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뿌리친 정치사상 - 정치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찾다
박종성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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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정치사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영화가 뿌리친 정치사상>의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이 책은 영화의 정치사상적 빈곤과 ‘혁명’의 무관심을 반증하려는 작은 시도다. 하지만 숱한 영화들 가운데 과연 몇이나 이 같은 관심을 기울였는지 경험적인 검색과 과학적 추적에 주력하진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빈곤한 조건 속에서도 이를 무릅쓴 대표적인 작품들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오히려 부족함 속의 풍요와 덜함의 정치미학이 펼치는 영화의 지평을 누벼보려 한다. [p. 44]

 

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2장 전체주의: ‘선’과 ‘악’은 생각의 상태일 뿐, 경계는 없다’에서는 마가레테 폰 포르타의 <한나 아렌트>(2012)를, ‘3장 사회주의: 시(詩)로 쓰는 공산주의 전사(前史)’에서는 장-뤽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2010)을, ‘4장 원리주의: 폭력의 미학과 복수의 굴레’에서는 하디 하자이그의 <클린스킨>(2012)과 하니 이부-아싸드의 <천국을 향하여>(2005)를, ‘5장 자본주의: 거침없는 방종, 하염없는 불평등’에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2012)를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저자가 정치영화로 내세운 5편의 영화 가운데 하나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 영화를 보고 정치사상 혹은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가선용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영화에서 저자가 말하는 정치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떠올리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사상과 PPL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간접광고, 즉 PPL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경우 여주인공 송혜교가 사용한 아모레퍼시픽의 립스틱[라네즈 두톤 립바]은 드라마에서 노출된 후 전달 대비 556%의 매출이 급증했고, 남주인공 송중기가 탔던 현대 자동차의 투싼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판매량이 18.5% 증가했다고 한다.1) 물론 드라마 <미생>처럼 현실성 있고 적절할 PPL은 상관없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은 <용팔이>, <여신강림>, <지리산>처럼 드라마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등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정치사상도 마찬가지다. 과도하게 정치사상 혹은 이데올로기를 노출하면, 그것은 예술작품인 ‘영화’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위한 ‘선전물’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사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PPL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사상은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가 뿌리친 정치사상>이라는 제목은 외줄타기보다 더 어려운, 영화에서 정치사상을 다루는 일을 피하고자 하는 현실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동시에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니까 그 안에 의미를 알아서 찾아보자는, 저자의 갈망이자 역설적 표현이 아닐까?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인이 쓴 책인데 한국영화가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 류승완의 <베테랑>(2015) 같은 작품에서도 자본주의의 거침없는 방종과 불평등을 엿볼 수 있을 듯 한데……. 영화관계자들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한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일까 궁금하다.

 

만들 수 없어 못 만든 게 아니다. 만들기를 저어했고 보기를 망설였으며 다시 돌리기를 자제했던 터다. 하지만 일부러 안 만들었다는 저 편리한 핑계 속에 묻어나는 과거의 정치적 무능과 침묵으로 일관한 영화적 무관심을 늘 면책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제라도 차근히 제작방향을 세우고 촬영을 고민해야 할 진짜 이유다. [p. 224]

 

언젠가는 저자가 바라는 대로 정치사상과 영화의 예술성이 절묘하게 조합된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리뷰는 도서출판 인간사랑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노승욱/김기진, “ ‘태양의 후예’ PPL로 재미 본 상품들… 강모연 립스틱 5배 ↑ “대박이지 말입니다~” “, <매경이코노미> 제1853호(2016.04.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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