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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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아이와의 대화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엄마, 다른 애들은 다 보는데 나는 왜 유튜브를 못 봐? 엄마는 인스타그램에 서평도 올리고, 책에 대한 정보도 얻잖아. 나도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동영상을 찍어서 좋아요랑 구독도 받고 싶어!” 말문이 막힌다. 어디까지 이해를 구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와중에 두서없는 말들을 쏟아져 나온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한 뼘 더 들어가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지 않게 될까 봐? 반대로 영상만 보게 될까 봐? 물론 그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sns를 통해 습득하게 될 세상에 모습이 어떨지 그려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나조차 내 의지와 관계없이 봐야 하는 광고 영상은 물론이고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타인의 계정에 빨려 들어가 몇 분을 허비하고 머무르게 될 때가 있다. 사진 몇 장에 담기는 찰나의 행복을 전부로 착각하며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동경하게 되고 그것은 충성 소비로 이어진다. 진정성이나 물건에 가치를 판단하기 보다 파는 사람의 이미지가 곧 상품성이 되고 점층적으로 자극에는 둔해진다. 내가 걱정되는 것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현상이다. 혹할만한 콘텐츠에 변별력 없이 노출되고 우월감이든 박탈감이든 비교의 선상에 나를 올려두고 저울질하게 됨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단초가 되기에 최대한 멀리멀리 두고 싶다.

테이블 위에 너저분하게 널린 쓰레기는 황급히 치워버리고, 튀어나온 군살은 잘라낸다. 하지만 A 컷은 편집되어 버린 b 컷에 담긴 그날의 감정, 기류, 에너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 책에 울림은 그 무엇보다 담담하고 편안한 문체에서 온다. 담담하지만 단단하고, 편안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는 손가락 밑줄을 그으며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에 의미가 여실히 느껴진다. 명주실처럼 미끄러지는 감정의 언어들을 주워 담으며 나의 내면 조차 견고해지는 마법에 빠진다. 타인을 절하하는 것으로 나의 위치를 증명하는 것도, 타인에 빗대어 열패감을 느끼는 것도 단련의 과정이라면 부디 그 감정은 편집하지 말고 저장해두길 바란다. 그것은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될 것이다. 치부해버리면 안되는 b컷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너를위한b컷 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문학동네 #이금이 #청소년소설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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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 독깨비 (책콩 어린이) 78
크리스티나 시군스도터 지음, 에스터 에릭손 그림, 김인경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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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길에도 하교길에도 놀이터에서도 둘은 꼭 붙어있었다. 올해 초엔 같은 반이 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기뻐했다. 그러던 녀석들인데 최근엔 함께 다니는 장면을 볼 수 없길래 A에게 물었더니 B가 학원을 옮겨서 학교에서만 놀고 동네에선 만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 또한 그럴 수 있는 사연이라 끄덕이고 말았는데, 며칠 전 놀이터에서 A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사실은 B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고 완벽히 오해이지만 아무리 해명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의심에 내용은 A가 B의 비밀을 발설했다는 것. 그렇다. 20년 전에도 비일비재했던 음해의 스토리는 강산이 두번이 변해도 자행되고 있었다. 얽히고 싶지 않아도 한번은 거치고 간다는 학창시절 통과의례 같은 그것. 그것을 겪고 있는 A는 내게 묘책이 없는지 물었고 정공법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안하느니만 못한 조언을 했는데, #열두살아무에게도말하지못한비밀 을 읽고 보니 꽤 그럴싸한 조언 같았다. 뭐랄까… 나 답지 않게 조숙한 답변을 했달까?

사건이 생기면 유야무야 하거나 최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자 했더니 늘 친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어려웠고 모면이나 무마처럼 비겁한 편을 선택했다. 알몸을 공유하면 끈끈해지는 요상한 기류처럼 비밀을 상호 공유하게 되면 피를 나눈 가족보다 관계의 점성은 짙어진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단짝을 사귀었을지는 모르나 온 우주가 단 한명의 친구를 향해 있다는 건 단짝 친구의 배신은 인생 최초의 절망이자 위기가 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인공 크리켓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나만에 친구의 배반을 성숙한 방법으로 소화한다. 해석과 기다림에 방식이 너무도 기똥차서 보는 내내 웃게 된다(재미있다 혹은 재치있다 이상의 표현이 필요할 만큼) 또한 장을 넘길수록 그녀의 인내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 궁금해진다. 우정이란 이름에 전차에서 내린 나로썬 조금은 지리멸렬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과거라 회상하지만 한편으론 우정에 정의를 내려가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되돌려감기 하게되는 이야기를 만났다 #책과콩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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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용 팝니다
안영은 지음, 지은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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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켠에 아주 커다란 물건 하나가 있다. 가로 1미터 세로 50센치 깊이가 1미터쯤 되며 앞면은 경첩을 달아둔 아크릴이고 천장은 망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해두었다. 남편이 구성하고 주문해서 만든 유일무이한 햄스터의 집이다. 그렇게 번듯하게 햄스터집을 마련한지 두달이 되어가지만 우린 아직도 햄스터를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분양을 받는 건 거래의 개념으로 느껴져 키울 마음 자체를 먹지 않았는데, 유기된 햄스터를 입양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서 함께 살아볼 결심을 했다. (구조률이 저조하긴 하나 교감이 어렵고 작은 체구라 쉬이 버려지는 햄스터가 많다고 한다) 전반적인 습성이나 환경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울타리 안에서 키우며 바라보는 건 어항 속 물고기 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거듭 충돌중이다.

#반려용팝니다 는 우리 가족이 갖고 있는 마음이 반영된 책이다. 거래하고 싶지 않은 마음, 가족의 기쁨을 위해 도구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은 책임감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윤리적인 판단 앞에 놓여야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며 반려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에 화살표가 반려동물이 아닌 나를 향해 있진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동물에 특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쾌적한 집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반려인에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또한 내 생활영역을 공유하는 것과 그에 따른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미흡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내가 반려견 입양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에 들은 질문과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의 결이 너무도 같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생후7개월의 강아지는 생후100일이 되지 않은 갓난 아이를 돌보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서 직립보행을 하고 말귀를 알아들을 때까지 부모가 24시간 떼어놓지 않고 케어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그렇게 돌보셔야 해요. 아이 역시 보이는 족족 입에 들어가는 시기가 있고 온갖 물건을 다 망가뜨리는 시기도 있지요. 앞만 보고 달려가서 쫓아가야 하는 날도요. 강아지도 그렇습니다. 이 모든 시간을 함께 할 결심이 되셨나요?” #반려용팝니다  #후즈갓마이테일 #안영은작가 #지은작가 #그림책 #호수네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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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워킹맘 -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아닌 우리들
전보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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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도 아니고
서평가? 도 아니고
워킹맘? 도 아니지만 완벽히 아닌 것도 아닌 #낫워킹맘 이 된 사연이 내게도 있다. 매달 같은 날에 회사로 부터 월급을 받을 땐 워킹맘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았다. 일한만큼 버는 프리랜서가 되고나니 내 포지셔닝은 애매해졌다. 그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고 꾸준히 하는 일은 매일 읽고 쓰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의주시 않지만 내 글을 돌려막기 하거나 복제 하진 아는지 검열해보는 관문도 있다.

미천한 작문 실력이지만 성실하게 독후감을 쓰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유토피아를 찾은 기분이 이만할까 싶었다. 거기에 단 한번도 사직서를 품지 않아본 유일한 작업이 독후감 쓰기가 될 줄이야. 그렇게 4년에 시간이 흘렀고 독후감을 남긴 책이 300권이 넘어간다. 초기엔 한달에 4~5권도 헉헉댔는데 묵묵히 연마하다보니 한달에 20권도 쓸만큼 거뜬한 힘도 길러졌다.

되려 전문 서평가가 아니라 좋다. 양질에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이 없고 그렇기에 벅차면 쉬어가고 글쓰기 요정이 내게 은총이 내릴 땐 박차를 가해 쓴다. 전력질주를 한 뒤에는 휴식을 취하고 독자로의 시간을 누리면 된다. 잘 흡수되지 않는 책을 붙들고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산으로 가는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안에는 이상하리만큼 뚜렷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존재한다. 누구도 내게 쓰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타이틀을 하사하진 않았지만 내 글들이 나를 증명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처럼 매일 쓰는 여성들에 이야기가 이곳에 도착해있다. 고이지 않고자 무뎌지는 것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워킹맘과 낫워킹맘이라 가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가사와 육아를 모두 해내는 N잡러이지만 재직증명은 안되는 자신을 직접 세우고 공력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내공이 짙은 글에 다 녹아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콕콕 무언가 자꾸 나를 찔렀다. 너는 정말 워킹맘일때 낫워킹맘을 머무르고 있는 정주자로 생각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이 책은 호봉이나 경력증명서가 증명해주지 않는 나를 일으키는 방법을 면밀히 들려준다. 엄마들이여! 일어나시라 #낫워킹맘 #나비클럽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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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빵 엉덩이는 어느 쪽? 노는날 그림책 6
츠카모토 유지 지음, 황진희 옮김 / 노는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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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어딘지 왜 중요하지? 내가 정하면 그쪽이 내 엉덩이인거 아니겠어? 코가 엉덩이래도 내가 그러면 그런거지! 근데 있지 엄마, 숨겨둔 비밀은 가장 마지막 장에 공개돼. 사실 소라빵은 소라빵이 아니라 크루아상이었단 결말인거지. 그건 뭘 의미하겠어? 엉덩이가 어느쪽인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누군지가 더 중요하다는거야.

맞네!!!!!! (내가 너의 말을 좀 빌려다 써도 되겠니....)주저리주저리 길기만 한 나의 글보다 꼬마의 응축된 몇마디가 훨씬 명료하다.

팔랑귀도 됐다가 줏대없이 휩쓸리기는 시간 안에서 배운다. 나는 호수도 그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뱉은 말처럼 중심이 견고하고, 타인의 나를 향해 갖는 질문에 요동치기 보다 적당히 필터링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래본다 #소라빵엉덩이는어느쪽 #노는날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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