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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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나의 서재에 저런 격없는 제목을 단 리뷰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으나. 저 말 외에는 적절한 제목이 없으므로 그대로 단다. 이 감독의 영화는 대체로 좋은 감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세대와 국가를 초월한 '보편'을 담는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아주 '일본적'인 정서와 '일본의 현재' 사회상을 작위적이지 않게 그려낸다는 감상이었고 내가 높게 평한 것은 현실을 담되 그 속의 복잡다단한 다양한 면을 편견없이 그려낸다는 것. 책의 내용은 별로 흥미롭지 않았고 (자신이 텔레비전 피디에서부터 어떻게 영화를 찍었는지 커리어 순으로 설명한 느낌인데 그냥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샀으니 일독은 하자며 진행했는데 이게뭐야? 싶은 부분들이 튀어나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제일 크게 빡쳤던 부분은 일본인으로서 한일 역사에 대해 주제넘게 왈가왈부하는 부분. 한국판을 위해 굳이 삽입하지는 않았을거고 원본 그대로 번역한 것일텐데 편집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건가? 



한국 서울 교외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일제 강점기 때 민족 독립운동에 몸을 던져 체포당한 정치범들이 투옥되었던 형무소 유적인데, 전쟁의 비참함을 전하는 시설로는 그다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지하 고문실에서는 형사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일본 경찰 인형과 애국 열사 인형이 나무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일본 경찰이 열사의 손톱 밑을 송곳 같은 것으로 찌르는데 스위치를 켜면 비명을 지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리얼하지 않습니다. 인형의 만듦새가 나쁘다거나 컴퓨터 그래픽이 더 리얼하다는 뜻이 아니라 보는 쪽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신발로 쌓은 산을 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사고의 깊이를 촉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일본인이 한국 서대문 형무소에 대해서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으니 잘 만든게 아니다' 이런 소리하고 있는건가요? 그는 물론 일본인답게 '그렇지만' 운운 하며 계속 이야기를 중언부언 하는데 그래서 하는 말이란게


이는 제가 가해자 측인 일본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은 지독하구나‘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피해의 극심함을 호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걸로 문제 없을지도 모르지만, 전쟁을 어떤 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설명할지를 결정할 때 피해자 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면 거기서 사고가 멈추어 일종의 배타주의와 적대주의만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요. 이는 입장을 바꾸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인만 피해자인거 아니구 핵 맞은 일본인도 피해자야 ㅋ

-> 서대문 형무소로 시작해서 결국 이 말을 하려고 했군요?


물론 자기는 국제 영화제에 욕심이 있고 헐리우드 진출도 하고 싶기 때문에 (책 내용 그리고 행간으로 다 나오는 내용임) 대놓고 일본이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일본이 잘못이 있다고 기술하지만 기승전 일본도 피해자야 잉잉으로 흘러간다. 


저는 만약 일본 사회가 참된 의미로 성숙한다면, 그때는 일본인이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고쳐 쓰고 제9조는 국민투표로 다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을 말하자면 의사와 긍지와 각오를 가지고 제9조를 다시 한 번 선택하는 것입니다. 단 그때는 미군 주둔 문제는 물론이고 쇼와 천황의 전쟁 책임까지 포함하여 도쿄재판도 일본인 스스로 다시 열어야 합니다. 가해의 책임을 제대로 되묻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시민도 휩쓸린 무차별 폭격을 반복한 미국의 전쟁 범죄 책임을 묻는 일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일본이 잘못했다면 미국도 똑같이 잘못한거야!!!잉앵웅!!!! 일본엔 워낙 도라이들이 많으니 공인이든 뭐든 이런 소리하는 인간이 있다는게 이상하지는 않은데 이걸 거르지 않고 그대로 번역 출판했다는 부분이 어이가 없었다. 신사참배도 깨알같이 변명해주시고...


중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씨는 책에 ˝‘일본인은 죽으면 모두 부처가 된다‘고 하는데 죽은 인간을 벌하지 않는 그 감각이 중국이나 한국과는 명백하게 다르다˝고 썼습니다. 확실히 일본에서는 죽은 자를 채찍질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그르다고 여깁니다. 죽으면 어떤 악인이든 부처님이라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이른바 에이급 전범이라도 영령으로서 다른 전사자와 한데 묶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우월감, 한국에 대한 열등감인지 얕잡음인지가 느껴지는데 이런 식이다.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는 도쿄영화제이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양으로 밀어붙이기는 하는데 국뽕에 차있어서 좀 별로... 나는 처음에 국제 영화제 데뷔를 베니스 영화제로 해서 뒤에 베를린 등 큰 무대에서 좀 홀대받은 경향이 있다.(=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감독들이 베를린에서 잘 나간거는 운이 좋아서임) 한국 감독들은 기를 쓰고 외국에 나가는데 나는 뭐 ㅋ 그렇게 안달복달 안하고 여유롭게 나만의 영화를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할 수도 있지 뭐 (=나도 할리우드 가고 싶다고 광광)


물론 저 위의 서대문형무소 플로우처럼 일본인스러운 아주 완곡한 문체로 적혀 있지만 결국 이런 내용이었고 얘 모지? 소리가 나올수밖에 없었다. 자기 그릇이 일본 담는 그릇밖에 안되는데 어케 할리우드를 가요....(최근에 뭐 찍긴 찍었더라. 그래 뭐 찍을 수 있지) 그리고 진지하게 지금 본인이 봉박 레벨이라 생각하는건가? 진짜로요? 아무리 예술가들이 자뻑에 본인 수준파악이 안된다지만 진짜로요? 아주 관대하게 봐서 서로 장르가 다른 예술가로 본다면 모를까 자신이 봉박과 동급 혹은 이상이라 생각하는 태도에 할 말이 없었다. 


며칠 전 텔레비전 보니 한국 예능에도 출연하던데 그가 왜 출연하는지는 모르겠고 방송국 입장에서야 봉박 섭외보다 쉬웠을거 같다만 저 정도 역사인식 가진 사람을 한국이 떠받들어주고 안방 텔레비전으로 봐줘야 하는지 모를이다. 이 책의 내용 역시 널리 알려졌다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벌일만한 문제의 소지가 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돈 주고 사 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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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9-12-2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양식 좀 있다고 하는 일본 사람의 수준인 듯합니다 모든 걸 떠난 저 놈의 양비론 사고를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전쟁범죄를 대하는 전형적인 자세가 역겹습니다

LAYLA 2019-12-23 14:58   좋아요 1 | URL
아무리 일본인 화법으로 쓰여있다지만, 저걸 아무렇지 않게 번역 출판한 출판사나, 안읽은건지 못읽은건지 감독 찬양만 하는 일부 리뷰들을 보니 참담하네요.

라로 2019-12-2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일라님!!! 거기도 겨울 방학이 있나요?
암튼 제목 정말 잘 지었어요!!^^
참! 저 어제 봉감독의 기생충 봤는데 대박!!
레일라님의 독서영역은 정말,,,,암튼 겨울방학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 이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