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 날개달린 그림책방 54
바루 지음, 이슬아 옮김 / 여유당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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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부터 9월, 단연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호수라는 태명은 녀석이 까만점이 되어 날 찾아오기 전부터 정해둔 이름이다. 내가 마치 바람이 불면 거세지고, 배를 뒤집는 파도 같아서 내 아기는 고요하고 잔잔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명을 했다. 호수는 그렇게 태몽도 없이 내게 왔다. 아이를 품기위해 수없이 오갔던 산부인과 진료실 앞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대기하는 동안에 떨림을 잊지 못한다.

잉태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생명과 깊이 교감하고 대화하는 경이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아이는 본인이 이곳에 자라고 있다고 엄마의 몸을 통해 끊임없이 알린다. 매 순간 흔들리는 배에 올라탄듯한 입덧이 지나가고 나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방광이 눌리고 골반이 벌어지니 움직임 조차 둔하다. 너가 보내주는 모스부호 같은 태동에 기대어 생경한 고통도 버틴다.

#우리셋 은 태아가 들려주는 아홉달의 여정을 담았다. 아름다운 표현을 몽땅 끌어다 놓아도 부족한 벅참의 시간들을 통해 이미 성충이 된 부모는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게 되고, 유충 즈음에서 육아로 낑낑 대고 있을 부모에겐 박카스 한잔이 되어줄 책을 만났다 #여유당 #호수네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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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꼬맹이 토토의 그림책
데릭 와일더 지음, 카티아 친 그림, 공경희 옮김 / 토토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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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아저씨가 나타나면 새로운 간식도 먹을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다. 아저씨는 따뜻한 물로 내 얼굴도 몸도 씻겨 주고 호수는 내 곁에 서서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봐준다. 나는 목줄에 묶여 지내는 시골개지만 호수와 아저씨가 우리집에 오는 날엔 조금 다른 개가 된거 같다. 나는 둘의 얼굴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짖지 않는다. 대신 펄쩍펄쩍 뛴다. 나는 이제 아저씨의 차가 무슨 색인지도 알고 있다. 4월에는 아저씨가 혼자 나타나서 서운 했지만 어린이날에 호수랑 같이 올거라고 했다. 이번엔 어떤 간식이랑 장난감을 사다줄까? 내 몸집보다 작은 호수가 무서워하지 않게 반가워도 일어서서 인사하는 건 참아야겠다

한달도 전부터 매일 달력을 지우며 5월5일만을 기다렸다. 5월5일은 어린이날이기 이전에 할머니 집에 있는 봄이를 만날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마지막 주, 우리 가족은 비통하다는 말로는 모자란 소식을 들었고 호수는 이틀 밤낮으로 엉엉 울었다. 목줄이 풀려버린 봄이가 대문 아래로 탈출을 했고 다른 집 개와 개의 주인을 물어 상해를 입혔다. 보호자인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으셨지만 그 일로 봄이는 파양이 됐다. 내내 봄이를 마음에서 보내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이 책을 빌려 봄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나의꼬맹이 는 나이 든 개가 인간과의 작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당연하고 정직한 이치를 담담히 그려낸다. 개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별의 준비과정은 언젠가 맞이 해야할 순간을 인간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이 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다려! 라면 그 부피와 길이가 얼마이건 개는 기다린다. 이제까지 우리를 기다리는 쪽이던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며 사랑하는 반려인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이 책에 담겨있다. “영어 안 배울 거에요. 강아지말 배울거에요.” 라는 광고의 대사처럼 강아지 말로 진심을 전달하는 책을 만났다 #토토북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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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 될까? - 병관이의 진로 탐색
고대영 지음, 한지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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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개수업에는 아이들이 장래희망을 발표했다. 우리 꼬마의 꿈은 공개수업 전날까지만 해도 방송댄스 선생님이었는데, 반나절 사이에 꿈은 폴댄스 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섯살에 그녀는 허수아비가 되겠다고 했고, 그 다음엔 쥬스가게 사장님이 되고 싶어 했다. 그후로 소아과 간호사가 되었다가, 어린이집 선생님을 거쳐 댄스 선생님에 까지 도착했다.

나는 우리 꼬마가 자라서 뭐 될지 보단, 뭐가 되어가는 탐색의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명명할 수도 없고 긴 설명이 필요한 직업을 갖게 된다 할지라도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악셀과 브레이크를 잘 밟는 요령을 알려 주는 것.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잘 운전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훈련에 동참 하는 것이다.

내 느낌에 아직 우리 꼬마가 춤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거 같진 않지만 굳이 나서서 아이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고 아름다움을 느껴 상대처럼 되고 싶다는 동경에서 발화된 꿈이라 해도 희망을 품는 다는 건 살아있고 펄럭이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즐거운 것, 잘 하는 것, 마지못해 하는데 잘 하는 것, 즐겁지만 잘하진 못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그것을 알아차리는 과정이 곧 진로탐색이라고 알려주는 책을 만났다 #길벗어린이 #커서뭐될까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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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걷기 클럽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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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의 특성처럼 성별의 특성인건지, 여자아이들에게서 유독! 빈번히 발생하는 특정 고민이 있다. (짐작대로)그것은 교.우.관.계! 육아선배님들이 말씀하시길, 세명은 안돼-라는 지침이 괜히 만들어진 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되는 때가 온다고 했다. 개중에 그 과정을 건너뛰는 아이들이 간혹 있지만 한번쯤은 그 지리멸렬한 사회화의 과정을 진하고 뜨겁게 경험한 후로 겅중 자란다는 조언도 간과할 수 없는 말이다. 배신, 시기, 질투, 오해, 음해처럼 인생 전반을 통틀어 뜨문뜨문 몇번에 걸쳐 일어날 일을 몇년간의 학창시절 동안 밀도 있게 겪어내야 하니, 동화에서도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는 것 같다.

#열세살의걷기클럽 은 목적은 없지만 이유는 있는 아이들이 걷기클럽으로 소속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이들에 현실 학교생활을 밀접하게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은 물론 걷기클럽 모임원 모두 주위에서 찾아보기 쉬운 캐릭터들로 구성 되어서 극의 몰입도를 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함께 하기에는 또 다른 조율이 필요한 걷기라는 소재로 흡인력을 한번 더 잡아챈다. 혼자 걸을 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보폭과 속도를 조율해가는 과정이 함께 걷기의 진정한 의미이자 관계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시간이라고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열세살의걷기클럽 #사계절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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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사르르, 달빛 그림자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은정 지음, 레지나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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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게는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이 대화와 비슷해서 가끔 엄마가 내 방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때에 혼자 읊조렸던 말들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외롭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내 안에 누군가를 불러냈었다. 내가 놓여야 되는 상황을 그리며 군중이 되기도 하고, 대칭되는 인물이 되어보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예상해보는 연극의 형태인 날도 있고, 어떤 날은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을 뱉아내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도 했다. 중얼중얼 시간만큼은 긴장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감싸주는 더 없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도 자주 그 방법을 쓰는데 그때에 맹점은 스스로에게 치우칠만큼 관대한 사랑을 내린다는 것이다.

#마음이사르르달빛그림자 처럼 생활을 면밀히 공유하지 않는 제3의 존재의 유무에 따라 감정 공유의 폭이 달라진다. 가끔 찾아오는 이모에게 내 이야기를 더 술술 잘하게 되는 논리와 비슷하다. 이 책은 보름달 그림자와 주인공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맹목적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가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세울수 있는지 안온하고 편안하게 들려준다. 그릇된 것을 꼬집고 바르게 잡아주고 싶은 마음 역시 사랑의 연장선이지만 이 책은 따뜻한 사랑의 말이 한번의 꾸짖음보다 더 큰 힘을 갖는 다는 것을 달빛그림자의 하해와 같은 사랑을 빌려 말한다. 존중이라는 이성의 언어보다 앞에 놓아야 할 것은 사랑의 언어임을 망각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을 만났다 #우리학교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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