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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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을 감춰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것이 자신이 호감 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게 될까? 이 낯선 도시, 각각의 밸리에서 시간의 경계를 넘는 일들이 펼쳐진다. 즉' 애도 투어'라는 이름하에 자문관의 판결이 큰 역할을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상의 현실 속이지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듯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다는 기회. 그 기회와 희생 앞에 주인공 오딜 오잔이 등장한다.




십 대 시절의 '오딜 오잔' 이 쓴 자문관 실습을 위한 에세이 평가 후 추천서 발부를 거절한 피슈그뤼 선생님. 당연히 자신의 딸이 자신과 같이 자문기관 심사 프로그램에 당연히 합격할 것을 예상하는 어머니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켰을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나 오딜은 결국 자문단 실습생 지원에 탈락한 듯싶었으나 회생하며 자문관 실습 최종 응시 과정에 올라선다.

이런 오딜에겐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조력하는 친구 에드메와 알래, 조, 쥐스틴이 등장한다. 그녀가 사모하는 에드메는 부모님의 가업인 정육점 일 대신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새겨들으며, 에드메에게 우정과 호감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질도 모른 채 말이다.




그 발단은 바로 운동장 어딘가에서 발생한다. 오딜은 밸리를 이동하는 에드메 부모님 피라 부부를 얼핏 목격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발단이 된 것인지 자문관 실습생 과정에 통과하는 계기가 된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오딜은 자신이 쓰던 노트 한구석에 자신의 에세이와 평가에 대한 불만 사항, 피라 부부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적어 둔 것을 깜박 잊은 채 피슈그뤼 선생님께 노트를 제출했던 것이고 이것이 피슈그뤼 선생의 결정을 번복하게 된 원인이 된 것이다.

가끔씩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고, 기대 못했던 결과에 봉착하게 되는 것도 인간의 일상이다. 오딜은 자신이 이미 자문관 실습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자신이 직접 작성한 노트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피슈그뤼 선생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이 모든 과정을 퍼즐 조각 맞추듯 이어간다.





오딜은 자문과 테스트에 참석하며 몇 가지 자문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듣게 되고 그 내용을 정확히 받아 적는다.

자문 기관의 유일한 목적은 마을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문관은 우리의 삶을 보호하는 수호자다.

철책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자문 기관은 항상 그 경계를 보호했다

자문 기관과 헌병대는 단일한 수호자로 간주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 마을과 우리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다른 밸리도 자신들의 아전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다.

등등의 여러 가지 자문관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목차를 정해 정리했다. 매주 금요일 세 명의 탈락자가 나온 뒤 최종 선발되는 자문관 실습생. 오딜의 마음에는 기대와 부담감이 동시에 타오르고 있을 뿐이다.

첫 과제를 치르고 심사관 선생인 이브레와 독대하는 오딜은 그가 에세이 노트 한 켠데 쓴 내용에 대한 함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지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사실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내용의 전개이다. 오딜만이 알고 있었을 이야기는 시간의 계곡, 즉 밸리와 밸리 사이의 연계 등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증을 야기하는 소설이며 독자의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한다. 에드메와의 관계, 그를 좋아하는 심정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 벌어질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느껴지는 궁금증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서로의 구역을 함부로 넘나들 수 없는 상황의 밸리. 즉 마을과 마을 사이의 경계를 의미하며 말 그대로 시간을 거스르는 계곡이 장벽처럼 등장하는 것이. 왜 그들은 상호 간의 방문이 어려운지를 떠나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이 <시간의 계곡>이란 작품을 읽어 나가는 묘미이자 끈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딜은 이를 판결하는 자문관에 도전하게 된 것이며, 실은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일에 자신의 뜻을 더 두고 있었으나 자문관과 기록실에서 근무를 이어가는 엄마의 바람대로 자문관 후보 실습에 꾸준히 참여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볼 수 있음과 없음은 단순한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코로나19 시대를 보낸 것처럼 보고 싶지만 상황으로 인한 제약과 제재 등이 동시에 발생하던 그 시기를 조금 다른 의도로 그려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꼭 볼 수 있을 때 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하루를 미루고 한 달을 미뤄 자기 편의대로 판단하고 결론 내릴 때가 있다. 아직 10대 후반에서 성인이 된 오딜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정의, 편견, 진실이 <시간의 계곡>을 통해 한꺼풀씩 벗겨지고 밝혀지는 상황을 우린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오딜은 에드메와 사랑을 이룰 것인지 그저 우정 혹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 것으로 서로의 경계를 구분 지을지 시간의 계곡은 결국 시간과 시간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힘이 작용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리뷰어스 클럽 출판사 서평 지원으로 개인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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