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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 일본 역사학자의 진짜 교토 이야기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하야시야 다쓰사부로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교토에 대한 역사지리적 가이드
이 책은 교토[京都]라는 특정 지역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당 지역에 대한 기본 정보, 하이라이트, 추천코스, 지역여행, 체크 리스트 등이 엮여 있는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이나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나 arte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처럼 한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 그의 생애와 작품을 함께 살펴 보는 여행기도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의 교토 답사 시 길라잡이를 해준 책!”이라는 책 소개처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와 같은 답사기(踏査記)에 해당하는 글이다. 또한 이 책이 교토대 사학과 교수였고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한 하야시야 다쓰사브로 [林屋辰三郞, 1914~1998]의 <京都>(1962)를 번역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홍준의 답사기보다 이쪽이 선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책을 펼치면서 약간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거의 60년, 답사 열풍을 가져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011)이 출간된 후로도 약 8년이 지난 2019년에 와서야 이 책을 번역한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우선 이 책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교토[京都]의 문화와 종교, 사회와 정치에 관한 내용을 15장으로 나눠 각 장마다 시대와 공간의 역사를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출처: <교토>, p. 7
제 1장 ‘교토의 고대인’에서 교토의 역사가 최소한 약 7~8,000년 전에 시작되었음을 얘기한다.
“쇼와[昭和] 36년(1961) 8월 기타시라카와[北白川] 북쪽의 이치조지[一乘寺] 무카이하타 초[向畑町]에서 구획정리공사 중 조몬[繩文] 시대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특히 제1 표층인 갈색 흙층에서 조몬기에는 드문 주전자가 출토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검은 흙층에서 약 7,000년 전에 해당하는 조몬 초기의 새로운 토기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pp. 31~32]
제 4장 ‘교토의 신사와 미스리’에서는 일반적인 원령(怨靈)의 저주(詛呪)를 물리치는 민간의 풍속이었던 어령회(御靈會)가 정치적 희생양이 된 인물들의 혼령을 위로하는 의식으로 바뀌고, 이를 포섭하여 신사로 발전시킨 과정을 애기한다.
“조간[貞觀] 11년(869) 역병이 유행하자 일본의 66개 지방을 상징하는 66개의 창을 앞세워 우두천왕(牛頭天王)을 모신 가마를 신센엔[神泉苑]으로 보낸 것이 기온 어령회의 시작이라고 한다. 기온 신사[祗園 神社, 현재의 야사카[八坂] 신사]는 이런 어령 신앙의 대세를 교묘히 포착해 성립한 것이다.” [pp. 92~93]
“기타노 신사[北野 神社]는 (본래 농업 신인 뇌신(雷神)을 모시던 곳이었는데 헤이안쿄 근교가 도시적 발전을 함에 따라) 쓰쿠시 지방 다지우후[太宰府]로 좌천되어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管原道眞, 845~903]의 원령을 달래기 위해 제사를 지낸 곳” [pp. 92~93]으로 바뀌었다. 뇌신이라는 자연신(自然神)에서 스기와라노 미치자네라는 인격신[人格神, 구체적으로는 학문의 신 혹은 문필의 신]으로 발전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교토를 15개 지역을 구분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각의 지역을 배정하고, 그 발전사를 조근조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단순히 관광지로만 여기는 이였다면, 천년 고도(古都)로서의 교토가 지니는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내기도 한 역사학자라는 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저자가 교토라는 도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은 저자의 교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이 돋보이는 진정한 교토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들이 해결된 후 교토를 방문할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아는 만큼 보이기에, 기왕 교토를 간다면 제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