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 - 시와 해설로 읽는 신화 인문학 고전 아틀리에 2
최기재 지음 / 인간사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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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 해설서가 필요한가

 

고전 해설서가 필요한 이유는 그 시대의 지식인이 당연하게 여겼던 것[세계관, 배경지식 등]과 현대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을 읽기 전에”에서

 

이 책은 <일리아스>원전 번역본 읽기 도움서이다. <일리아스>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 본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호메로스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으면 방대한 이야기를 체계화하여 이해할 수 있다. 바쁜 이들은 이 책만 읽어도 <일리아스>의 윤곽을 알 수 있다.

원전 번역본 <일리아스>는 방대한 분량, 낯섦, 신화, 수많은 에피소드 등으로 읽기 쉽지 않다. 10년 전쟁 중 4일의 전쟁 이야기로는 <일리아스>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전쟁의 원인도 나오지 않고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관한 서술도 없다. 누구나 아는 트로이아 목마를 서사 속에서 찾을 수 없다. 왜 신들이 편을 나누어 인간을 돕고 응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더구나 서양 문화권이 아닌 우리에게는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리아스>가 서양 인문학의 출발이라고 하는데 막상 실제로 읽으려면 기본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읽기가 어렵다. 이를 위해 <일리아스>의 이전과 이후, 그리고 신화와 비극 등 관련 내용을 담은 도움서가 필요하다. [p. 21]

 

라고 말하고 있다.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은

 

제1장 [일리아스]를 읽기 위한 준비’에서는 서사시 <일리아스>의 가치와 이를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고전은 원전 또는 원전 번역본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고, 스마트폰 등 다른 매체의 이용으로 독서율(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독서량도 줄어드는 상황1)에서 얼마나 유효한 주장인지 의문이 간다. 게다가 블링키스트(Blinkist) 같은 책 요약 서비스가 흑자 전환2)할 만큼 요약본 혹은 발췌본 읽기가 성행하는 것을 보면, 고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것 같지않다. 오히려 서양 고전의 경우에는 기본 배경지식 문제로 더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내지 원전 완역본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원본에 없던 것을 구성하여 넣거나 있는 것을 삭제하는  번역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평역(評譯)이나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해설서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이러한 종류의 글은 원저자가 아닌 해당 글을 쓴 이의 시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제2장 [일리아스] 이전 이야기’는 <일리아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고대 헬라스 서사시는 트로이아 서사시권과 테바이 서사시권으로 나누어진다. 트로이아 서사시권은 트로이아 함락 이야기이고, 테바이 서시시권은 오이디푸스 이야기이다.

중략 ~

트로이아 서시시권 서사시는 총 8편이다. <퀴프리아>는 파리스 심판에서 아카이오이족 연합군의 트로이아 도착 이야기이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이야기이며, <아이티오피스>는 아킬레우스가 아마조네스 여왕 펜테실레이아, 아이티오페스 왕 멤논을 죽이고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는 이야기이다. <소(小) 일리아스>는 오뒷세우스와 아이아스의 무구 재판 이야기, <일로오스의 함락>은 오뒷세우스의 목마로 트로이아를 함락한 이야기, <귀향>은 오뒷세우스를 제외한 아카이오이족 장수들의 귀국 이야기,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이아의 귀국 이야기, <텔레고노스>는 오뒷세우스가 아들 텔레고노스에게 살해되는 이야기이다. 이 중에 온전하게 전해오는 서사시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이다. [pp. 34~35]

 

굳이 따지자면 제2장은 트로이아 전쟁의 발단과 초기 부분을 다루는 <퀴프리아>의 내용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원인이 된 황금사과와 파리스의 재판, 아프로디테의 뜻에 따라 트로이아로 가는 헬레네, 아카이오이족 연합군이 트로이아를 공격하기까지 과정 등을 언급한다.

 

제3장 [일리아스] 날짜별 서사의 전개’에서는 24권으로 구성된 <일리아스>의 서사를 날짜별로 소개한다.

 

제4장 [일리아스]의 뒷이야기, 트로이아 함락’은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다루는 <아이티오피스>, 아킬레우스의 갑옷 소유권 다툼과 아킬레우스의 사촌 아이아스의 자살을 다루는 <소(小) 일리아스>, 유명한 트로이아의 멸망을 다루는 <일로오스의 함락>에 해당한다.

 

제5장 [일리아스]의 뒷이야기, 영웅들의 귀향’은 승자인 아카이오이족 영웅들의 귀향을 다룬다.

 

승자인 아카이오이족에서 행복한 자는 없다. 아킬레우스, 아이아스 등 영웅은 죽는다. 귀향 후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아내에게 살해당한다. 신들의 노여움으로 영웅들의 여인들은 바람이 나고 영웅들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다. 오뒷세우스는 10년의 어려운 귀향 후 자신의 자식에게 죽는다.

전쟁은 신에 대한 거역이다. 그 결과 전쟁에 참여한 자들 중 행복한 이를 찾을 수 없다. 호메로스는 전쟁이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하면서 처참한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역설한다. [pp. 246~247]

 

 

저자의 해설을 보면, <일리아스>가 전쟁에 참여한 영웅들의 몰락을 통해 반전(反戰)을 노래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본인이 아닌 조상 때문에 파멸하는 경우를 보면, 헬라스 문화권도 ‘조상의 음덕(蔭德)’을 의식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6장 [일리아스] 깊이 읽기’에는 헬라스에 문명이 생겼을 때부터 마케도니아 왕국의 멸망까지의 간략한 역사, 트로이아 전쟁에서 각 진영으로 나뉜 헬라스의 신(神)들의 소개, <일리아스>의 구조에 대한 해설, 트로이아 왕가의 계보 등이 실려있다.

 

제7장 [일리아스]의 영향과 평가’는 헬라스가 세계에 끼친 영향과 [일리아스]가 가지는 시대적 한계 등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8장 [일리아스]외 다른 서사시들’에서는 <길가메시 서사시>, <라마야나>, <아이네이스>, <에다>, <니벨룽의 노래>, <동명왕편> 등 세계의 서사시를 소개하고 있다.

 

제9장 [일리아스]의 종합적 이해’는 [일리아스]가 고대 헬라스인들의 인간에 대한 보고서라고 주장하며, [일리아스]의 주제, [일리아스] 속 신화에 대한 해석 등을 다루고 있다.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아쉬움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남자처럼 살았다.

베니스 상인의 포셔처럼

십이야의 바이올라처럼

남장 여성이다.

벗기면 그대로인 것을

고대 올림픽 경기는 먼저 알아

경기 선수는 나체이다.

경기는 공평해야 하므로

똑같이 지닌 몸으로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겨루어야 정당하다. [p. 97]

 

이 책에 종종 삽입된 저자의 시(詩)는 신선하면서도 진부한 사족(蛇足)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 단락을 시(詩)로 시작하는 것은 신선하지만, 동시에 고대 소설에서 내용을 함축하는 짧은 글로 장절(章節)을 시작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예컨대 유명한 <홍루몽>의 경우 제1회를

 

진사은은 꿈길에서 통령보옥 처음보고[甄士隱夢幻識通寶 ]

가우촌은 불우할 때 한 여인을 알았다네[賈雨村風塵懷閨秀]3)

 

라고 시작한다.

 

굳이 이런 부분을 넣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는 제목 그래도 <일리아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서양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한 이에게는 <일리아스> 독해를 위한 좋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옥의 티

 

p. 21

이 책은 <일리아스>원전 번역본 읽기 도움서이다. <일리아스>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 본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호메로스를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으면 방대한 이야기를 체계화하여 이해할 수 있다. 바쁜 이들은 이 책만 읽어도 <일리아스>의 윤곽을 알 수 있다. ⇒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문맥상 사람 이름인 호메로스가 아닌 ‘호메로스의 저서 전체’ 혹은 <일리아스>를 의미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쪽이든 명확하게 표기하는 것이 읽고 이해하기 좋을 듯하다.

 

p. 418

<일리아스>는 고대 희랍인들의 오랫동안 누적된 인간에 대한 보고서이다. ~ 헬라스인들은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그려진 삶을 꿈꾸지만 그 방패를 내세우면서 죽는 존재이다. ⇒ 희랍인 혹은 헬라스인 어느 한 쪽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 리뷰는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이은정, “지난해 국민 독서량 ‘뚝’… 2년 전보다 성인 3권, 학생 6.6권 ↓”, <연합뉴스> 2022.01.14. 참고로 성인의 독서율은 2011년 73.7%에서 2021년 46.9%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 김상희, “짧게 즐기는 시대… 책도 줄여본다”, <머니투데이> 2023.01.29

3) 조설근(曹雪芹)/고악(高顎), <홍루몽> 1, 최용철/고민희 옮김, (나남, 2009),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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