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만나러 간다 뉴욕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
베티나 빈터펠트 지음, 장혜경 옮김 / 터치아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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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도시가 그러하듯 뉴욕 역시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죽었거나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할 20명의 뉴요커들은 뉴욕을 찾아온 당신에게 여행 가이드처럼 친절하게 뉴욕을 안내해 줄 것이다. [p. 7]



뉴암스테르담에서 뉴욕으로


널리 알려져 있듯이 뉴욕의 전신은 네덜란드의 식민지 뉴암스테르담이다.

네델란드인들은 영국의 미 대륙 지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식민지를 건설했지만 운영 비용은 최소화하고자 했다.

~ 중략 ~

게다가 북미는 향신료나 설탕, 차같이 뚜렷한 경제적 수익 모델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지역이었다.1)


그러다 보니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뉴암스테르담은 서서히 와해되고 있었다. 이에 네덜란드에서는 피터르 스타위버산트(Pieter Stuyvesant, 1612~1672)을 총독으로 임명하여 질서 회복을 꾀했다. 그는 뉴 할렘으로 가는 도로를 닦고, 항만 시설을 넓혔으며 인디언과 영국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700미터 길이의 담을 쌓는 등 낙후된 작은 항구를 소도시로 변화시켰다. 그의 노력으로 기반이 닦이고 성장하던 뉴암스테르담에 1664년 영국인이 침략했다. 이때 뉴암스테르담은 이미 18개 언어가 사용2)되는 코즈모폴리턴의 도시로 변했기에, 식민지 총독이 항전(抗戰)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영국의 식민지 뉴욕이 되었다.



예술가의 성지(聖地)


New York! ‘예술가의 성지(聖地)’라고도 불리는 도시.


먼저 음악부터 보면, 이곳 뉴욕은 전위적이거나 기존의 흐름을 깨는 음악이 많이 탄생한 곳이다. 예컨대 1970년대의 펑크 록, 1990년대의 얼터너티브 등은 이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되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의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가 비틀즈 탈퇴 후 정착해서 솔로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뉴요커보다 더 뉴욕을 사랑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뉴욕을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뉴욕은 재즈의 도시라는 별명에 맞게 재즈 문화를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재즈 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이 살았던 퀸스의 저택은 이제 뉴욕을 대표하는 유명인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코스에 포함되는, ‘루이 암스트롱 하우스 박물관이 되었다.


미국의 클래식 역사에 있어서도 뉴욕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유럽 클래식과 미국 재즈를 섞어 가장 미국적인 재즈 심포니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1924)를 작곡한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 덕분이다.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이끈 레너드 번스타인은 <랩소디 인 블루>


이것은 살아 숨 쉬는 미국이다. 조지가 너무나 잘 알았던 미국의 대도시 생활, 미국 사람들,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미국의 힘, 미국의 위대함이다.” [p. 44]


라고 정의했을 정도다. 그의 또 다른 걸작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1935)도 가장 미국적인 오페라 혹은 뮤지컬로 꼽힌다.


고전을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는, 뉴욕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1957)를 작곡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는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디 앨런(Woody Allen, 1935~ )의 가장 우아한 뉴욕 영화라고 하는 <맨해튼>(1979)


“1, 그는 뉴욕을 숭배했다. 아니 터무니없을 정도로 그곳을 우상화했다.” 자신이 얼마나 뉴욕을 사랑하는지 고백하는 아이작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인상적인 도입부[p. 115]


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우디 앨런이


나에게 뉴욕은 항상 마법과 흥분, 기쁨의 장소다.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절대 살고 싶지 않다.” [p. 110]

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게 들린다.


외적 역할과 내적 감정을 녹여 하나로 만들라는 콘스탄틴 스타니슬라브스키(Константи́н Станисла́вский, 1863~1938)의 이론을 기초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활용해 더욱 확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기법을 창시한 리 스트라스버그(Lee Strasberg, 1901~1982)도 빼먹을 수 없다. 그가 책임자로 있었던 연기의 명당 액터스 스튜디오(The Actors Studio)’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교(The Lee Strasberg Theatre & Film Institute)’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비열한 거리(Mean Streets)>(1973), <대부 2(The Godfather: Part 2)>(1974), <택시 드라이버>(1976), <성난 황소(Raging Bull)>(1980)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1943~)는 뉴욕 최고의 성격 배우로 꼽히며, 현대의 뉴욕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문학부분에서는 <뉴욕 3부작(The New York Trilogy)>(1987), <달의 궁전(Moon Palace)>(1989)으로 유명한 폴 오스터(Paul Auster, 1947~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The Blindfold)>(1992)시리 허스트베트(Siri Hustvedt, 1955~ ) 부부,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1948)의 작가이자 마릴린 먼로의 3번째 남편으로도 유명한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 1940년대 초 맨하탄의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시골 출신 젊은 여성의 삶을 그린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1958)을 쓴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 1924~1984) 등이 있다.



뉴욕을 만든 또 다른 사람들


아메리카 드림의 성공 신화를 쌓은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 1839~1937)은 스탠더드 오일을 창립, 석유로 막대한 돈을 벌어 미국 최초의 백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1911년 은퇴를 한 후 자산사업에 몰두했다. 록펠러 센터(1931~1939)와 리버사이드 교회(1927~1933)을 세웠으며, 그의 아들 존 D. 록펠러 2세는 국제연합의 뉴욕 유치를 위해 건설 부지 구입비용 850만 달러를 기부했다.


도시의 어둠을 담당하는 범죄조직을 대표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마피아의 거물인 찰스 ‘러키’ 루치아노(Charles ‘Lucky’ Luciano, 1897~1962)와 범죄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도시의 범죄율을 극적으로 감소시킨 뉴욕의 107대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 1944~ )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뉴욕을 아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이처럼 <그들을 만나러 간다 뉴욕>은 저자가 선정한 20명의 뉴요커에 대한 짧은 전기를 통해, 그들이 뉴욕이라는 도시에 남긴 발자취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동시에 현재의 뉴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려는 취지에서 쓰여진 책이다.


뉴욕을 여행할 때, 이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보는 것도 뉴욕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저자가 선정한 20명 가운데 생존인물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시간의 경과에 따라 루돌프 줄리아니처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3)는 점이 아쉽다. 또한 단순한 전기(傳記)들을 모아 엮은 형식이기에 이것만으로 뉴욕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기에는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뉴욕의 특정 장소와 관련된 에피소드나 그들의 작품 가운데 뉴욕과 관련된 부분을 강조하여 이를 엮어보는 쪽이 더 인상적인 뉴욕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콜린 우다드, <분열하는 제국>,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7), pp. 100~101

2) 앞의 책 p. 97에 따르면 뉴프랑스의 예수회 신부였던 聖 이삭 조그(Issac Jogues, 1607~1646)는 뉴암스테르담의 인구가 500명인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18개였다고 추산했다고 한다.

3) 이용욱, “ '법질서 시장줄리아니의 몰락”, <경향신문> 2021.06.25 (https://m.khan.co.kr/opinion/yeojeok/article/20210625203500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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