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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 ㅣ 김동식 소설집 10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3월
평점 :
김동식 작가 소설집 마지막 10권을 기대에 차서 손에 잡았다. 첫 번째 글 ‘밸런스 게임’을 읽고 난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감히 김동식 장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책 마지막 김민섭 기획자의 글에도 나와 같은 말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마 김동식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다 그리 말하겠다 싶다.
첫 소설집 「회색인간」이 나왔을 때 내가 사는 관악구에서는 그 책을 ‘관악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해 말, 독서동아리들이 함께 모여 연합 토론을 했다. 단편 <회색인간>으로 박상경 아나운서와 몇 몇이 라디오 극을 진행하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10여 개의 테이블에 80여명의 책에 대한 토론은 너무나 뜨거웠고 그날 김동식 작가의 입장은 모두를 기쁘게 했다. 쑥스러워 한다던 작가는 독자와의 만남의 묘미를 알아가는 것 같았다. 토론이 끝난 후 행사를 진행했던 몇몇이 함께 카페에서 토론에서 다 하지 못한 마음들을 달랬다. ‘그때 장편을 써야 하지 않겠나’ 했던 말에 나는 단호히 지금 쓰고 있는 스타일을 10년은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아직은 김동식 작가만이 쓸 수 있고 그의 글의 묘한 매력 중의 하나가 독자만의 또 다른 이야기로 불러들이게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10권의 첫 작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밸런스 게임’을 읽자마자 독자에게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그의 능력이 더 탁월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글은 내 안에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제목처럼 사고의 밸런스를 맞추어 가게 한다. 예전에는 내 생각들을 끄집어 낸 후 다시 주워 담아 정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10권에서는 깔끔했다. 마치 방 탈출 게임처럼 ‘소설 탈출 사고력 게임’이라고 할까? 반전의 반전의 매력은 뱃속 깊은 곳까지 감전을 일으킨다. 또 하나의 매력은 독자와 양손에 천을 맞잡고 옛날 다리미질 천에 풀을 먹이듯 생각의 밀당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동식 소설집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독서동아리에서 나누라고 하고 싶다. 독서동아리로 가져가면 엄청난 이야기들이 탄생 된다. 서로가 다른 생각과 다른 결정들, 그리도 다른 결말들이 일어난다. 독서의 재미, 독서동아리의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책이다. 발제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발제가 절로 나오고 의문과 의혹과 찬성과 반대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거기에는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가 존재하기 어렵다. 왜냐면 다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 맞는 이야기고 다 이해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나를 탈출하고 사회를 탈출하게 된다. 독서동아리에서 김동식 소설집을 나누기를 적극 추천한다.
마침 2021년 봄에 9권, 10권이 나왔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에게 다시 김동식 작가의 책으로 책의 봄바람을, 독서동아리 모임의 봄바람을 가지고 올 것 같아 기쁘기가 그지없다. 첫 작품을 읽고 호탕하게 웃은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마지막 10권이라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가득하다. 김동식 작가와의 첫 만남 이후, 직접적이지는 않았지만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있는 그를 두어 번 보게 되었다. 점점 여유 있어 보이고 여전히 성실한 모습에 다행임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10권의 마지막 글은 김동식 작가의 인생 선택을 보여 준 것 아닌가 싶다. 작가와 기획자, 출판사가 많은 고민을 하고 넣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마지막 10권 이후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