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아이와의 대화에서 질문은 시작된다. “엄마, 다른 애들은 다 보는데 나는 왜 유튜브를 못 봐? 엄마는 인스타그램에 서평도 올리고, 책에 대한 정보도 얻잖아. 나도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동영상을 찍어서 좋아요랑 구독도 받고 싶어!” 말문이 막힌다. 어디까지 이해를 구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와중에 두서없는 말들을 쏟아져 나온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한 뼘 더 들어가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지 않게 될까 봐? 반대로 영상만 보게 될까 봐? 물론 그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sns를 통해 습득하게 될 세상에 모습이 어떨지 그려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나조차 내 의지와 관계없이 봐야 하는 광고 영상은 물론이고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타인의 계정에 빨려 들어가 몇 분을 허비하고 머무르게 될 때가 있다. 사진 몇 장에 담기는 찰나의 행복을 전부로 착각하며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동경하게 되고 그것은 충성 소비로 이어진다. 진정성이나 물건에 가치를 판단하기 보다 파는 사람의 이미지가 곧 상품성이 되고 점층적으로 자극에는 둔해진다. 내가 걱정되는 것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현상이다. 혹할만한 콘텐츠에 변별력 없이 노출되고 우월감이든 박탈감이든 비교의 선상에 나를 올려두고 저울질하게 됨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단초가 되기에 최대한 멀리멀리 두고 싶다. 테이블 위에 너저분하게 널린 쓰레기는 황급히 치워버리고, 튀어나온 군살은 잘라낸다. 하지만 A 컷은 편집되어 버린 b 컷에 담긴 그날의 감정, 기류, 에너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 책에 울림은 그 무엇보다 담담하고 편안한 문체에서 온다. 담담하지만 단단하고, 편안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는 손가락 밑줄을 그으며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에 의미가 여실히 느껴진다. 명주실처럼 미끄러지는 감정의 언어들을 주워 담으며 나의 내면 조차 견고해지는 마법에 빠진다. 타인을 절하하는 것으로 나의 위치를 증명하는 것도, 타인에 빗대어 열패감을 느끼는 것도 단련의 과정이라면 부디 그 감정은 편집하지 말고 저장해두길 바란다. 그것은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될 것이다. 치부해버리면 안되는 b컷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너를위한b컷 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문학동네 #이금이 #청소년소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