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후쿠오카 - 행복의 언덕에서 만난 청춘, 미식 그리고 일본 문화 이야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5
오다윤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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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후쿠오카>는 저자가 한 달, 정확히는 32일 동안의 여정을 일기 쓰듯이 정리하고, 매일의 일정 마지막에 방문한 곳의 영업시간, 입장료, 주소 등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곁들인 책이다.

 

그렇다면 후쿠오카는 어떤 도시일까?

 

후쿠오카는 도시의 편리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콤팩트 도시’이면서 조금만 외곽을 나가도 천혜의 자연, 아름다운 해변과 산, 유수의 온천이 있다. 후쿠오카는 알면 알수록 더욱 궁금해지는우리를 ‘먹고 즐기고 움직이게 하는 도시’입니다. [p. 5]

 

일본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자면,

 

하카타역에서 내려 마주한 후쿠오카는 도쿄보다는 소박하지만오사카나 교토가 있는 간사이 지역과는 다른 또 다른 느낌의 번화가면서 일본 소도시보다는 활기찬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p. 14]

 

라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 ‘미식(美食)의 도시라고 하면 흔히 오사카[大阪]을 떠올리는데, 후쿠오카도 그에 못지 않는, ‘미식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의 다른 번화가와 다른 후쿠오카 번화가의 풍경이 형성된 것이 아닐까?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점마다 빽빽이 놓여 있는 후쿠오카의 명물 멘타이코(명란젓), 아마오우(후쿠오카의 명물 딸기) 관련 상품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나 의류 매장이 즐비한 다른 일본 번화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p. 14]

 

재미있게도 내가 후쿠오카를 방문했을 때는 그런 풍경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후쿠오카가 나의 첫 해외 당일치기 여행지였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내가 당일치기를 선택했을 만큼 후쿠오카가 한국인에 있어서 심리적 거리가 짧은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단 1시간. 비행기를 타면 후쿠오카가 얼마나 한국에서 가까운 곳인지 실감하게 된다. [p. 13]

 

어쨌든, 나는 ‘당일치기’라는 초단기(超短期)로 둘러봤기에, ‘한달 살기’라는 장기(長期)로 즐기고 느낀 저자의 후쿠오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내가 방문했던 스미요시 신사[住吉 神社]캐널시티 하카타(Canal City Hakata)케고 신사[警固 神社] 등을 소개한 페이지를 먼저 펼쳐보았다.

 

스미요시 신사[住吉 神社]

조즈야[手水舍]

본전[本殿]

에마괘[繪馬掛]


3일 에비스 신사[三日 惠比須 神社]

에비스[惠比須] 신상(神像)

 

스미요시 신사에서는 신사 내에 있는 ‘3일 에비스 신사[三日 惠比須 神社]’ 사진을 보며 엉뚱한 곳을 방문한 줄 알고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칠성신을 모신 칠성각(七星閣)이나 산신이나 가람신을 모신 산신각(山神閣) 등이 하나의 사찰에 수용된 것처럼, 신사[神社]도 세쓰샤[社]와 마쓰샤[末社]라는 형태로 표석(標石)까지 두고 여러 신을 모신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에비스[惠比須]는 일본의 칠복신(七福神)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고유의 신으로 오른손에 낚싯대를, 왼쪽으로는 도미를 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어업의 신이었다가 상업의 신도 겸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미요시 신사 본전 옆에 ‘고대 스모 선수 동상’이 있다는데, 나는 그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저자가 언급하지 않은, 신사나 절에 기원할 때나 기원한 소원이 이루어져 사례를 할 경우에 봉납하는 말의 그림이 그려진, 5각형 모양의 나무판, 즉 에마[繪馬]를 걸어놓은 에마괘[繪馬掛]가 인상적이었던 것을 보면, 관심사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가 보다.

 

캐널시티 하카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Fuku/Luck, Fuku=Luck, Matrix”

 

한국의 코엑스 같은 느낌의 캐널시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분수 쇼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Fuku/Luck, Fuku=Luck, Matrix”였다. 솔직히 백남준의 작품은 알고 가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가기 쉬운 곳에 있어서 저자가 언급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의 분수 쇼 ‘댄싱 워터’보다 저녁 시간의 3D 프로젝션 매핑쇼인 ‘캐널 아쿠아 파노라마’가 유명하다고 한다. 아쉽게도 당일 치기 여행이라 시간 관계상 낮의 분수 쇼만 보아야 했다.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애매했는데, 다행히 저자가

 

캐널시티 건물 전체에 신나는 록 음악이 쾅쾅 울리면서 음악에 맞춰 맨 아래층의 분수가 건물의 2층, 3층 높이까지 치솟았다. 이리저리 방향도 바꾸고 물줄기가 세졌다가 약해졌다가 현란했다. 매시간 무료로 볼 수 있는 분수 쇼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높았다. [p. 88]

 

라고 실감나게 설명했다.

 

분수 쇼(댄싱 워터)

 

당일치기 여행이었기에 나에게 허용된 식사는 점심과 저녁뿐이었다. 점심은 캐널시티에 들린 김에 이치란[一蘭] 라멘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테이크 아웃 전문점 같은 분위기였다.

 

캐널 시티의 이치란[一蘭] 라멘

 

그래서 지나쳤는데,

 

키오스크에서 먼저 결제를 한 뒤 5분 정도 지났을까? 종업원이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냈다. 마침 이번에도 운 좋게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 같은 좌석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종지에 면 삶기 정도, 국물 진함 정도, 매운 정도, 마늘, 파, 차슈, 면 양 등을 체크한 뒤 직원에게 건넸다. 이렇게 내 취향에 맞게 이것저것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이치란 만의 색다른 재미이면서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라멘을 먹을 수 있기에 이치란 라멘이 누구에게나 사랑 받게 되지 않았을까? [p. 190]

 

라는 저자의 설명을 보니, 혹시 그 때 내가 허기가 져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섣부르게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저자가 일본 3대 라멘이라는 이치란[一蘭]과 잇코샤[一幸舍] 등에서 돈코츠 라멘을, 다이치노 우동[大地のうどん]에서 야채 튀김 붓카케 우동을, 텐진호르몬에서 호르몬[곱창] 정식을, 카이센동 히노데[海鮮 日の出]의 뎃카동[鐵火], 커리 혼포 모지코[伽 本 門司港]에서 야끼카레[燒きカレ-] 등 일본에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일본 음식을 신나게 맛보는 모습에 살짝 부러움을 느꼈다. 일반적인 직장인에게 허용된 짧은 휴가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일본의 하와이라는 ‘이토시마[島]’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두 눈에 담고 하나시오 푸딩[花鹽プリン]을 맛보고, 일본의 베니스라는 ‘야나가와[柳川]’에서 일본 4대 히나마츠리 가운데 하나인 ‘사게몬 메구리’를, 일본의 온천도시로 유명한 ‘벳부[別府]’에서 벳부 지옥 순례를 즐기는 것이라면 계획을 세워 분초 단위로 빽빽하게 돌아다니면 짧은 시간에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먹는 것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맛있어도 하루에 5끼, 10끼를 먹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저자의

 

만약 후쿠오카에 짧은 여행을 왔다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포기할지 고민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다 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려 한 달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무언가를 못 해도 나중을 위해 아껴놓는다는 편한 느낌이 들었다. [p. 25]

 

라는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맛있는 도시, 후쿠오카. 이 정겨운 도시를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독보적인 도시도 아니고 놀거리가 풍부하지도 않은, 흔히 말하는 평범한 도시. 하지만 자칫 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오해되기 쉬운 이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함’의 또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도시가 후쿠오카였습니다.

후쿠오카 한 달 살기를 하며 즐거웠습니다. 훌륭하고 멋진 인생도 좋지만, 즐거운 인생만큼은 못한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돈이 많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도시 가까이에 산과 바다가 있고 정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후쿠오카를 다녀온 지 벌써 몇 달이 흘렀지만, 바쁜 일상에서 드문드문 후쿠오카를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나카스 강변 거리를 산책하고 이토시마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떠나고 유후인 온천에서 힐링하고 오호리 공원에서 산책했던 그날들, 다시 손에 닿을 듯한 그 시간을 꿈꿉니다. [p. 272]

 

언젠가 다시 여행을 가게 되면, 이번에도 좀더 덜 쫓기듯이 여유를 가지고 저자처럼 여행을 즐기고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리뷰는 세나북스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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