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1만 년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진 나무의 기쁨과 슬픔
발레리 트루에 지음, 조은영 옮김 / 부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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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륜연대학이란?

 

낯설게 들리는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이라는 학문은 나이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나이테를 연구한다고 하면 단순히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것만 떠올리기 쉬운데, 나이테는 나무뿐 아니라 빙하, 석순, 산호, 조개, 그리고 물고기 귀뼈[이석(耳石)]에도 생긴다. 그런 나이테를 통해 기류(氣流)와 해류(海流)의 변화, 나아가 “생태학, 기후학, 인류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과 환경의 역사 사이의 상호 작용을 밝힐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 [p. 20]의 학문이다.

 

하지만,

“나는 연륜기후학자이다. 나이테를 이용해 과거의 기후를 연구하고 기후가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지난 20년간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과거와 미래의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쓰고 이야기하며 보냈다. 그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매년 우리는 기후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태운 화석 연료가 기후에 초래한 대혼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인간이 만든 이런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에 가져온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억제하거나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최악의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196개국이 모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 찬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한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이후에도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pp. 18~19]

라는 저자의 한탄을 보면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드러냈지만, 현실 사회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륜연대학으로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이 연륜연대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과거의 기후를 알 수 있다.

나무는 식량과 물이 풍부할 때, 그리고 남과 경쟁하거나 공격받지 않을 때 행복하다. 행복한 해에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넓은 나이테를 만든다. 반면 가뭄이나 한파를 겪었거나 허리케인이 잎과 가지를 죄다 꺾어 놓는 바람에 행복하지 않은 해에는 생장에 투자할 에너지가 많지 않아 좁은 나이테를 만든다. 따라서 나무의 행복은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나무는 계절적 정서 장애는 물론이고 (어두운 계절에는 아예 동면하고 생장을 멈추니까) 연례 정서 장애도 겪는다. 즉, 날씨가 나쁜 해에는 나무가 우울해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나쁜 날씨’는 지역에 따라 추위가 될 수도 있고 가뭄이 될 수도 있다.” [p. 79]

 

둘째,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초기 정착민들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인구는 얼마나 되었을까? 무슨 언어를 사용했을까? 어떻게, 그리고 왜 스톤헨지 같은 거석을 세웠을까? 그러나 연륜연대학 덕분에 그들이 6,000년 전에 참나무와 소나무를 잘라 호상 가옥, 수상 도로, 우물을 지은 정확한 연도와 계절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연륜연대학은 역사적으로 지상 목조 건축물이 보존된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중세 시대 이후 ‘마른’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는 연륜연대학자들이 갖고 놀 수많은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 나이테를 이용한 연대 측정은 성과 대성당, 대학과 시청 건물은 물론이고 소박한 역사 건축물의 연구에도 크게 한몫 했다. 독일의 바이킹 정착촌, 베네치아의 팔라치(Pallazzi), 영국의 솔즈베리 성당, 이스탄불의 소피아 대성당까지 연륜연대학은 전 세계 문명의 건축물뿐 아니라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했다.” [p. 99]

 

셋째, 과거의 기후변화가 인간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는 현재의 기후 변화를 인정하고 미래를 예측, 계획하는 가장 실질적인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기준점 이동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새로운 세대는 자신이 현재 경험하는 환경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변화의 규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과거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그 일에 나이테만 한 것이 없다” [p. 307]

예컨대, 인류는 과거 화석 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수세기에 걸친 과학적 발견과 연구에 기반한 연륜연대학 덕분에,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가 과거 인간사회에 끼친 영향을 확인하고, 지구 온난화 가속에 따른 인류의 미래,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테 측정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수종, 수령, 토양, 기후의 나무에서 얼마나 많은 목질부가 자라고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되었는지 조사할 수 있다. 우리는 길어진 생장기가 어떻게 목질부 생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가뭄, 극한의 날씨, 상승하는 기온이 어떻게 생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기후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영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산불과 곤충으로 인한 발병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숲 생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나이테는 우리에게 기후 변화가 어떻게 과거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 가르쳐 주었다. 과거 한 문명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기후 변화는 사회 붕괴를 이끄는 사회생태학적 그물망의 일부가 되었다. 또한 창의성과 적응력이 정의하는 한 사회의 복원력에 따라, 그 사회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시적인 퇴행을 겪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완전히 무너져 해체될 지가 결정된다.” [p.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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