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겁자다. 일신의 편리와 말초감각의 만족을 너무 사랑한다. 정의와 대의보다도. 아마 여러 비겁 중에서도 나의 것이 가장 나쁠 것이다. 필요성과 타당성을 모두 이해하고도 뒤돌아서서 변명을 중얼거리며 주저한다는 점에서.

이런 종류의 죄책감은 여러 분야에서 불쑥불쑥 등장한다. 자꾸 반복된다. 기후위기, 동물복지, 노동자, 장애인, 여성, ... 전부 약하디 약한 것들이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이쪽저쪽 휙휙 고개를 돌리다보면 어느새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하나하나가 전부 시급하고 절박하다. 내 삶도 버거운 사람은 어찌해야 하나.

열렬히 행동하지는 못하고 간신히 한 두번 악행을 줄여본다. 충분치 않다.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자꾸 들춰본다. 충분치 않다.
조금 생긴 가욋돈을 기부해 본다. 충분치 않다.
오늘 내가 누린 것들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충분치 않다.

충분치는 않아도 아주 눈 감지는 않는 것, 그럼에도 계속 지켜보는 것. 일상을 살아내는 것도 벅찬 날이 많은 비겁자는 오늘도 변명조로 웅얼거며 자꾸 감기는 눈을 비벼본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또 펼친다. 충분치는 않아도, 비겁자의 최선을 다하기 위해. 외면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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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팬덤을 일으키는 그룹, bts가 하나의 현상이 된 것도 이젠 익숙해 졌다. 빌보드며 그레미며 청와대, 유엔에서 호명 되어도 놀라지 않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속으로 몰래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아이돌이니 가볍고 말초적인 만족을 위한 컨텐츠라 생각했다.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소비하는 이미지일 뿐이라고 여겼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누리는 유명세에 대한 호기심과 대세에서 뒤쳐지고싶지 않다는 조바심이 좀 있었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집어 든 책이었다.

거기에는 진심이 있었다. 내가 그들의 팬만큼 노래의 맥락을 속속들이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거기에 위로와 사랑, 세상을 보는 솔직한 시선이 있었다. ‘이런 게 음유시인인가‘ 싶게 말 맛이 살아있었다. 동시대인으로서 공감할 진솔한 내용이었다. 역시 ‘편견은 깨는‘것이 제 맛이다. 깊이있는 이해에 도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 좋은 예술가를 소개받은 기분이다.

(사족. 조금 아쉬운 점 하나. 시인을 동경하고 시인의 산문을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인이 가사에 대해 어떤 아름다운 문장을 적을지 기대가 만만이었다. 기대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예은이라는 젊은이를 청자로 설정하고 있는데, 차라리 동년배를 청자로 했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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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2-03-2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파요~~~^^

호두파이 2022-03-25 22:29   좋아요 1 | URL
후루룩 읽히는 책이에요 저는 노래 틀어놓고 읽었어요~ 다 읽으시면 감상 나눠봐요ㅎㅎ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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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공장식 축산업 돼지 품종들은 유전자를 너무 개량해서 자연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돼지만이 아니겠지만.

우리는 가장 인공적인 환경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생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현대의 유전학 지식의 가공할 힘을 더 고통 받는 동물들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적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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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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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는 목이 잘리고도 3분동안 고통을 느낀다.
˝당신은 당신의 음식을 위해 얼만큼의 고통을 용인하겠소?˝

만일 자기 아이라면, 아이가 3년, 석 달, 3주, 세 시간, 3분 동안 고통받기를 원하겠소? 칠면조 새끼는 인간의 아기가 아니지만, 그들도 고통을 느껴요, 산업 내에서 경영자고, 수의사고, 노동자고 누구고, 칠면조들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명도 못 봤어요. 그러면 얼만큼의 고통을 허용할 수 있을까요? 그게바로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에 깔려 있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오. 당신은 당신의 음식을 위해 얼만큼의 고통을 용인하겠소?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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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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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생산을 위한 닭공장을 본 뒤의 인터뷰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죽음보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삶이 더 나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정말로 그 일은 저를 바꾸어 놓았답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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