 실감 어린 어조는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에겐 몹시 뜻밖이었다.

-정말이에요. 어디서 벌건 다 마찬가지죠. 징징거릴 필요 없어요.

아무렇지 않은 말투이지만, 시마무라는 여자의 속 깊은 울림을 들었다.

- 그걸로 족해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 뿐이니까.

하고 고마코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옷깃이 들춰져 있어 등에서 어깨로 흰 부채를 펼친 듯하다. 분을 짙게 바른 살결은 어쩐지 슬프게 도톰하여 모직천 같기도 하고 동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 요즘 세상에선 그렇지.

하고 중얼거리다 시마무라는 이 말이 너무나 공허하여 오싹해졌다.

그러나 고마코는 단순히,

-언제건 그래요.

그리고 얼굴을 들더니 힘없이 덧붙였다.

- 당신은 그걸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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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해서 음울하고 역겨운 태도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 누이는 마침내 나를 가엾이 여기게 된 것입니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사람이 가여워진 거지요. 아가씨의 마음에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위험한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반드시 '구원해 주고' 싶어지니까요. 이성을 되찾게 해주고, 재기시키고, 더 고귀한 목적을 이루라고 이끌어 주고, 새로운 삶과 활동을 시작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겁니다. 이런 종류의 이을 꿈꾸게 된다는 건 뻔한 일이지요. 


"왜 당신은,,,왜....이렇게 비가 오는데, 지금 떠나려고 하세요?"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이 비를 무서워하면 되나요." 



알라딘 검색서버 다운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냥 페이퍼로 작성.

장사 일이년한 스타트업도 아니고 인터넷 서점이 이렇게 고질적으로 검색 배송 등등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 이해가 안가는건 그렇게 장사해서도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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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8-1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댓글 달았다가 다 날아가고,,,접속도 안되고,,,북플을 떠나라는 은밀한 압박인지~~~ㅠㅠ

LAYLA 2017-08-17 20:05   좋아요 0 | URL
알라딘 고객들 충성도가 그렇게 높다는데...
저는 사은품이 별로 필요하지 않아서 작년부터는 다른 인터넷 서점들도 그때그때 이용하고 있어요.

라로 2017-08-18 02:17   좋아요 0 | URL
오늘도 북플 접속이 안 되어 삭제하고 다시 인스톨 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진짜 이삿짐을 싸야하나보다 뭐 이런 마음의 준비를...^^;;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다지만 직원들은 많이 힘들다던데...레일라님 네이버 블로그 하세요????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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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용기에 비례해 넓어지거나 줄어든다 - 아나이스 닌

파리똥처럼 자그마한 이 나라의 인구에서 예술가와 작가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실패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를 오히려 찬양하죠.‘ - 행복의 지도

왜 소설을 쓰냐고? 지금까지 나는 소설을 붙들고 살았어. 어떤 사람은 종교를 붙들고 살고 어떤 사람은 돈을, 일을, 사랑을 붙들고 살잖아.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살아가려면 어떤 명분이, 신념이, 목적이 필요하니까.

은경아 너 그거 아니? 나이가 들수록 말이야, 마음은 그대로 이팔청춘인데 모은 늙어 가. 마음과 몸의 나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거지. 그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람 미친다니까. 은경아 알아? 나이는 드는데 마음은 안 늙는다는 게, 어떨 땐 형벌 같아. 사람 미쳐, 미쳐!

인생은 철과 비슷하다. 사용하면 마모된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으면 녹순다. - 카토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실패에 관대하다고 들었어요. 정말 그런가요?

실패를 해야 뭐든 다시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잖아요? 실패를 많이 할수록 새로운 것에 더 많이 도전할 수 있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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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아노 Play It Again - 아마추어, 쇼팽에 도전하다
앨런 러스브리저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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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성공을 경험한다. 즉 아이들을 낳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을 획득하며, 어쩌면 명망을 얻기도 하고 각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그럭저럭 유명세를 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각자가 가진 개성을 억눌러야만 사회생활에서의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간과한다. 이미 경험했어야 할 인생의 수많은 면들이 흐릿한 기억과 함께 뒤섞여 헛간에 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희망을 접긴 이르다. 때로는 이러한 기억들이 회색 잿더미 아래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석탄조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융은 이러한 타오르는 석탄 조각을 끄집어내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는 것이 바로 중년 이후의 세월이라고 보았다.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치유의 과정과 유사하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서두를 수 없다는 말이다.

클레이 셔키의 신간 인지적 잉여를 읽었다. 다소 모호한 듯한 제목은 미국인들이 멍하니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낭비하는 시간을 가리킨다. 셔키는 사람들이 매년 대략 2000억 시간을 텔레비전 시청에 허비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스타인웨이는 그 숲의 가장 중심부에서 자라는 나무를 베어내서 사운드보드감으로 씁니다. 중심부는 햇볕을 받기 위해 나무들이 더 높이 자라거든요. 나무가 키가 크다는 것은 더 곧게 자란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사운드보드의 재질로는 최상품이지요. 다른 피아노 제작사들은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는 가문비나무로 어떻게든 해보는수밖에 없고 말입니다.

살림이 넉넉한 집이라면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 음악가가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적잖았소. 그게 또 하나의 독특한 점입니다. 아마추어들만의 연주도 아니었고, 가족끼리 모여서 음을 맞춰보는 것만도 아니었단 말이지. 누구라도 첫손에 꼽는 정상급 음악가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음악이 있었소. 그럴 때면 우리도 미친 듯이 연습을 하곤 했지. 그러니까 어떤 면으로는 나도 프로만큼 연주 실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품고 자랐단 말이오. 물론 그렇게 높은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낄, 전문 연줒는 전문 연주자끼리 따로 논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소. 그러니까 처음부터 높은 기준 같은 게 존재했고, 거기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셈이죠. 아마추어들이 프로들의 덕을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달까요. 최소한 히틀러가 집권할 때까진 말입니다.

완벽한 예술은 노력의 흔적이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발라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석 달이 넘었다. 중간 평가를 한번 해볼까? 아무래도 헤드라인은 코다의 절반가량을 머릿속에 집어 넣었다는 게 될 것 같다. 나로서는 놀랍기 그지 없는 성과다. 무엇보다도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이런 능력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는 소심함에 갇혀 지난 40년을 허송했지만, 사실은 내 안에 그런 능력이 계속 존재해왔던 것이다.

16개월간의 여정이 끝난 지금, 두 가지 물음 -시간은 충분한가 와 너무 늦은 건 아닐까-에 대한 답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먼저 첫번째 질문. 그렇다, 시간은 있다. 아무리 정신없이 바쁜 삶이라 할지라도 시간은 있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시간이야 여기서 10분, 저기서 10분, 하는 식으로 야금야금 모으면 그만이다. 물론 내 경우에는 비록 업무량은 급증했을지라도 아이들은 모두 성장한 다음이라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을 냄으로써 삶의 질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무 압박과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던 바로 그때, 자그마한 이스케이프 밸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무엇인가에 100퍼센트 전념함으로써 삶이 균형을 되찾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두번째 물음에 대한 답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0년 여름만 하더라도 쉰여섯 먹은 두뇌에 새로운 요령을 집어넣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웠다. 내 두뇌가 평생 보여주지 못한 자질들을 함양토록 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노력했다. ...따라서 중년에 접어든 지도 한참인 두뇌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신경 회로를 전면 가동해 새로운 과제를 받아들일 유연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기분이 무척 삼삼했다. 그러니까, 아니, 너무 늦지 않았다는 말이다. 어머니께서 옳으셨던 거다. 악기를 배우게 하신 선택이 옳았고, 음악이 삶에 기쁨을 더할 것이라는 혜안이 옳아쓰며, 악기를 다룰 줄 알면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깊고 오랜 우정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역시 옳게 하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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