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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치리 ㅣ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평점 :
‘닭’하니까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생각났고, ‘수탉’ 하니까 『열혈 수탉 분투기』가 생각났다.
‘투계’ 하니까 투계는 아니지만 투견이 나오는 김리리의 『나의 달타냥』이 생각났다.
이번엔 『싸움닭 치리』. 표지 그림이 난 너무 좋았다. 딱 내 감성이다. 책을 펼치고 단숨에 확~ 읽었다. 다 읽고 나서는 뭔가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앞표지, 뒤표지, 책날개, 작가를 살폈다.
아차, 이 책은 ‘바람의 아이들 높새바람 시리즈’구나! 작가는 성인대상이 아닌 아동대상으로 글을 쓴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순간 너무 기뻤다. 왜냐하면 4학년, 5학년 남자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재미나게 잘 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축구,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도 한 번 잡으면 쭈욱 읽을 것 같다.
우리 집에 4학년 남자아이가 있어 내 밀어 본다.
“읽으라고?”
“어떨 것 같아? 재밌어 보여?”
“싸움닭 치리? 재밌을것 같은데”
"읽어볼래?"
싸움닭 치리는 토종닭이다. 깜이는 닭 중에서도 샤모종이다. 나는 치리가 너무 이해된다. 능력 있으니 나서서 나의 재능을 맘껏 펼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보여 줄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을 모르고 덤비는 것이야말로 정말 바보다. 그럼 치리의 무모한 도전을 무시해야 할까? 그럴 수는 또 없다. 치리가 선택한 것에 치리가 책임지는 것이다.
깜이는 알면서도 자신을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한 선택을 했다. (원래 깜이가 선택된 것이지만) 기꺼이 그 희생을 감수했다.
치리는 토종수탉이다. 암탉과 병아리를 지키는 수탉의 의무를 감당하기 위해 그 능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능력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 깜이는 싸움을 위해 개량된 인도산의 샤모종이다. 태어난 존재 이유에 따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깜이에게는 슬픔이다. 치리는 자신 본연의 토종수탉으로, 깜이는 사람이 만들어 준 존재 이유를 버리고 자연 본연의 존재 이유로 돌아가는 점이 나에게는 크게 와 닿았다.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능력은 어디에 쓰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
우리 집 4학년 마음에도 치리가 있다. ‘도전’, ‘반항’, ‘경쟁심리’를 불러 일으키며 “만원 줄테니 읽어 볼래? 단, 오늘 하루 안에 읽어야 해” 라고 하면 책을 안긴다. 이 책의 존재 이유가 울 집 4학년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녀석은 뭐라고 할까? 같이 데이트하며 후기를 나누어야겠다.
참! 난 치리의 선택이 너무 좋다~!! 어쩜 진짜 동화다운 선택이 아닌가 싶다.
<후기>
결국 4학년 아들은 혼자 읽지 못했다. 책이 너무 좋아 소리내어 읽어 주었다. 그런데 왠일~ 책이 더 재미나다. 문장이 살아나고 장소와 인물이 더욱 생생해진다. 어릴 때 책이 없어 같은 책을 여러번 읽었는데 그 맛이 살아났다. 뜯어먹고 또 뜯어 먹어도 또 다른 맛이 나는 책일 것 같다. 옆에서 듣던 6살 딸도 재미있다고 한다.
이 책을 라디오극 처럼 읽으면 어떨까? 함께 해 볼 엄마들을 모아 해 보아야겠다. 이런 책 맛은 독서동아리에서 제일 잘 느낄 수 있다. 독서동아리에 완전 추천한다. 인물, 사건, 배경, 결말, 소재, 주제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이야기 할 것이다. 발제 할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후기2>
바람의 아이들 초대로 신이림작가님과 최윤정대표님을 뵙고 너무 좋아서 위에 일을 실행에 옮겨 보았다. 최윤정대표님의 생각이 너무 좋아 '바람의 엄마들'이라는 대한민국 최초 출판사 팬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들과 함께 싸움닭치리를 카카오 보이스 콜로 매일 매일 1장씩 8:30에 읽어보았다. 아이들은 엄마옆에서 들으면 좋고~~ 라고 하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배역을 맡아 읽게 되었다.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마지막날 신이림 작가님과 지인 2분씩 초대해서 줌으로 읽었다. 모두들 행복한 한시간이었다.
이 리뷰를 보신 분들도 이렇게 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