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 허약한 존재예요. 머리부터 뼈까지 완전히 와싹 뭉개져 있었대요. 곰은 훨씬 더 높은 벼랑에서 떨어져도 몸에 전혀 상처가 낫지 않는다는데.
하고 오늘 아침 고마코가 했던 말을 시마무라는 떠올렸다. 암벽에서 또 조난 사고가 있었다는 그 산을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곰처럼 단단하고 두꺼운 털가죽이라면 인간의 관능은 틀림없이 아주 다르게 변했을 것이다. 인간은 얇고 매끄러운 피부를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노을진 산을 바라보노라니, 감상적이 되어 시마무라는 사람의 살결이 그리워졌다.
고마코의 애정은 그를 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름다운 헛수고인 양 생각하는 그 자신이 지닌 허무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고마코의 살아가려는 생명력이 벌거벗은 맨살로 직접 와 닿았다. 그는 고마코가 가여웠고 동시에 자신도 애처로워졌다.
-복도가 삐걱거려 창피해요. 살며시 걸어도 금방 알아채겠죠. 부엌 옆을 지나면 고마짱, 또 동백실이야? 하고 웃어댄다니까요. 이렇게 신경 쓰일 줄은 몰랐어요.
-마음이 좁아 곤란하겠군.
-모두 이미 알고 있는걸요.
-그러면 안 되잖아.
-그래요. 나쁜 평이 일기라도 하면 좁은 마을에선 끝장이죠.
하고 말했으나 금방 얼굴을 들어 미소 지으며,
-아니, 괜찮아요. 우린 어딜 가도 일할 수 있으니까.
너무나 솔직하고 실감 어린 어조는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에겐 몹시 뜻밖이었다.
-정말이에요. 어디서 벌건 다 마찬가지죠. 징징거릴 필요 없어요.
아무렇지 않은 말투이지만, 시마무라는 여자의 속 깊은 울림을 들었다.
- 그걸로 족해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 뿐이니까.
하고 고마코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옷깃이 들춰져 있어 등에서 어깨로 흰 부채를 펼친 듯하다. 분을 짙게 바른 살결은 어쩐지 슬프게 도톰하여 모직천 같기도 하고 동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 요즘 세상에선 그렇지.
하고 중얼거리다 시마무라는 이 말이 너무나 공허하여 오싹해졌다.
그러나 고마코는 단순히,
-언제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