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양장)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 원화 그림,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옛 기억을 더듬으며 빨간 바탕의 브라운관 모니터에서 보았던 말 많던(?) 아이를 떠올린다. 이렇게나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구나,라는 결론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떠오른다. 말이 많은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 앤 셜리. 겉으로 온화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속 깊은 아주머니 마릴라, 앤을 응원하는 마릴라의 무뚝뚝하지만 다정다감한 오빠 매슈의 모습에 흐뭇한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예전 빨강 머리 앤의 만화를 먼저 시청한 독자라면 소설의 이야기가 실제 영상을 시청하며 책을 읽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글 한 줄, 두 줄이 눈과 귀를 통과하듯 살아 숨 쉬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앤과 함께 하는 가족들 외에 말 많은 린드 부인, 그녀의 친한 친구가 되는 다이에나에 이르기까지 앤의 정서를 보듬어주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보는 독서가 되길 바란다.


캐릭터 중심의 전개 혹은 마을의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지만 당시 보수적 사회성을 드러내는 캐나다의 정치적 현실까지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참정권을 비롯해 인간에게 주어져야 할 자유와 평등에 대한 당연함이 보수적 전통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성향을 현재와 비교해 읽어 본다면 보다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순정 만화, 목가적 성향의 소설로만 알고 있었던 ‘빨간 머리 소녀 앤‘의 감동과 잔잔한 여운이 함께 하는 명장면들을 문장으로 만나 새롭게 공감할 수 있었던 추억의 고전 소설 읽기였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내면은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 그 깊이를 ‘빨간 머리 앤‘을 통해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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