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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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에 끝자락 즈음이면 빨리 반이 바뀌길 바랐다. 세개의 반으로 구성된 한 학년은 바뀌어 봤자 3분의 1은 다음 학년에도 같은 반에 편성되는 처지였다. 그래도 1년 더 복작대며 으르렁 댈 생각을 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사회성이 턱 없이 부족했던 내게는 늘 앙숙관계의 친구를 생기기 마련이었고 새 학기마다 외톨이를 자처하곤 했다. 반골기질에 미움받을 용기가 싹튼건 그때부터 였던거 같다. 덜그덕 거리는 빈수레의 바닥이 드러나는 것보다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았다. 오인을 해명하기 보단 외로움을 선택한 문병욱이처럼 말이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하고 퐁신퐁신한 아이들 세상은 만지는 사람의 온도에 따라 쉬이 녹아버리기도 뭉쳐져 단단한 결정이 되기도 한다.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작은 뭉치로 출발했던 말들은 구르고 굴러 큰 덩어리가 되고 그 덩어리가 어떤 결말에 도착할지 미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말을 옮기기에 바쁘다. 입말의 파장의 무서움을 처음 경험하는 장소는 교실 안이 아닐까 싶다. 고독을 받아들이게 된 친구에게 다가가는 용기보다 더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그릇된 말에 휩쓸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려 하는 화자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소문이 부피를 부풀리는 속도 만큼이나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작은 힘이 또 다른 결에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우리반문병욱 을 통해 자라는 과정에서 결속을 어떻게 배우는지 엿볼 수 있다. 매일 몇시간씩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같은 학급 속에서 아이들에게 <우리>란 어떤 의미일까? 반드시 모두와 친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는 모양이 다른 타인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아량을 배워가길 바라게 하는 책을 만났다 #문학동네 #문학동네그림책서포터즈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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