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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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니 나도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이에요. 컴퓨터 통신이라는 거, 알고 보니 고도의 폭력이었어요. 그게 사람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만큼 빠르게 갈라놓기도 하죠. 우리의 감정 가지고는 그것에 대항할 힘이 없어요.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잘 자요. 내 사랑.-91쪽

우리 관계가 계속되어야 하냐고요? 물론이에요. 계속된다면 종착역은 어디냐고요? 그건 모르죠. 그냥 계속되기만 하면 돼요. 당신은 당신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살아요. 그리고 나머지를 우리가 같이 살아요.


하지만 그럼 '우리'몫으로 남는 게 별로 없을 텐데요, 에미.


그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나는 남겨둔 게 아주 많아요. -114쪽

에미, 내 대답은 이래요. '파멜라랑 나는 잘 어울려요.' 왜냐하면 우리가 조화를 아주 잘 이룬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우리 관계는 억지스럽지도 복잡하지도 않아요.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해도 그게 다른 한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인 경우는 없어요. 우린 성격이 비슷해요. 두 사람 다 차분하고 신중해요. 서로 마찰을 일으키지도 상대가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우리는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책, 같은 영화, 같은 음식, 같은 그림을 좋아해요. 생각도 같고, 유머 감각도, 아니 유머가 없는 것도 같아요. 간단히 말해 우리는 함게할 수 있고 함께하고 싶어해요. 내가 '잘 어울린다'고 한 건 이런 뜻이었어요. 굿나잇. 에미.-203쪽

그건 그렇고, 이만 나가봐야 해요. 필립이랑 만나서 저녁 먹기로 했거든요.필립이 누구냐구요? 웹디자이너예요. 젊고, 싱글이고, 위트 있고, 나를 흠모해요. 나는 딱히 필립이 내키지는 않지만 필립이 나에게 품은 연정에 끌려요. -228쪽

내 삶의 모토는 비난받아 마땅해요. "되도록 많은(흥미로운)여자들이 나를 마음에 품길!" 이게 내 삶의 모토거든요. (한 가지 얘기해도 될까요. 에미? 나는 흥미롭지 않은 여자도 받아들여요. '되도록 많이'가 중요하기 때문에.)-236쪽

에미, 우리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만남'에서 당신이 기대하는 게 뭐예요? 이 질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만남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 질문이 떠오르네요. 이번에는 유난히 그래요.


Re:
1) 안티파스티 디 페스체
2) 린기네 알 리모네
3) 하나 코타
4) 그 전과 그사이와 그 후와 그걸 먹는 동안에,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 곁에 있는 레오!
5) 내 맞은편에 시각적으로 존재하고 청각적으로 존재하고 손만 뻗으면 닿도록 가까이에, 무릎과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레오!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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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안써요? 응?

아포지 2010-04-28 15:57   좋아요 0 | URL
아 나...오늘 하루 종일 락방님만 보면 왜 이렇게 웃긴거에요...하하하하... 그나저나 책 재미 있겠네요,

"내 삶의 모토는 비난받아 마땅해요. "되도록 많은(흥미로운)여자들이 나를 마음에 품길!"

대박인걸요? 읽어 보고 싶은데, 영어로 번역이 안되었나 봐요..

LAYLA 2010-04-28 20:51   좋아요 0 | URL
좋은 책 리뷰는 쓰기 힘들단거 아시잖아요^^

LAYLA 2010-04-28 20:52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다락방님과 apouge님의 댓글은 만담처럼 왜 이렇게 웃기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4-28 22:53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알라딘에 새벽 세시와 일곱번째 파도를 읽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니! 내 홍보가 그렇게나 부족했나!! orz
아 뭔가 apouge 님께 이 책을 비행기태워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 이 미친 의무감은...어디서 나오는걸까요 ㅠㅠ

독일 소설이구요, 아직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았어요. 미국에 있는 친구가 그래서 참 재미있대요. 주인공은 보스턴으로 날아갔는데 정작 보스턴 사람들은 이 소설을 알 수가 없다면서 말이지요. 하핫.

근데 왜 제가 웃긴가요? 제가 뭘 웃긴말을 했나요? 제가 그러니까 좀 코믹캐릭턴가요? 하핫

LAYLA 2010-04-29 23:12   좋아요 0 | URL
영어로 번역되기 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니 충.격 입니다
그런 선견지명을 가진 에디터는 누구인가요?? 진짜 좋은의미의 충.격에 빠졌어요!!

아포지 2010-05-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생각보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일단 일본에서 나오는 책들은, 한국이 상당히 번역이 잘 되어 있는 편이죠. 이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류,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의 책들을 영어로 본적이 있는데, 한국어보다 더 번역을 잘 했다는 느낌은 거의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냥 좀 다른 정도죠.

운이 안좋은 경우엔 좀 뭐 거시가 합니다. 유키오의 우국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영어로 번역된 걸 읽어 보곤, 꽤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장이 너무 멋대가리가 없었거든요.

더불어 유럽에서 나오는 책들도, 일단 국내에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신간들은 여기 보다도 더 빨리 나오는 것 같아요.

LAYLA 2010-05-02 20:37   좋아요 0 | URL
한국어랑 일본어는 비슷해서 (어순이나 단어라던지) 그렇지 않을까요? 한국의 하루키 책들 표지가 다 안습이지만 그래도 절대로 영문판을 사고싶진 않더라구요 ㅋㅋ

비로그인 2010-09-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최근에 너무나 재미있게 본 책 두권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와 일곱번째 파도에요...
너무 늦게야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빌려주고 있어요.
이성은 아니지만 중학교때 이민을 가서 한국에 없는 친구와 오래도록 편지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바고 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은 뭔가 친근한 게 느껴져서 얼마전 친구에게 두 권을 새로 사서 보내주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읽은 후 한 가지 했던 말이... 두 사람이 정말 존대말을 썼을까? 였어요.
독일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이에 변화가 아닐까 싶기도 한대요.

전 읽으면서 거슬렸다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 말을 얼핏 하더라구요. 그래서 원작을 찾기 시작했는데 정녕 독일어판(원서) 밖에 없나요?

영문판은 없나요? 내친김에 독일어를 공부하고도 싶지만... 그건 능력 밖이라는 생각에 검색하다가 이곳에 들어왔어요. 혹시 정말로 영문판은 없는지 궁금해서요...

짤막짤막한 이메일을 주고 받는 내용이라서 영문판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싶었거든요.

영문판이 정말 없는지 답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